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 언니~ 거기 이쁜 언니 전화받으세요~ '
오늘은 일진 회의가 있는 날인데 깜빡 잊고 늦잠을 자서 허둥지둥 대던 차,
귀찮게 왜 전화까지 울리는지...
화장대에서 화장을 손보고 있던 나는 침대에 던져져 있는 핸드폰을 그대로 둔 채
화장 고치기에 전념했다
'언니 정말 안받을거야? 언니언니~'
내 참... 이쁜 언니 전화받으란 소리만 듣고 벨소리로 저장해놨더니
귀찮은 동생 하나 생긴거 같아서 짜증스럽다...
'야 이 개년아 전화 안받을래!'
... 헉...
난 벨소리에 이런 부분까지 있는줄은 몰랐다...
젠장... 입술을 씰룩거리며 핸드폰에 다가가자 찍힌 번호는...
[ 강현아 ]
'왜'
딱딱한 내 말투에 화가 난 듯 씩씩거리는현아
'넌 전화를 만들어서 받냐?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나 늦잠자서 바쁘단 말이야... 화장 고치고 있어... 좀있다가 보자'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잠깐!! 공지은 잠깐!!'
'왜'
현아는 갑자기 조용히... 속닥속닥 거렸다
'... 뭐라는거야... 하나도 안들려...'
'아씨!! 그러니까... 우리 오늘 바다가자...'
내가 잘못들은거겠지?
'뭐라고?'
'... 오늘 바다가자... 헌팅하러...'
'... 니년이 단단히 돌았구나? 오늘 일진회있어'
... 실로 엄청나게 무섭다는 우리 학교 일진회를 빼먹자니...
모르고 있는거겠지... 사실 그정도 배짱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학교에서 일진회를 빼먹은 사람은... 우리 대에는 한명도 없었을정도로...
'... 알고 있어... 하지만 방학이잖아...'
'... 방학이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이 뜨거운 햇살 아래 멋진 남자들의 수영복이 기다려지지 않니? 야아~ 가자'
... 그러니까 왜 하필 오늘이냐고...
'... 내일가자'
'... 오늘...'
'... 내일가자...'
'... 오늘...'
결국... 내일이라고 조르던 나는 폭발해서...
'왜 도대체 오늘밖에 안된다는건데!! 왜!!'
내 말에 현아는 쿡쿡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 나 공짜표 생겼다~ 기차푠데 공짜야, 근데 오늘까지란 말이야... 어제 짐정리하다가 찾았어...'
'... 공짜... 표?'
'... 그래, 기차표값이 얼마나 비싼데!! 공짜래 공짜, 공지은, 공짜래~'
나에게 공짜란 말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나는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 머리는 지금쯤 다 훌러덩 까져서,
아니 태어났을때부터 머리가 안났을지도 모른다.
'... 몇시에... 갈건데?'
'... 후훗, 아무튼 공지은! 삼십분 있다가 내가 니네 집 앞으로 갈게'
'... 삼십... 분? ... 그래... 가 아니잖아!! 그때는 일진회 있다니까!!'
'알고 있다니까?'
넌 아무리 학교 대장이 니네 오빠라지만 어떻게 그렇게 태평할 수 있는거냐...
넌 진서오빠가 얼마나 무서운줄은 알고 있는거야?
'... 난 진서오빠 무서워 현아야... 분명 날 때릴거야...'
'나와 진서씨는 핏줄이야 핏줄, 하나뿐인 혈육이라고! 나만 믿어!!'
'... 그래도 난 무서운데...'
하지만 어느새 나는 내 전화를 어깨와 귀에 고정시켜놓고 자유로운 두 손으로 가방을 싸고 있었다
... 어쩔 수 없잖아... 오늘이 아니면 공짜가 아니라는데...
이건 분명히 현아 니 잘못이야, 니가 꼬드긴거라고!
'... 니가? 웃기고 있다! 아무튼 삼십분 있다가 갈게 기다려!'
'그래'
전화를 끊고 혹시나 누군가가 이런 나의 행각을 눈치챌새라
조심스레 대충 싼 가방의 지퍼를 잠그는 순간
'너 어디가?'
'... 하하... 가긴 어딜가, 일진회 갈 준비하는거지'
내 어색한 웃음에 인상을 팍 구기는 나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
... 아주 사랑스러워서 뼈까지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어주고 싶은 남동생 공지효였다
'... 넌 일진회에 여행가냐? 너 혼자 일진회냐고'
그런데 저자식이 듣자듣자 하니까 내가 지보다 살아서 365일을 더 살았는데 어따대고 자꾸 너래!
'야! 나 니 누나다'
'... 그래서?'
