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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의 시간동안 그들의 축제를 넋을 놓고 구경하고있었을까..
소준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을때 분명자신의 옆에서 함께 축제를 구경하던 미상이 사라지고만것이다.
급히 주변을 둘러본 소준은 어디에서도 미상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자 금새 방금전까지 해맑게 축제를 구경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채 안그래도 하얀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미상-!!!"
저잣거리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미상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그 많은 사람들틈속에서 어린 미상의녹색비단자락은
보이질않았다.
이제 소준에게 백성들의 처음보는 축제고 폭죽이고뭐고 그 어떤것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저 잃어버린 미상을 다시찾는것만이 소준의 일순위였다.
"미상... 어디간거야.."
한참을 뛰어다닌 소준은 어느 가게의 처마 끝자락밑에 지친몸을 이끌어 주저앉아버렸다.
턱까지 차오른 숨은 금방이라도 턱 하고 막혀서 심장이터질것만같았지만 소준은 그 자리에 앉아서도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혹시라도 미상의 모습을 보지 않을까 정신을 바짝 곤두세우고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소준이 둘러보는곳에는 미상의 모습은 보이질않았고 그저 백성들이 제 축제에 축 빠져 이 어린 아이가 홀로
길거리에 주저앉아 제 친구를 찾는것을 알지못하고 지나칠뿐이었다.
"어라? 이봐 꼬마아가씨, 왜 여기 혼자있는거지?"
바쁘게..정신없이 소준을 그냥 지나쳐버리던 많은 사람들 틈에서 키가 훤칠한 남자가 술냄새를 풍기며 소준에게 다가왔다.
넙적한 코에 바윗돌만한 왕점이있는 그의 얼굴은 흡사 메기와 닮았고 술을 얼마나 마신건지 소준은 그 남자가 다가올수록
도저히 코를 막지않고서는 그와 이야길나눌수없었다.
"내 자매를 잃어버렸다. 녹색비단옷을 입었는데 혹시 보았느냐?"
메기를 닮은 남자는 소준의하대하는 말투에 살짝 빈정이 상했던듯 미간을 꿈틀이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소준을 바라보았으나
이내 표정을 고쳐먹고는 징그러울만큼 생글생글웃는 얼굴로 바꾸었다.
"아~! 아까 그 아가씨말입죠?! 녹색비단옷을입은! 보았습죠! 보았구말구요. 보아하니 귀한집 아가씨인것같은데... 이런데서
이러고계시면 안돼죠. 제가 자매분이있는곳으로 모실테니 가시죠?"
미상을 보았다는 말에 소준은 무턱대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를 따라가려했다.
허나 아무리 어린아이라해도 여자의 직감이라는게있는데... 왠지 그 메기같은 남자는 쉽게 믿을수가없었다.
결국 소준은 그 남자를 따라 두어발자국 움직이다가는 자리에 멈춰서버렸다.
"아니다. 그냥 관군들에게 말하는것이 낳겠구나."
"아니! 무슨말입니까?! 제가 그 꼬... 아니 아가씨를 보았다고 하지않았습니까!?"
순순히 자신을 따라오는듯하던 소준이 뜻하지않게 마음을바꿔 관군에게 도움을 청하겠다하자 메기남자는 금새 얼굴 표정이
똥씹을 표정으로 바뀌면서 소준을 추궁하였다.
"그냥 관군에게 도움을 청하겠다하지않았느냐! 그대의 도움은 마음으로만 받겠다. 그러니 그만 돌아가보아라."
소준은 아직 어렸지만 말투하나하나에는 황실의기품이 잔뜩 묻어있었다. 이래서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중요하다 하는가보다...
소준은 사내에게 자신의 뜻을 말하고는 그 길로 뒤돌아서 관군을 찾아가려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소준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강제로 소준을 끌어가려하였고 굳이 보지않아도 그것이 메기같은 남자라는
걸 알수있었다.
입이 틀어막힌채 그대로 남자에게 끌려가게생긴 소준은 갖은힘을 다해서 발버둥치다가 남자의 손을 입으로 힘껏 깨물어버렸다.
"아윽!아.....!"
얼마나 세게물었는지는 남자의 손만 보아도 알수있을것이다.. 남자의 새끼손가락 밑둥부분에선 반달모양의 이 자국과함께
홍매화꽃잎보다 더 붉은 피가 줄줄이 흐르고있었다.
