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대하여 거대담론을 하기전에 김치의 개념에 대하여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비교적 널리 수용되는 김치의 개념은 ~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 따위를 고춧가루, 파, 마늘 따위의 양념에 버무린 뒤 발효를 시킨 음식이라는 것이 정설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언어생활에서 김치는 광의적 의미와 협의적 의미로 모두 사용된다. 혹시는 배추김치만을 특칭하고 혹시는
여러가지 야채를 절인 것을 통칭하기도 한다. 야채를 소금에 절여 보관기한을 늘린 피클은 세계각지에 모두 존재하며 중국의
사천포차이도 피클에 속하며 공식적으로 사천식 피클이라고 한다.
중국의 조선족은 40년전에 김치를 중국어로 번역해야 할 필요성에 맞닥뜨렸었다. 등소평의 개혁개방으로 재래시장이
부활하면서 김치를 포함하여 여러가지 밑반찬들을 시장에 들고나가 팔수 있었고 거기서 더 발전하여 전국의 대도시들에
김치를 포함한 밑반찬들을 밀차에 끌고다니며 파는 장돌뱅이가 생겨나기 시작했기때문이다. 그때 민간에서는 김치와 무침을
통칭하여 조선족함채(咸菜) 조선족소채(小菜-밑반찬이라는 뜻)라고 불렀고 어찌 어찌하다가 연변대학교에 좀 더 표준적인
중국어명칭을 만들라는 요청이 왔다. 중국에서 연변대학교가 조선어관련 권위기관이었기때문이었다. 그때 연변대학교의
어문학부에는 조선언어문학과, 조선어과(주로 한족이 조선어를 배우는 학과로 시진핑1기에 3인자였던 장덕강이 조선어과출신
이다) 중국어문과, 한어과(조선어와 중국어의 비교학과 내지 번역학과라고 생각하면 됨)가 있었는데 그때 조선어과출신들이
김치를 먹어본 한족들이었던 관계로 김치의 특성을 잘 짚어냈다. 조선족김치는 동북지역의 배추절임(酸菜)과도 다르고 사천의
포차이와도 다른 매운 맛이다. 배추김치외에 절임야채들은 사천의 포차이와 특별한 구별점을 찾지 못하겠다. 그러니 김치를
배추김치로 특칭하고 그것을 辣白菜라고 하자 ~ 이렇게 결론이 났고 그것이 중국에서 통용되었다.
그러다 한중수교가 이뤄지고 한국기업인들이 대거 중국과 내왕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마침 사천요리가 중국 전역에 퍼진던
때였고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한국인들은 사천요리집을 선호하였다. 거기서 포차이를 먹어본 한국인들이 기어이?
한국김치와 똑같네라고 하면서 조선족통역들이 김치를 辣白菜라고 통역하는 것을 말리면서 그냥 한국포차이라고 그랬던 것이다.
중국인들이 포차이에 맞추어 김치를 한국포차이로 부른 것이 아니다. 1990년대에 중국연해지역의 한국계회사에서 통역을 하던
학력이 낮은 조선족통역사들에게 한중사전(특히 외래어)을 만들어주면서 재중한국계기업의 통역 수백명에게서 현재 통역과정에
사용하는 단어들을 수집했던 나는 이것을 입증할 조선족통역부대가 있다. 언어에 대하여 개좆도 모르는 기업인들때문에
김치는 포차이의 하나의 종개념 즉 한국포차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2013년경에 한국농림축산식품부에서 포차이와 김치의 혼용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김치에 대한 표준적인 중국어명칭을
만든다고 오버하여 만든 것이 辛奇였다. 나름 언어학 특히 한중언어에 대하여 조예가 깊다?고 자신했던 나였지만 거기에 응모할
수는 없었다. 한국에서 한국의 고유음식을 위하여 중국어명칭을 만들어준다? 이것이야말로 문화침략이 될 수 있다. 외국어어휘를
만들어주겠다는 오지랖만큼 위험한 발상은 없다. 서울을 한성이 아닌 首尔로 불러달라고 요청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성은
역사적인 주종관계를 청산하여야 한다는 도의적 의미가 있고 또 한국어의 고유명사인 한성을 서울로 바꿨기에 그에 상응한 중국
어명칭도 바꾸는 것이 합리적인 의미도 있었다. 타국 언어의 어휘를 이렇게 고쳐라 저렇게 고쳐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한국정부가 아둔하고 위험한 짓을 한 것이다. 왜 한국인을 고려인이라고 부르는가? 고쳐달라고는 하지 않는가? 왜 고려가 아닌
한국을 아직도 고려라고 부르는가? 이런 외침은 왜 못하노?
한국어의 고유명사를 외국어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는 외국어의 권리이다. 김치를 韩国泡菜,朝鲜族咸菜,辣白菜 등등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중국어내부의 논제이고 중국내부의 문제이다. 중국에서 소수민족언어를 사용하는 조선족이 자신의 김치를
朝鲜族咸菜로 부른 것이라든지, 연변대학교가 내놓은 辣白菜라는 표준번역권고안은 모두 중국내부사무이다. 한국에서중국어로
이렇게 불렀으면 좋겠다는 권고안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받아 들이고 말고는 중국인들의 소관이다.
-----------사족: 요즘 한국은 식품은 물론 화장품에서까지 발효에 꽂혀서 발효제품이 그렇게 우수하고 효소가 무슨 만능 건강열쇠
인양떠들고 있다. 김치와 사천 포차이의 구별점도 발효여부로 판가름을 짓던데, 포차이 내지 쏸차이가 발효과정이 없다는 것은
포차이와 쏸차이를 너무 모르기때문이다. 사천포차이는 초절임이나 발효과정이 김치와 똑 같다. 다만 다대기를 버무리는 과정이
없을 뿐이다. 그리고 동북의 쏸차이 즉 절임배추는 김치의 절임배추보다 오히려 더 발효시키는데 발효에 실패하여 부숙하는 경우
도 가끔 있다. 요즘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알몸배추 동영상]은 백프로 동북쏸차이이다. 동북의 한족들은 가을에 배추를 절여
큰 독에다 가득 넣어 복도에 놓아두고 온 겨울 먹는데 김치의 절임배추보다 너무 푹 숙성하여 그기에 다대기를 발라 다시 김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뭉덕뭉덕하다.
산동사람들이 청나라시기에 대거 동북에 진출하면서 배추를 심었는데 추운 겨울에 배추를 보관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온것이절임
배추이다. 개혁개방후에 동북에 살던 산동사람들이 산동으로 귀향하면서 절임배추 즉 쏸차이를 산동에 가지고 갔는데,배추풍년이
들어 배추가 안 팔릴때에 버릴셈치고 저렇게 밭 옆에 대충 절였다가 겨울에 먹기도 하더라! 바닷물에 절구면 소금값도 안 들
고~ 버릴셈치고 파묻어?둔것을 봄에 파내어 강물에 씻어서 부숙된 것은 걍 버리고 발효 된 것은 건져서 먹는뭐 대충 그런 것이다.
김치의 절임배추로는 절대로 못 쓴다. 그리고 중국에서 김치공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사람들인데설마 한국사람들이 저렇게
개념없이 배추를 절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