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050 세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
지금의 40대는 첫 투표를 김대중이나 노무현으로 시작했고 계속해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많다. 효순이·미선이 사건(2002년)부터 시작해 노무현 탄핵(2004년)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2008년), 노무현의 자살(2009년), 박근혜 탄핵(2016년)에 이르기까지 다섯 차례의 촛불 집회를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12년 전 박근혜가 당선됐을 때 30대였고 22년 전 노무현이 당선됐을 때는 20대였다. 이때 모두 이 세대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니까 지금의 40대는 20년 이상 60% 안팎의 민주당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2. 왜 나이가 들면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되는 건가
60대 이상 유권자 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건 이들이 나이가 들어 그렇다기보다는 원래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았던 세대라고 보는 게 맞다. 지금의 60대는 노무현 당선 때 40대였고 박근혜 당선 때는 50대였다. 12년 전 당시 50대의 박근혜 지지율은 63%였다. 이들이 60대가 돼서 윤석열 지지율이 67%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3. 386 세대는 보수화된 건가
한때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386세대는 올해 55~64세가 됐다. 지난 총선 출구 조사 기준으로 보면 50대의 49%가 민주당을 찍었고 42%가 미래통합당을 찍었다. 386이 50대가 되면서 기득권 집단에 편입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여전히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다만 올해 여론 조사 흐름을 보면 민주당 공천 파동 때 50대가 먼저 흔들렸다. 민주당 공천이 끝나고 '런종섭' 사태 이후 다시 민주당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4. 지금의 4050 세대가 나이가 들어도 정치적 지향이 그대로일까
20년 전 노무현 당선의 주력이었던 2030 세대가 4050 세대가 됐다. 지난 20여 년의 데이터를 보면 이들이 국민의힘 지지자들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다. 특정 정당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DNA에 가깝다고 본다. 일부는 386 세대처럼 보수 성향으로 돌아서기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60대 이상에서도 민주당 성향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5. 2030세대에서 무당층 비율이 높은 이유는
2030세대 중 무당층이 많은 이유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큰 차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눈여겨 볼 부분은 남녀 성별 차이다. 갤럽 조사에서 비례 정당 투표 의향을 물었더니 20대(18~29세) 여성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11%밖에 안 되는데 20대 남성은 25%나 된다. 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율은 20대 여성이 47%인데 20대 남성은 26%에 그쳤다.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으로(59%) 윤석열을 지지했던 이대남(20대 남성)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서는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이 정권 심판론이라 말할 것이다. 3년은 너무 길고 한때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던 국가의 몰락과 정부의 부재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올랐고 성장 동력은 꺾였다.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공정과 원칙, 정의, 사회적 연대의 가치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디올 백 논란,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 '런종섭' 사태를 거쳐 우리는 여기에 와 있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르고 수습을 못하고 있는 사안이다.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는 건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합당한 처벌 없이는 한국 사회가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다른 의제와 토론이 모두 지루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2030 세대의 높은 무당층 비율은 이들에게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정권 심판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2030 세대의 보수화로 설명할 수 없는 뿌리 깊은 정치 불신과 냉소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세대별 갈등을 극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