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개키다가
아들 내복 허리께가 헐렁하게 늘어진 것이 눈에 띈다
다른 쪽은 아직 새 것인데
허리가 끈 떨어진 연 날개 모양
널브러졌으니 고쳐서 입혀 야지 버릴 수는 없다
아들이 장가를 들었으면
그 의 아내이자 내 며느리는
두 번 생각 않고 버렸을 것이다
내복 허리께 어림잡아
늘어진 천을 당겨 골을 만들어 준 뒤
장날에 사 둔
노랗고 찰진 고무줄 핀에 걸어
솔~솔 빼고 당기다가
두 줄 합쳐 쏙! 빼내어
다시 주~욱 늘여 묶어 내 놓으면
아들은 아무 눈치도 못 채고 입겠지
내복 앞 쪽에
노란 찰고무줄 두 가닥이 삐죽이 엇갈려 묶여 대롱거려도
원래 옷이 이렇거니 여길 것이다
40 중반으로 가는 아들은
외모는 물론이고
걸치고 벗는 것에서
나 모르게 언제 어디서 큰 깨달음을 얻었는 가 매양 무심 태평이다
요즘
집에서 자고 나가는 매제가 (딸 식구들)
씻고 바르고 털고 하는 곁에서
매제가 벗어 둔 양말인줄도 모르고 끌어다 신고 있다
아들의
아무 생각이 없는 표정
눈,
아들의 눈은
어미에게도 동생에게도 매제에게도
뜻 없고 맥없는 시선으로 무심하기만 한데
가끔
어린 조카의 재롱에는
불꽃처럼 웃음이 터지고 눈 속에는 불씨 반짝인다
가끔이지만
통통한 어린 몸이 품을 파고들기라도 하면
..그 때 아들의 표정이라니 ...
울듯 말듯 한 감격스런 표정
차마 황송하고 귀해서 쩔쩔매는 폼 새,
그 눈꺼풀이 사라사 천 처럼 나풀나풀 떨리고
두껍게 굳은 검은 얼굴 살 색 위로 붉은 기마저 돈다
그 뿐이다 .....곧 제 자리 찾아 가는 무심이여
남편이 내 곁을 떠났을 때
그의 나이 29세였다
지금 내 곁엔 40 중반인 아들이 남편보다 더 오래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남편은
떠나기 몇 해 전부터
사사건건 나를 무시하고
경멸하고 구박을 일삼았다
나는 어른으로 시집을 왔건만
사는 동안 아이와 같은 권리밖에
가지지 못했으니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했으며
이리저리 치이고 끌려 다니고 소처럼 일을 했어도
손에 돈 한 푼 쥘 권리
맞고 다쳐도 항변하고 고소할 권리조차 없었던 것이다
남편의 눈,
나는 한 번도
그 눈을 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여겼는데
어쩌자고
기억 속엔 그 놈의 눈길에서 쏟아지던
모멸과 멸시의 촉수들이 아직도 심장에서 스멀거리는 가
어느 땐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맞닥뜨려 서늘하게 나를 가라앉히는 그 놈의 지긋지긋한 촉수들
아들의 눈 속엔 아무 것도 없다
살면서
그 아비의 행실이 떠올라
가만히 곁눈길로 훔쳐볼 때도 있는데
없다.
그냥 무념은 아니라도 무상하다
이 험한 세상에
눈에라도, 마음에라도, 힘을 싣고 살아야 하는데
내 아들 ... 걱정이다
내복에 끼워 넣을
고무줄 찾아 놔야 겠다
첫댓글 우리마음엔 언제나 희망이 있읍니다.
희망이 있기에 지나온 일들이나 오늘의 힘든 어려움을
이길수 있었읍니다.
지나가면 아쉬움조차도 남지않을 모진 일들을
우리에겐 희망 이 있었기에 모든것을 잊고 용서해 주었읍니다.
올해엔 소망하시는대로 꼭 이루어 지실것입니다.
'내 안의 나는 무지 예쁘다'
운선/이순자 작가의 수필집에서 나는 스물여섯에 남편을 잃은 새댁을 떠올린다.
서해안 내 어머니는 스물여섯 살에 시앗을 보았다. 남편을 빼앗기고...
내 어머니는 장터 가는 길 큰다리에서 세 아이/누나, 쌍둥이 형제를 껴안고 강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그 아들인 나는 곧 일흔두 살이 된다.
님의 글에서 또하나의 나를 꺼냅니다.
저도 생활품이 아까워서 못 버리지요.
음식 담아온 플라스틱 박스를 베란다에 가져가서 화분 밑받침으로 재활용하고,
... 궁색 떠는 것은 전혀 아니고요.
내복에 고무줄을 새로 끼어서 다시 입으면 추운 겨울은 어느새 물러나겠지요.
글맛 좋아서 제가 꾸벅 고개 숙그립니다.
