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포 수변포차로
거제는 특이한 형태로 행정구역이 발전해 왔음을 현지에 와 머물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의 고현동(古縣洞)은 예전 거제에서 현이 있던 곳이다. 해방과 함께 한국 전쟁이 일어나자 포로수용소가 들어서 일시적으로 인구가 급격히 불어나 신현읍(新縣邑)이라 했다. 그 이전 조선 시대는 관아와 향교가 있던 거제면이 중심이었다. 어업 전진기지 장승포는 80년대 시로 먼저 승격된 적 있다.
거제는 거가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바깥세상은 통영과 교류가 잦았다. 통영 용남과 거제 둔덕 사이 견내량에는 거제대교와 신거제대교가 놓인 육로 교통이 열렸다. 그 이전부터 부산과 안골포와 진해 속천항에서 뱃길로 여객선이 운항했다. 한때는 부산에서 카페리가 장승포를 거쳐 통영까지 오가고 하청 실전항이나 고현항으로 여객선이 드나들었다. 앞으로 남부내륙 KTX철도 종점이다.
진해만과 인접한 곳이 장목면이다. 장목면은 거제에서 북단으로 진해와 부산이 가까워 구영이나 유호에서는 진해와 신항만이 빤히 건너다보인다. 장목은 진해 진동만으로 이어진 내해이고 바깥 외포와 대계는 대한해협으로 탁 트인 대구와 멸치잡이 어항으로 알려졌다. 장목에는 객사가 있는데 전시 수군 지휘부였고 지나던 관리가 묵던 숙소로 현감이나 유배객이 잠시 머물렀지 싶다.
거제는 행정구역 통폐합되기 이전 장승포는 시였고 그 밖은 거제군에 편입된 읍면이었다. 그러니 장승포가 거제에서 도시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진 곳이다. 장승포는 올해로 개교 100년을 맞은 초등학교와 덩그런 문화예술회관이 있었다. 구 여객선터미널은 카페리가 뜨지 않아 다른 용도를 물색 중이다. 어선이 정박하는 포구 선착장은 지심도나 외도로 오가는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다.
장승포는 고현과 옥포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었다. 인근 능포항 활어회센터도 조선 경기 침체로 손님들 발길이 뜸했다. 부산이나 진주에서는 고현보다 더 먼 땅끝인 장승포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다. 부산 경남과 서울이나 중부 내륙으로 떠나는 노선버스도 있다만 이용 승객은 많지 않은 듯했다. 터미널 곁에 몇 번 들려본 옥수 재래시장은 활기를 잃은 지 오래인 듯했다.
지난주 창원 관내에서 초등 교장으로 재직하는 대학 동기가 지방지 기사를 공유한 카톡을 보내왔다. 그는 지난날 교장 초임지가 거제라 떠난 지역 소식을 관심 있게 보는 듯했다. 내용인즉 장승포 수변공원 포장마차가 개업한다는 기사였다. 시청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위한 뉴딜사업이었다. 고객이 선호할 차림표를 개발하고 운영자를 모집해 시범 운영 이후 상시 영업에 들어간다고 했다.
하지가 지난 유월 넷째 화요일이다. 일과를 마치고 와실로 들어 옷차림을 바꾸어 길을 나섰다. 연사마을에서 옥포와 아주를 거쳐 장승포로 가는 10번 시내버스를 탔다. 일과 후 모처럼 바람을 쐬러 나선 걸음이었다. 거제로 건너온 첫해 재작년은 퇴근 후 갯가 탐방을 자주 다녔으나 작년은 코로나가 덮쳐 발길을 뚝 끊었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해서였다.
타고 가던 버스가 옥포와 아주를 거쳐 두모고개를 넘은 장승포 유람선 터미널 앞에 내렸다. 유람선 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수변공원이 널따랗게 조성되어 있었다. 이번에 수변공원에다 대형 컨테이너로 간이식당이 11곳 개업한다고 들었다. 저녁시간 야시장 형태로 퇴근길 회사원들이 식사와 함께 술을 들고 가도록 유인하는 장소란다. 장승포는 대우중공업조선소와 인접한 포구였다.
지방지에선 지난주부터 열흘간 시범 운영하고 이번 주말부터 영업을 한다는 기사였다. 현장에 나가보니 포장마차 주인들은 당초 일정에서 변경이 생겨 모레부터 가게 문을 연다고 했다. 수변포차 상황이 그러한즉 장어구이나 오징어순대로 맑은 술잔을 비우려던 꿈은 유예시켜 놓았다. 돌아서는 발길이 아쉬워 포구에서 멀지 않은 옥수동 재래시장 ‘옥수동집밥’을 찾아 한 끼 때웠다. 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