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꽃자리”
지난주 이야기는 “오지랖” 이었습니다. 실속 없이 오지랖만 넓은 제 이야기였는데 회사 업무도 오지랖 넓게 主 專攻없이 모든 것을 조금씩 합니다. 오늘은 책 이야기를 드릴 차례인데 순서를 바꿔 살아가는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인도의 수천 년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카스트제도는 브라만(승려, 종교인), 크사트리아(왕, 귀족, 정치인), 카이샤(상인, 농민), 수드라(노예, 천민)로 4가지 계급이 정해져 있는데 거기에도 끼지 못하고 오물수거, 사체처리, 세탁, 구걸할 권리만 있는 달리트라는 계급도 있습니다. 12억 명의 인도인구중 수드라는 전체인구의 50%~80%, 달리트는 인구의 15%~20%라고 하는데 인도는 1931년 이후 계급별 인구조사를 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가 없지요. 2014.5월 시장에서 홍차를 팔던 천민 출신이자 구자라트 주지사인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가 되었습니다. 모디는 경제부흥과 외국인 투자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압승을 한만큼 전기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인도에서 발전소운전과 정비, 노후발전소 개조공사를 수행하는 우리 회사의 시장이 커질 것입니다.
마침 서울대CEO과정에서 교육을 같이 받은 미래창조과학부 최호권국장님이 인도대사관 참사관으로 발령 받으셨기에 인사겸 인도에 가시게 되면 한전KPS 사업을 잘 도와달라는 부탁 메일을 보내드렸다. 몇 번씩이나 오붓하게 쐬주 한잔 하자는 약속이 지켜지지 못해 아쉽게 되었습니다. 송별식때 한잔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인도에 가신다니 부탁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의 당선으로 전기사용량이 늘어나고 우리 회사의 사업기회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우리 회사는 자본 투자 없이 기술로 인도에 진출하여 돈을 버는 회사이고 지난번 박근혜대통령 방문 시에도 대사께서 우리 회사 홍보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한전KPS를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인도지사장은 저하고 입사동기이자 절친 인데 부임하시게 되면 잘 부탁드립니다.
최국장님에게서 답장이 왔다. 감사합니다. 한사람의 한전KPS 요원이 되어 열심히 뒷받침 하겠습니다. 임실장님이 보내주신 집안 서열 5위라는 글을 보니 이전에 본 TV광고가 생각납니다.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와 현관에 들어서며 외칩니다. 아빠 왔다... 애들과 와이프는 게임등 각자의 관심사에 빠져 아무도 대꾸도 반응도 나와 보지도 않습니다. 아빠가 씻고 잠시 소파에 앉아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납니다. 딩동 딩동 택배요! 애들과 와이프가 네~~하면서 하던 것을 집어 치우고 현관문으로 일제히 달려가죠. ㅎㅎ~~ 더위에 휴가도 다녀오시고, 건강도 조속히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8.11일 저녁에 뵙고 출국인사 드리겠습니다.
최국장님의 인터넷 雅號(메일 닉네임)은 “꽃자리”입니다. “꽃자리”는 머물던 자리에 꽃향기가 가득하게 처신을 하겠다는 뜻이라 짐작되며 여기서의 “꽃”이란 흔히 조직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업무량은 많지 않으면서 이권을 많이 챙길 수 있는 “꽃보직”을 뜻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꽃자리”는 公職이나 私職이나 항상 머문 자리가 향기로워야 한다는 것은 제 생각과 일치하는 아호입니다.
최근, 공직과 공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원자력마피아, 관피아, 철피아, 모피아등으로 인한 이권개입, 횡령, 독직 등의 폐해가 신문의 머리기사로 도배되는 작금의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내에서도 후배들이 부임해서는 선배들이 깔아 놓은 꽃으로 인해 아무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전임자의 마땅한 도리이나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새로운 임지에 도착해서 상황을 파악해보면 음식점에 외상이 깔렸거나, 처리하지 못한 일거리가 산적해 있거나, 민원이 제기될만한 사항들은 착수도 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처신하는 사람들, 마피아들은 극소수입니다.
공직에 계신 분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공무원과 공기업에서는 팀웍으로, 조직으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의 역량으로 업무를 하기 보다는 각자의 업무가, 각 조직의 업무가 Systematic하게 돌아가게끔 되어 있어 특출난 사람이 눈에 띄는 경우가 드물고, 사기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甲男乙女 투성이인 집단이 정부이고 공기업입니다. 하지만 송별식에서 만난 최국장님은 벌써 인도의 경제뿐 아니라 역사, 사회, 문화등 인문학에 대해서도 통달해 갑남을녀가 아닌 群鷄一鶴으로 변모해 계셨습니다.
인문학을 하게 되면 사람이나 사물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하는데 공부를 시작한 초짜의 눈으로 판단하는 것이라 오류가 있겠지만 감히 외교관으로서의 성공을 예견해 봅니다. 나라를 생각하고 후배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머문 자리가 아름답고 향내 나는 “꽃자리”는 잔디가 퍼져나가듯 넓어질 것입니다. 최국장님은 새로운 임지인 인도에서 “꽃자리”를 넓혀 가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PS1: 송별식은 최국장님의 요청에 의해 간소하게 치러졌다. 동기들 소식을 전하는 Band에 공지 하지 않고 알음 알음으로 소식을 전해들은 서울대 정현교주임교수님, 한전 박중길처장님, 서부발전 이동백처장님, 한빛디엔에스 이현화대표님, LS전선 황남훈상무님, 파워닉스 윤광희대표님, KBS 윤영미실장님이 참석하셨고 김한표의원님은 외유중에 장도를 축하해 주는 말씀을 전하셨다.
PS2: 헤어짐이 아쉬워 2013.12.23에 끄적거렸던 CEO과정 인물평을 열어봤다. 최호권 미래창조과학부 국장님에게서는 고위공무원의 근엄한 자세를 찾을 수 없었다. 입학식 때부터 조용하셨지만 수업 중에도 조용하셨다. 하지만 倚天屠龍記(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무림 고수의 기운이 느껴지는 분이다. 산행도 고수이시고 음주도 입신의 경지에 달하셨고 약주 한잔 하신후의 친화력이 대단하시다.
2014.08.18 기술개발실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