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슴입니다
백 육십 칠 센티의 키에
오십 육 킬로그램의
건강하던 그녀의 몸은
이제
삼십 사 킬로그램의
뼈만 남은 모습과
허리를 펼 수 없어
꾸부정하게
휘역휘역
걸어가는 그녀를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는
아픈 가슴입니다.
"정신력이 없으면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 었를겁니다."
담당의사의 말처럼
놀라운 그녀의 정신력은
아픈 가슴입니다.
매일
밤새워 구토를 하며
석 달이 넘도록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삼십 구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그녀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합니다.
그
강한 정신력도 의식을 잃고
정신이 들기를 반복하면서
이젠
흐릿해지는 기억과
가죽만 남아
어쩌다 검사를 한다고
피를 뽑으려 해도
늘어지고 탄력을 잃은 피부는
주사기 바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오늘 새벽엔
내 손을 꼭 잡고
"여보! 내가 정신이 남아 있을 때
하는 말이니 잘 들어요."
행복했던 지난 얘기며
집안 구석구석의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못 다한 말들을
힘겹게 쉬엄쉬엄하는
천사 같은 얼굴은
아픈 가슴입니다.
봄이 오는 어느 날
누워버린 그녀는
다시 봄이 지나도
일어 날 줄 모르는
아픈 가슴입니다.
어느 수녀원에서는
일년이 넘게
그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숱한 사람들의 관심과 정성도
그녀를 아직 일으키지 못하는 것도
시원스레
물 한 모금 마시고
밥 한 그릇 맛있게 비워 보는게
소원이라는 그녀의 말은
아픈 가슴입니다.
이렇게 누워 있어도 좋으니
아프지만 않고
내 곁에 살아만 있어도 좋겠다는
그녀의 말은
아픈 가슴입니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절망 속으로 가는 그녀의 아픔은
산산이 부셔지는
내 가슴의 아픔입니다.
그녀는 내게
예쁘고 착한 아내이며
아이들에겐 언제나
좋은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잔뜩 찌뿌린 하늘을 보며
그저 부셔진 가슴이나마
응어리 되어 남지 않게
기도해 봅니다.
아이들과 내 가슴에...
- 김진학 -
첫댓글 아픈시군요...ㅜ
김진학.. 동명이인이 많은데..영천출신?
사별등..간단한 이력이라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