그때를 놓치지않은 소준은 남자가 손을 부여쥐며 아파하고있을때 있는힘을 다해서 달렸고 소준의 뒤에선 남자가 잔뜩 독기가
오른채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있었다.
소준이 아무리 달리기가 빠르다하더라도.. 거추장스러운 비단치마를 입은 어린 여자아이가 성인남자의 달리기 속도를 이겨
내지는 못할것이 분명했다.
소위 말하는 젖먹던 힘까지내서 달린 소준은 어느 초가집모퉁이를 돌았을무렵 누군가 소준의 팔목을 힘껏 잡아채 끌어당기는
걸 느꼈다. 그 힘에이끌려 소준은 어느 초가집의 집과 집사이의 어두운 골목으로 빨려들어갔고 골목입구에 세워져있던 낡은
수레 뒤쪽에 주저앉아버렸다.
"쉿-"
어둠속에서 소준을 끌어당긴 자의 모습이 어렴풋이보였고 희미하긴했지만 그는 소준과 엇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였음을
알수있었다.
남자아이는 소준과함께 수레 뒤쪽에 숨어 소준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는듯 검지손을들어 자신의 입에 가져다대며 쉿소리를냈다.
이윽고 소준을 뒤쫓아온 남자의 인기척소리가들렸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그는 혼자가아니었다.
여러명의 건장한 남자들과 같이 달려온건지 사내는 소준을 놓친 그 골목어귀에서 어느길로가야할지 방향을 잡지못한채
갈팡질팡하고있었다.
"제길 놓친건가? 그 쬐그만 기집애가 잘도 도망치는구만!"
사내는 여전히 피가흐르는 손을 흔들어 툭툭 핏방울을 털어버리면서 제 곁에 서있던 남자를 향해서인지 아니면 혼잣말인지를
중얼거렸다.
"그러게말야. 오랜만에 건수하나잡는가했더니. 그 기지배 딱 보아하니 여간 지체높은 집안의 딸내미같아보였는데 말야.
한몫 단단이 챙길수있는 기회였는데.."
"이대로 놓칠순없지. 얼마만의 건순데.. 삼돌이랑 복철이는 이쪽길로가고 민구 호철이는 나를 따라와 ! 저쪽길로가보자.
그 기지배 멀리는 못갔을거야!"
사내들은 두 패로나뉘어 종적을 감춘 나를 뒤쫓기위해 달려갔고.. 그들이 사라진후에도 혹여나 그들이 다시오지는 않을까
조용히 숨죽여 그곳에서 바깥동태를 살피던 나는 이젠 그들이 오지않을거란 확신이 들고 나서야 그동안 참아왔던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젠 괜찮을거야."
소준을 구해준 남자아이는 바깥을 한번 살펴본후 말을꺼냈다. 소준은 다시한번 조심스레 바깥을 살펴본뒤 그제서야 골목에서
빠져나올수있었다.
사내들이 사라진 골목엔 조용한 정적만이 흐를뿐이었다.
"고마워."
소준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아까보단 한결 밝아진 얼굴로 남자아이에게 고맙다는말을하였고 인사를 받은 남자아이는 그저
멋쩍은듯이 웃기만했다.
"근데 무슨일이야? 왜 저 험상궂은 남자들한테 쫓기는고있어?"
"설명하자면 좀 길어...어쩌다 보니 그렇게됐어.."
소준은 그 일을 설명하자니 골치 아프다는듯 두눈을 감았다 지긋이 뜨며 말했고 남자아이는 대충알겠다는듯 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빠져나와 그나마 밝은곳에서 남자아이의 얼굴을 본 소준은 그 아이의 얼굴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분명... 어디서 본얼굴이었었다.
"어..혹시...? 지난번에 오색잉어..!"
그렇다. 소준은 제대로 기억해내었다. 어젯밤 열렸었던 연회에서 오색잉어를 구경하고있었던 그 사내아이가 분명했다.
소준이 그 아이를 기억해낼수있었던 가장큰요인은 그때와 바뀌지않은 회남색의 볼품없는 옷차림때문이었다.
"아...!너 그때 그!!"
잠시 갸우뚱하던 남자아이는 그제서야 자신도 소준이 기억이났는지 놀란표정으로 소준을 쳐다보았다.
"여긴 어떻게 나온거야?"
