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집중적인 비난 세례와 퇴진 압력에 시달렸던 마시모 모라티 인터 밀란 구단주가 사임을 결정하였다. 지난 월요일 인터 밀란은 클럽의 공식 웹사이트(Inter.it)를 통해 모라티의 사임 소식을 발표, 이를 확인하였다. 모라티는 자신의 퇴진 결정을 발표하면서 후임자로 인터 밀란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지아친토 파케티를 지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성적 부진과 재정 악화가 불러온 모라티 구단주의 퇴진 속에 벌금 물었던 크리스티안 비에리는 지금은 부상 중? (게티이미지/유로포토)]
마시모 모라티의 전격 사임 발표와 더불어 그를 보좌하며 인터를 이끌었던 4명의 이사진 또한 사임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모라티와 '친모라티계' 수뇌부들의 퇴진이 인터 밀란의 대주주인 모라티 가문의 클럽과 팀에 대한 소유권과 영향력의 포기를 의미하는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모라티는 1999년에도 구단주직 사임을 발표했다가 다시 복귀한 전력이 있으며, 사임 발표 직후 가진 기자 회견을 통해 그는 여전히 인터 밀란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것임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모라티 - '이것은 드라마가 아니다. 일선에서 물러나 상황을 더욱 잘 파악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다. 인터 밀란의 소유권에 있어 변화는 없을 것이다.'
막대한 투자, 빈약한 성과
모라티의 사임과 동시에, 인터 밀란의 재정을 뒷받침해주었던 기업 피렐리와 텔레콤 이탈리아의 회장이자 인터의 대주주인 마르코 트론체티 프로베라 또한 클럽의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프로베라는 약 20%에 달하는 인터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로서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당시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마시모 모라티의 아들과 손자인 마리오 모라티와 안젤로, 그리고 모라티의 심복인 파올로 지울리니 또한 이사진에서 퇴진하였다.
마시모 모라티는 1960년대 인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아버지 안젤로의 뒤를 이어 1995년부터 인터 밀란의 구단주로서 활동해 왔다. 모라티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4억 달러에 근접하는 액수를 들여 클럽의 전력을 보강했지만, 그가 얻은 결과라고는 1998년 UEFA컵 우승 단 1회에 불과하다. 그의 지속적인 투자가 빛을 보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인터는 현재 부채가 3억 유로(한화 약 4천 5백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 악화의 시련을 겪고 있다.
팬들의 가중되는 압력에 따른 고뇌와 우승에 대한 절실함과 압박감은 그가 구단주로 재임한 9년동안 8명의 감독을 교체한 경력에서 잘 드러난다. 이번 시즌에도 모라티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헥토르 쿠페르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자케로니를 임명하였지만, 자케로니 또한 아직까지 팬들의 기대에는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엠폴리전 패배, 모라티 사임, 비에리의 거취는?
인터 밀란은 명장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감독의 지휘 아래 소위 '독일 삼총사'라 불렸던 마테우스, 클린스만, 브레메, 그리고 명골키퍼 젱가와 인터의 전설 베르고미 등을 앞세워 1989년 세리에 A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로 근 14년 동안 리그 우승의 비원을 이루지 못해왔다.
이번 시즌에서도 최근 들어 2연패의 부진을 보이며, 17라운드 현재 선두 로마(승점 41)와 승점 차이가 11점차로 벌어져 스쿠데토를 향한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지난 16라운드 파르마 원정 0-1 패배에 이어 자신들의 안방에서 열린 엠폴리전의 0-1패배는 인터 밀란 서포터들의 모라티에 대한 불신과 반발을 더욱 심화시켰다. 팬들은 모라티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그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을 표출하였다. 특히 엠폴리전 패배는 모라티 자신의 거취 문제뿐만 아니라 팀의 간판 공격수라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이적설을 더욱 크게 부채질하면서 내부 갈등을 불러왔다.
언론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미 비에리는 인터 밀란에 남을 뜻이 없으며 절친했던 친구 호나우두의 전철을 밟아 인터와의 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팀을 떠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탈리아컵 대 우디네제전에서 비에리가 결장하면서 비에리의 이적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