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세상의 질서란다.
몇 일전에 읽은 책에서,
임종을 앞둔
스승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제자에게
‘인간의 죽음도 세상의 질서’라고 하면서
오히려
제자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저며왔다.
세상에서의
영원한 이별인데 어찌 슬프지 않으랴.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도 제자에게
사표(師表)의 몸가짐을 잃지 않으려는
자존심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은 울고 싶을 땐 같이 울고,
웃음이 나올 땐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가장 인간적인 관계일 것이다.
젊어서
병으로 죽는 것을 병사(病死)라 하지만
늙어서는
병으로 죽는 것을 자연사(自然死)라 한다.
‘수(壽)를 다하고 죽었더라’
구약성경에서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 이삭, 다윗 등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다.
Dry한
시세말로는 늙어서 죽었다는 말이고
그게 자연의 이치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그 ‘세상의 질서’앞에서는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또
그래야 본인도 편하고 주위 사람들도 편해진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 겸손이란
타인에 대한 겸손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겸손이다.
노년에는
삶의 경륜이 많은 만큼
후회되는 일들도 많게 된다.
어떤 기대를
충족 시키지 못한 결과에 대하여
내 탓을 하는 게 바로 후회라는 말이다.
남 탓을 하는 게
올바른 삶의 태도가 아니듯이
내 탓을 하는 것도
스스로의 삶을 건조하게 만든다.
자연치료센터에는
‘내 몸의 주치의는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마찬가지로
그 어떤 후회에 대하여
나 스스로 용서할 수 있는 여유가
‘자신에 대한 겸손’이다.
용서란 베푸는 것이니
그게 자기자신에 대한
적선(積善)이 되는 셈이다.
자신에게든
또는
남에게든 적선을 하다 보면
그게 에너지(氣)가 되어서
악보에서의 되돌림 표처럼
자신에게 되돌아 오니
그만한 투자도 없을 것이다.
하여,
아름다운 저녁노을의 장관에 감탄하듯이
자신의 황혼(黃昏)에도
스스로 감탄할 수 있다면
그게
멋진 인생이 아니겠는가?
by./소석
출처: 정든 삶,정든 세월 원문보기 글쓴이: 地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