저도 문학지에 글 하나 올리려고 글 고르다가 여기 삶방에 들어와 쉽니다.
오늘은 날씨가 맑고 따뜻하네요. 제 마음은 서해안 갯바다(대천해수욕장 부근)에 가 있지요.
올 2월 초 음력설 지내면 또 시골 내려가야겠습니다. 훌쩍 바람 쐬러요.
제 텃밭에는 버릴 것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다 소중한 자원이지요. 음식쓰레기는 퇴비로.. 헌 종이박스는 풀 나지 말라고 덮어두고,
찌그러진 양푼은 훌륭한 물그릇이 되어 물 담아서 식물에 뿌려주고요.
운선 님의 생활철학을 저도 많이는 닮은 것 같습니다.
비슷한 또래 같은디
아들이 사십 중반을 넘본다고여???
무쟈게 이쁘신게뷰ㅎ
일찌감치 뽑혀가시구~~^^
근디 스물 아홉
꽃다운 나이에~~~ㅉ
이미 가 버린 인연인디
측은지심으로 보시자구여ㅠ
이년동안 교회 주방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150여명이
행복한 배를 채울때 그때 입었던
앞치마를 세탁해서 널어놨습니다
몰랐는데 끈이 떨어진게 몇개 나오는군요
흰실로 붉은 실로 꿰매놓고
빙그레 웃습니다
다음 봉사 부장이랑 부원들이
또 입고 봉사하겠지요.
운선님에 아들의 고무줄처럼
또 새로운 기분으로요...
한 글안에 어미의 따스한 정과
질곡으로 살아온 여인의 한이
같이 녹아 있어요.
운선님...
헐렁해진 내복에 노란 고무줄 옷삔에 끼워
짱짱하게 해주던 어린 날의 엄마가 그리워지네요...
좀 풀리긴 했지만 아직도 날이 많이 차네요
항상 건강 유의 하세요
ㅠㅜ
골드 남매를 둔 어미맘ㅡ
어느날 부턴가 같이
늙음을 보게되더군요
눈도 ㆍ근육빠져가는 몸의
부분 부분까지도요
29살 에. 에고 참으로 그세월이 월메나 한이 맺힐까 싶네요
모하나 소중한게 없으니. 예전 엄니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심건조한 눈빛속에
조카의 포동살이 얹혀지면,
따끈한 불씨가 이는 아드님에게
깊고 귀한 인연의 강이 물길되어 흘러오길 빌어봅니다.
노란 고무줄 한 올이 풀어내는
쌉쌀달콤한 삶의 이야기가,
잘 익은 군고구마같기도 하고
잘 데쳐논 머위잎 같기도하여
맛진 글안에 포만한 유영을...
어떠한 소소한 소재도
운선님표 라벨을 달면
진품이 되어 명품이 되고...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엄마가 곁에 계셔서 아마도 무심 태평일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믿는 구석이 있는
아이들의 무심함,
암만 세월이 가서 어른이 되어도
그 믿는 구석은 여전할 것입니다.
아빠를 닮지 않았나 봅니다.
감사하게도.
착한 아들에게 착한 인연이 찾아 오기를~~^^
저 멀리 멀리
다시는 생각나지 않도록
훌훌 띄워보내고
새롭게 아들이랑
딸이랑 기쁨만 담고
함박 웃는시간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고난은 행여라도
곁에 맴돌지 못하게 담을 처두고
행복만 가득 채우시기를.
마음이.. 아련합니다...
운선님 가슴안에 멍울진
그 놈의 지긋지긋한 촉수들이 2019년에는 아들의 표정처럼
사르르 녹아내려 아물런 멍울 하나도 남지않는 평안의 마음이 가득했음
좋겠습니다
노총각 아들
내복 고무줄 끼워 주는것 요번으로 땡!!!!!
며느리가 그 내복 미련없이 달랑~버리더라도
인제 며느리 한테
아들 넘겨주는 경사가
올해 꼬~~옥
생기길 바랍니당^^
무상의 눈..아이들의 눈...
천사의 눈에 힘은 없지요.
단지,편안함이 깃들어 있을 뿐...
하느님께서는 간절한
엄마들의 기도를 더욱
빠르게 염두에 두시고
들어주실거예요.
제 느낌이 그럽니다.
조금 늦을지라도
그분은 늘,저희와 함께
하시면서 냇물을 건널때라도 등에 업고
건네주신답니다.
다만ㆍ우리가 그걸 모르고
살아가지요.
따뜻한 금요일 보내시길요.
차암 안봐도 오만원짜리 아지매같습니다...^^
어릴적 사리마다라고 했나요? 그곳에 그것도 검정고무줄을 옷핀인가에 끼워서 넣던 아득한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아드님이 아직 장가를 안가서 걱정이 많으시군요
40대 중반에도 결혼 생각이 전혀 없으신 모양입니다
올해 31살된 저희아들은 논할 자격도 없는 나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