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KTX를 타고 '강릉'으로 갔다.
강릉역 부근 어느 호텔에서 1박하고 금요일 06시 첫 배에 승선해 '울릉도'로 향했다.
과거에 '대마도' 여행 시에 겪었던 트라우마가 있었다.
부산항을 출발할 땐 괜찮았으나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갑작스럽게 일기가 돌변했다.
돌풍이 몰아쳤고 4-5미터 파도가 엄습했다.
높은 파랑 때문에 현해탄에서 죽음의 손짓을 경험했던 터라 제발 바람이 없기를 기도했다.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좋았다.
검푸른 동해바다는 곱게 펼쳐진 실크 원단 같았다.
매끄럽게 미끄러지듯 항해했다.
'저동항'에 도착해 미리 예약해 둔 렌터카를 타고 기분 좋은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2곳의 명승지를 돌아본 뒤, '나리분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나리분지'는 '성인봉' 산행의 '베이스캠프'였다.
첫날의 목표는 단연 '성인봉'에 오르는 것이었다.
나에게 '성인봉'은 이번이 두번째였으나 아내에겐 '처녀산행'이었다.
그만큼 울릉도는 큰 마음 먹지 않으면 쉽게 오갈 수 없는 머나먼 땅이었다.
하산 후 싱싱한 횟감으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예약해 둔 펜션으로 들어갔다.
마음씨 곱고 인심 후하신 사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 분은 공직에서 정년퇴직을 한 뒤에 울릉도에 정착한 지 13년째라고 했다.
무엇이든지 퍼주고 싶어하는 동네 이장님 같은 너그러운 분이었다.
그 분은 펜션과 식당(사모님) 그리고 드넓은 농장을 경작하고 있었다.
농장엔 '더덕'과 '명이나물' 등 몇가지 울릉도 특산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마침 작은 포크레인을 동원해 더덕을 수확하는 기간이라 무척 바쁘다고 하셨다.
그 집에서 2박 하는 동안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 점이 더욱 감사했다.
모른는 분이지만 마음을 열어둔 채 대화하다 보면 깨닫는 점들이 많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었고 또한 배움의 일면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배움과 느낌은 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다.
'독서'는 마음으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살아보니 정말 그랬다.
또한 성숙과 지혜의 원천이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도동항'에서 출발해 망망대해로 나갔다.
동해바다 한가운데 우리 민족의 자랑이자 비원인 '독도'가 그곳에 있었다.
독도 방문 후 멋드러진 해안길 트레킹도 했으며 울릉도의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탐방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또 사장님과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이틀째 저녁, 사장님이 그러셨다.
하루 종일 더덕을 캐느라 허리가 뻐근하다고 하셨다.
토질 좋고 깨끗한 울릉도의 더덕이라니.
나는 궁금했다.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수확물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창고로 안내해 주셨다.
"오메 오메. 이럴 수가"
씨알이 엄청 굵고 튼실했다.
향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5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사장님이 덤으로 몇 뿌리를 더 담아주셨다.
어젯밤, 야간 운동을 마치고 더덕을 손질했다.
주방용 솔로 한 뿌리 한 뿌리를 정성스럽게 씻어내고 보니 잘 생긴 놈들이 방긋 방긋 환한 미소를 건넸다.
베란다에 이틀 정도 내놓아 수분을 뺀 뒤 '더덕찜'과 '더덕무침'을 만들어 먹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더덕주'도 한 병 담가야겠다.
나중에 풍미 진한 더덕주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음식이든 술이든 같이 먹고 함께 마셔야 제맛이니까.
'더덕' 뿐만 아니라 '명이나물 장아찌'와 '부지깽이 나물'까지 함께 구입했다.
입도할 땐 홀쭉했던 배낭이 뭍으로 나갈 땐 다양한 농작물로 인해 묵직했고 빵빵했다.
마음씨 곱고 넓으신 울릉도 펜션 사장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는 아침이다.
언제까지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한다.
오늘도 최고의 하루가 되길 빌며.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멋진 울릉도 여행이었네요.
자연을 벗삼는 발걸음에 늘 행복과 건강이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