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기 고교야구가 한창인 요즘 동대문구장에서 가장 표정이 밝은 사람은 기아 김경훈 스카우트팀장(45)이다. 김팀장이 표정관리를 해야 할 만큼 기분이 좋은 이유는 기량이 날로 성숙되고 있는 고우석(18·광주일고 투수) 때문.
고우석은 2003년 기아의 1차지명을 받아 7월3일 계약금 2억5,000만원과 연봉 2,000만원에 입단계약을 마친 '예비 호랑이'다. 고우석은 청룡기 때 시속 138㎞를 찍은 슬라이더를 무기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경기운영능력과 제구력도 뛰어나다. 고2 때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어깨도 싱싱한 편이다.
김팀장은 지난 2∼14일 캐나다 셔브룩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온 고우석을 19일 동대문구장에서 만났다.
"국제경기에 나가보니 어때?"(김경훈 팀장)
"투수는 공끝이나 스피드 가운데 한가지에는 자신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공끝이 가장 좋은 투수가 될 겁니다."(고우석)
고우석은 대화를 마친 뒤 선린인터넷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5안타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최고구속은 시속 138㎞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공끝은 날카로웠다.
지난해 김진우를 7억원에 영입해 올 페넌트레이스 1위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기아로서는 2003시즌을 앞두고 또 하나의 대형신인을 낚은 셈이다.
"작품이 하나 나올 겁니다."
신통하다는 표정으로 고우석을 바라보는 김팀장의 흐뭇한 미소 속에는 강한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