... 그래서? 호오라~ 넌 내가 힘주다 끊겨서 다시 뱃속으로 들어간 똥덩이정도로밖에 안보이냐?
'너 공지효!!'
'... 진서선배한테 공지은 도망간다고 전화해드려야지~'
핸드폰을 꺼내고 나를 보며 사악하게 웃는 녀석을 보며 나는 곧... 비굴해졌다
'... 지효야~'
'왜'
'아잉~ 누나 마음 알면서'
'몰라'
나는 눈을 감고 호흡을 정리했다
저 씹다버린 껌딱지 같은 녀석의 행각을 참기 위해서...
'... 지효야, 한번만 봐줘잉, 누나가 지효 사랑하잖아'
'... 죽는다'
저게 진짜
'야! 공지효!'
... 결국 성격을 못이기고 큰 소리를 치기는 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을 뿐더러 다시
'왜'
라고 무표정하게 묻는 녀석...
'... 누나 친구중에 이쁜애 많은데...'
'... 근데?'
여자라면 환장하던 녀석이 오늘은 왠일로 세게 나온대?
내가 당황한듯 눈만 껌뻑이고 있자
'... 니 친구중에 이쁜애 많은데 어쩌라고, 소개팅이라고 시켜 줄거야?'
하고는 씨익 웃는 녀석
'그래, 제일 이쁜애로 소개시켜줄게'
'... 안들키게 조심해야된다'
'응!'
지효는 웃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진짜 저자식이 내 동생만 아니었어도 내가 옛날에 꼬셨을텐데...
저 녀석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오신 왕자님이라니까...
'딩동딩동'
내가 감상에 젖어있을 때 벨이 울렸고
'공지은, 빨리나와 빨리, 오빠도 공지효 데리러 이쪽으로 올거야 얼른!!'
하는 급한 현아의 목소리에 얼른 가방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현아는 내 손을 잡아 달리기 시작했고,
'야, 천천히가 천천히!'
내 절규에 가까운 부름에도 불구하고
'안돼, 강진서랑 마주치면 우린 죽음이야...'
라는 아까 나를 꼬실때와는 다른 불길한 어조로 나에게 말했다
아까는 자기만 믿으라며...
갑자기 불안감이 나를 감싸안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진서선배... 제발 저를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다음부터 일진회 절대로 안빼먹을게요...
그렇게 혼자 서러워 있을 때 걸음을 멈춰선 현아
설마... 진서선배라도... 하며 고개를 든 곳에는...
'와! 드디어 기차역 도착!!'
하며 환호하는 현아를 볼 수가 있었다
# 2
'하... 우리 정말 기차역 온거야? 우리 정말 남자 수영복 보러 가는거야?'
뭔가 떨쳐냈다는 해방의 기쁨에 만세라도 외치고 싶었다
이러니 우리나라 광복때 국민들의 마음을 어땠겠는가...
아마 심장이 터져 나갈 듯 했겠지...
'그래, 그래, 얼른 가자 지은아!'
현아는 나의 팔을 다시 이끌었고, 드디어 우리는 고대하던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 현아야 나 떨려'
'... 괜찮아, 떨지마 ... 사실은 나도 미칠거같애'
서로 마주본 우리의 얼굴에는 기쁨과 환호만이 서려있었다
이제 좀 있으면... 나도 이 지긋지긋한 솔로에서 탈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바다야, 기다려라. 남자야 기다려라. 쭉쭉빵빵 쌔끈한 누님이 간다!!
그렇게 애타게 바다를 부르다 잠들었나보다,
나를 흔들어 깨우는 현아의 손길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기차는 서있었다
'... 질리도록 자네... 얼른 나가자. 바다로 가야지'
나는 눈을 비비고 기차안까지 느껴지는 바다의 냄새에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응! 가자!'
하고 호들갑 떨면서 선반 위에 있던 가방을 툭 내리는 순간...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검은색 가방
그리고 그 주인으로 보이는 내 맞은편 남자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 아... 죄송합니다...'
불안함에 몸둘바를 모르고 있자 내 손을 잡는 현아
'... 지은아...'
'... 어떻게해... 뭐 귀한거 들어있었어요? 어쩌면좋아...'
내가 쭈그리고 앉아 그 가방에 손을 대려고 하자
'... 손대지마'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나는 조용히 손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원아, 깨지는거 같던데... 향수나 로션 뭐 그런거 깨진거 아니야?'
친구의 말에 조용히 눈을 감고 쉼호흡을 하던 그는...
'... 저 안에는 내가 이번 파리여행때 사온 세상에 몇 안된다는 향수가 들어있단 말이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는 그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물어드릴게요... 얼만가요...?'
