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의 씨를 뿌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실상 시즌의 시작이다. 그래서 전지훈련지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의 자세는 진지하기만 하다. 그러나 낯설고 물선 이국땅에서 2달여의 기나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웃지 못할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기 일쑤다. 양념처럼 일어나는 포복절도할 사건들이 스프링캠프를 더욱 즐겁게 해준다. 과거 전훈지에서 발생했던 사건사고 그리고 황당한 해프닝 가운데 백미인 7가지를 모아봤다.
◇호세의 여탕 침입사건
화제의 사나이 롯데 외국인선수 펠릭스 호세는 지난 99년 전훈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기막힌 사고를 쳤다. 전훈 첫날 동료들과 온천탕 여탕에 침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사연인즉 한자로 ‘女’자와 ‘男’자를 구별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다. 탕에 있던 여자들보다 호세가 더 놀라 얼굴이 빨개졌다고 한다. 두 손으로 중요한 부분을 가린 채 어쩔줄 몰라하는 호세의 표정이 정말 가관이었다.
◇하와이 법정으로 간 정수근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중이던 정수근(당시 두산)이 심야 음주폭력사건에 휘말려 급기야 미국 법정에 서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휴식일에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두산 한태균이 현지 한인들과 싸우다 이가 부러졌다. 그때 함께 있던 정수근은 출동한 현지 경찰과 옥신각신하다 끝내 법정에 서고 말았다. 이 사건은 정수근이 공무집행방해와 폭행혐의로 45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일단락됐다.
◇비타민C 먹었는데요
96년 2월 LG 박철홍은 괌에서 왱왱거리는 소방차를 앞세우고 응급차에 실려가는 해프닝을 벌였다. 호텔식당에서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 박철홍을 보고 동료들이 급히 911에 도움을 요청했다. 응급구조대가 곧 비상등을 켜고 달려왔다. 그런데 아픈 박철홍을 두고 뒤에 병원에서 벌어진 장면은 ‘낄낄낄’. 미국인 의사가 혹시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에 약을 먹는 것이 없는가”라고 묻자 박철홍이 한동안 심각하게 생각하다가 “비타민C”라고 대답한 것. 옆에서 있던 구단직원조차 웃음을 참지 못했다.
◇누가 화재경보기 눌렀어
96년 LG의 괌 전지훈련 때 심야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선수들이 막 잠자리에 들 무렵인 오전 3시께.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비상벨 소리에 놀란 선수들이 일제히 뛰쳐나오며 한바탕 난리가 났다. 사이렌을 울리며 경광등을 밝힌 채 화재진압복장으로 나타난 괌 소방대는 건물을 열심히 살핀 뒤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렸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 억지로 스위치를 내리기 전에는 꿈쩍도 않는 경보기가 왜 울렸는지는 미지수. 누군가 장난삼아 눌렀다고 추측만 무성했다.
심야의 화생방훈련을 시킨 주인공은 과연 누구였을까.
◇하와이 항명파동
96년 해태(현 기아)는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큰 홍역을 치렀다. 코칭스태프가 선수관리를 위해 한밤중 ‘불심검문’을 한 게 화근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선수들과 모 코치가 몸싸움을 벌였고 급기야 선참급 선수들의 주도로 선수들 전체가 짐을 챙겨 호놀룰루 공항으로 향했다. 결국 김응룡 감독이 선수단 대표들과 만나 ‘자율훈련’ 조건을 수락한 뒤 사태를 수습했다.
이 사건은 해외 전지훈련 사상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 벌어진 가장 충격적인 충돌로 기억됐다.
◇익사 직전에 구출된 유망주 권혁
2003년 2월 4일 삼성의 젊은 선수들은 전지훈련 휴식일에 폭포관광에 나섰다. 수영을 못했던 2년생 투수 권혁도 동료들이 폭포 아래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는 용감하게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황한 나머지 허우적거리면서 수심이 2.5m나 되는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아무도 뛰어들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절체절명의 상황. 그때 현장 취재차 동행한 스포츠서울의 이재국 기자가 옷도 벗지 않은 채 뛰어들어 의식을 잃어가던 권혁을 구할 수 있었다.
◇카지노에서 대박 터뜨린 김민재
지난 2001년 초 롯데의 골드코스트 전지훈련 때다. 관광차 나온 몇몇 선수들은 카지노에서 게임도 했는데 그때 유격수 김민재는 대박을 터뜨렸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료들에 따르면 수천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귀국길에 많은 외화가 통관에 걸리는 게 문제였다. 결국 김민재는 꾀를 내 후배들에게 돈을 조금씩 나눠주고 국내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회수하는 기막힌 ‘작전’을 동원했다. 그 돈으로 실제로 고급 자동차(그랜저)를 사고도 남았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