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때
두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 또한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 버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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