그 남자의 말에 잔뜩 겁에 질린 나는
분명 파리여행때 사온 세상에 몇 안된다는 향수
라는 말을 듣고도 멍청하게 물어준다는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 3백'
'네?'
'... 난 백만단위만 말했을 뿐인데? 아직 뒤도 남았거든?'
남자의 말에 나는 잡고 있던 현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는 말만 남기고 기차에서 허겁지겁 뛰어내려버렸다
'야! 너 거기 안서?'
라는 남자의 말이 뒤에서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나는 귀를 막은 채
열심히 기차를 떠나 도망가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어요
하다못해 3만원이라면 물어드릴수도 있었는데...
우리가 한참이나 도망가서 거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든 곳...
그 곳은 우리가 더이상 도망 갈 곳이 없게 만드는...
그곳... 바다였다!
'바다다!!!'
우리는 무작정 바다로 뛰어 들어갔다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미친듯 물에 몸을 맡겼다
뜨거운 햇살, 푸른 바다, 멋진 남자
세박자가 고루 갖춰진 이곳은 말로만 듣던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눈에서 반짝반짝 광채가 나던 우리가 조금은 지쳐서 평소의 눈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준비해 온 파라솔을 펴고 해변에 앉았다
'바다오니까 좋다~'
'그렇게 좋아할거면서 일진회 타령이었냐?'
'... 그래도... 난 엄연한 일진이니까...'
내 진지한 말에 나를 보더니 부드럽게 묻는 현아
'... 넌 일진이 좋아?'
자기도 일진이면서 뭘 새삼스럽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남자보다?'
'응?'
'오늘 헌팅하는 남자보다 일진회가 더 좋냐고...'
남자와 일진회라... 나는 그냥 웃음으로 대신하고 말았다
'... 그런데 현아야, 너 헌팅당해본적 없지?'
내 말에 웃다가 갑자기 얼굴이 굳는 녀석
'어디를 안간거야'
'에이~ 거짓말하네, 놀러다니기 하면 강현아 아니야?'
'젠장... 얼굴좀 된다고 사람 무시하기는'
현아는 삐졌는지 고개를 홱 돌렸다
사실 현아는 정말 미인이다
자기 스스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뿐,
게다가 현아는 헌팅을 당해도 모르는 척 넘겨야만 했다
자신의 오빠에게서 그들의 신변을 보호해주기 위해...
어쩌면... 일부러 오빠가 바쁜 일진회 모임 기간에 헌팅하러 가자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 지은아...'
'응?'
'... 너 성형 안한 얼굴이지?'
피식... 성형?
'난 내 얼굴에 칼대는거 싫어...'
'좋~겠다! 하늘은 불공평하기도 하셔라'
현아가 나를 보며 피식 웃고 나도 그쪽을 보며 살짝 웃는데...
컥, 저놈이 왜 저기 있는거야!
'... 현아야 절대 뒤돌아보지마'
하며 나는 얼른 등을 돌렸다
'왜그러는데?'
'절대 뒤돌아보지말고 지금부터 얘기도 꺼내지 말고 내 이름도 부르지마'
'왜그러냐고!'
'나 공지효한테 죽는단 말이다...'
내 말에 어리둥절한 현아가
'... 어떻게 니 성격에 동생한테 잡혀사냐...'
'... 나 절대 니네 오빠한테 안들킨다는 조건 하에 공지효가 나 일진회에서 오늘 빼준건데...'
'그런데?'
'지금 우리 뒤에 우리학교 일진회가 있단 말이야...'
'정말? 야, 어떻게해! 나도 오늘 오빠 몰래 도망친건데!'
현아가 소리 치자 뒤에서 들리는 낮고 무서운 목소리...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오늘 니들은 나한테 다 죽었어... 공지은, 강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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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왔네요, 새해 선물이라고 하기에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러블리가 드리는 새해 선물이라고 생각하시고 봐주세요
예정과 다르게 제목이 바뀌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방학동안 꾸준히 써서 바쁘기 전에 완결을 내고 싶어요
내일이면 모두가 기다리던 새해... 라기 보다는 기다리던 세뱃돈이 맞겠네요
세뱃돈 대박나세요♡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 착한동생 vs 악마여보, 그리고 나의 선택은 ○ [1, 2]
러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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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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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꺄 재밌어 담푠 원츄 >-<
ㅋㅋ 러블리스타님 오랜만이예요~ ^ ^ ..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0<
잼있어요...ㅋㅋ 얖으로 많은 활동 바래요,,^^
잼있어요...ㅋㅋ 얖으로 많은 활동 바래요,,^^
안녕하세요 ㅎㅎ 정말 오랜만이에요~ 언제나 재밋는 러블리님 소설입니다>ㅁ <!! 그럼 앞으로도 많이 활동해주세요>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