남자아이는 이시간 이장소에 소준이있다는것이 의아하다는듯이 되물었고 소준은 그때서야 자신이 왜 지금 이곳에있는지
잊고있던 것들이 떠올랐다.
"폭죽.. 미상..!!!!"
낯선 남자들에게 급하게 쫓기다보니 자신이 미상을 찾고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있었던 모양이다.
"미상...내 자매야. 같이 황궁밖으로 나왔다가 잃어버렸어. 찾아야해.."
잃어버린 미상을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진 소준은 다시금 얼굴이 낫빛으로 바뀌었다.
미상을 잃어버린채 혼자 황궁으로 돌아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은 축제때문에 사람들이 많아서 찾기 쉽지않을수도있어. 내가 도와줄께."
남자아이는 얼굴색이 어두워진 소준을 보곤 한치의 망설임없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왠지 모르게 이 아이는 믿을수있었다. 아까전 자신을 구해줘서일까... 남자아이에대한 믿음으로 사라진 미상을 찾기위해
다시 사람많은 저잣거리로 나간 소준은 어디선가 자신을 찾고있을 미상을 찾아다녔다.
물론 그 남자아이와 함께...
하지만... 역시 소준은 어린아이긴 어린아이인가보다.. 미상을 찾아돌아다니던중 갖가지 신기한 물건들을 파는 만물상가게
앞을 지나던 소준은 그곳에서 파는 요상할만큼 신기한 물건들을 보며 잠시 정신이 팔려버렸다.
주설국과 어영국의 물건들..그리고 지금은 전설속의 이야기로만전해져내려오는 세상저편의 또 다른 세상인 주나라의
물건이라는 어예쁜 장식빗도 만물상의 한쪽에서 그 예쁜 빛을 발하고있었다.
이곳 저잣거리는 그동안 소준이 살아왔던 황궁이라는곳과는 또다른 아니 전혀다른 세상이었다.
이제껏 소준이 알고 지내던것들이 거짓이라고할만큼 그곳은 신기하고 어마어마한것들로 가득차있었다.
황궁에서는 다달이 보석과 갖가지 장신구들을 들여오는 보부상이있었는데 소준의 어머니인 황후가 그 보석장신구들을 구매
하던때 옆에서 구경했던 소준으로선 장신구의 종류와 모양이 이렇게까지 다양하고 많은지 몰랐다.
보부상이가져왔던 장신구들의 종류의 몇배 아니 몇백 몇천가지의 달하는 종류의 장신구들이 이곳 저잣거리의 상점에서 판매
되고있었고 또한 서민들이 주로사용하는 값싼 옷감부터 비싼 비단옷감 그리고 주방용품, 도자기, 사기그릇, 과일, 쌀,붓,종이
, 책,신발, 닭과 돼지 등등등 이곳 저잣거리에서는 없는것이 없어보였다.
필요한것이있으면 언제나 시녀들이 대령해오는 황궁과는달리 이곳에선 자신이 직접 필요하고 갖고싶은 것 을 이것저것 비교해
보면서 고를수있었다.
"이거봐."
소준은 얼굴에쓰는 탈을 파는 상점앞에 멈춰서서 가게앞에 진열되어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탈을 가르키며 남자아이에게 말
했다. 흡사 도깨비모양의 탈은 아까전 미상과같이보았던 탈춤에서 사용되었던것과 비슷한모양이었다.
"치우천왕탈이야. 옛날에 저쪽세상에 살던 왕의 얼굴이래."
남자아이의 설명을 들은 소준은 이해하기어려웠다. 왕...무슨 왕의얼굴이 저렇게 못생겼어.. 거기다가 무섭기까지...
소준은 자신의 아버지얼굴을 떠올리며 가면과 비교해보았다.
저 탈의 모습은 자신이 아는 왕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달랐다.
소준이 탈과 자신의 아버지.. 그러니까자신이 항상 생각하던 왕의 이밎와 비교하고있을때 남자아이는 그 탈 옆에있던 우스꽝스런
모양의 각시탈을 얼굴에뒤집어썼다.
그리곤 아까전에 탈춤쓰던 사람들이 그랬던 마치 자신이 각시라도된듯이 요염한 자세로 쿵덕쿵덕 춤사위까지 벌였다.
"하하하, 꼭 그러니까 진짜 각시같아."
그 광경을 본 소준은 그 아이를보며 박장대소를하였다. 분명 황궁에서 이렇게 웃었으면 조신하지못하다고 시녀들에게 한소리
들었을것이다.
소준은 자신도 탈하나를 뒤집어쓰고는 남자아이를 따라 우스꽝스런 춤사위를했다.
이제껏 황궁에선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렇게 마음껏 소리내어 웃고 정해지지않은 동작으로 제멋대로 춤도춰보고...
황궁에서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것들이다...
소준과 남자아이는 탈집을 지나 만물상앞에서도 신기한것들을 구경하며 놀았고 닭과 돼지를 파는 가게앞에서도 그것들을
구경하면서 놀았다. 미상을 찾고있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잊은채........
얼마의 시간이 또 흐른걸까... 저잣거리를 휘저으며 이곳저곳 구경다닌 소준과 남자아이는 저잣거리 중앙에서 펼쳐지는
광대들의 극을보기위해 많은사람들 틈을 뚫다가 그곳에서 광대놀이에 정신팔려있는 미상을발견했다.
"미상!"
그제야 미상이 다시 떠오른 소준은 마음한켠에서 밀려오는 자책감을 어찌할바몰라하며 급히 미상에게 달려갔다.
"어 소준. 어디있었던거야?"
미상은 생각했던것과 많이 다르게 해맑게 웃으며 대수롭지않다는듯 소준에게말했다.
둘이 헤어진후 미상은 그닥 많이 놀라지않은채 이곳에서 광대놀이를 구경하고있었나보다...
가슴한켠으로 미상에대한 미안함과 또 한켠으로는 안도감을 느낀 소준은 이제쯤 궁에선 자신들을 찾느라 한바탕 난리가
났겠구나 생각을하고는 황궁으로 돌아가기위해 발길을 돌렸다.
"이제 가자 미상."
"어? 벌써? 요거쪼금더 보고싶은데.."
"안돼, 너무 늦었어. 지금쯤 난리가났을거야."
"..치...그럼 어쩔수없지..가자."
소준과 미상은 서로의 손을 꼬옥 붙들고 많은 사람들 틈속에서 나왔고 소준의 뒤를 따라온 남자아이가 소준의 옆에있는 미상을
바라보면서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자매를 찾은거야?"
"응. 이젠 돌아가봐야겠어. 오늘 여러모로 고마웠어."
저잣거리를 빠져나와 황궁의 커다란 문 앞에 다다른 소준과 미상.. 그리고 남자아이는 그곳에서 짧은 만남의 작별을 고하며
서있었다.
"아니야, 나도 간만에 저잣거리 구경해서 좋았어."
남자아이는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이름이 뭐니?"
소준은 짧지나마 같이다니며 친해진 이 남자아이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난 연우야. 하늘골에서 온 연우."
"연우... 나는 소준이야. 우리 친구하자."
소준의 뜻밖의 제안에 연우는 조금 당황한듯 멀뚱이 소준을 바라보다가는 이내 싱긋웃으며말했다.
"응, 그래 친구.. 잘가! 다음에 꼭 다시봐!"
"안녕! 연우야.."
소준은 황궁으로 들어가기직전 자신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전하는 연우에게 함께 손을 흔들어주면서 작별인사를했다.
연우...하늘골의 연우...웃는모습이 너무나 예쁜 참 좋은 아이인것같다.
소준은 그날의 짧은 만남의 뒤로한채 황궁의 커다란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언젠가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면서...
-황녀외담-
<황녀...Hero> 두번째인물...
연우(淵優/아역:유승호 / 성인:조현제)
-깊은 산속에 자리한 '하늘골'이란 곳에서 자란 소년으로 제법 검을 다룰줄안다.
어려서 부모를잃고 마을 촌장의 손에서 길러졌다.
하늘골특산품인 천연염색한 옷감은 태조선국에서 알아주는 옷감이다. 하지만 주로 황실에 공납품과
자신들이 먹고살만큼만 만들뿐 대량생산으로 이윤을 남기려하지는 않는 소박한 마을이다.
황궁에서 큰 연회가열려 하늘골에서 천을 진상하러오자 촌장을따라 황궁에왔다가 소준과 처음만나게
된다.
첫댓글 너무 잼서요 ㅋ
재밌게있으셨다니 다행이에요 ㅠ ㅋㅋㅋ
담편기대~
네 ㅋㅋ 빠르게 담편올릴게요!! ㅋㅋㅋ
ㅋㅋㅋㅋ너무 잼있어요~
황녀는 황제의 딸인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