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하이힐
MBC 리얼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에서 노홍철과 하하는 공공연하게 신발 속에 ‘키 높이 깔창’ 을 끼워넣어 한 때 ‘노홍철 깔창’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다. 실제로 바지 아래 신발 속에 남모를 비장의 무기(?)를 감춰두고 있는 남자 배우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남성 아이돌 댄스가수들은 과감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여성의 영역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는 남성 트렌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키 높이 권하는 사회
남자라면 누구나 큰 키를 선호한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초혼 여성이 배우자에게 바라는 신장은 180~185㎝(40%)가 가장 많았고, 175~180㎝ (32%), 170~175㎝ (13%)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180㎝ 이상의 키는 한국 성인 남성의 3%에 불과 하다는 것.
그렇다면 키 작은 남자는 영원히 여자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할까? 아니다. 키 큰 남자에 대한 남녀의 열망은 키높이 구두를 양산케 했다. 노홍철, 신해철 등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키높이 구두를 신었음을 밝힌 것도 키높이 구두가 더 이상 특수 기호품이 아닌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
키높이 구두에 대한 남성들의 열광은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www.auction.co.kr에서의 판매추이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옥션은‘남성 키높이 구두’카테고리 성장률이 매년 30~40% 지속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키 높이 깔창을 구두속에 넣었던 것과 달리 요즘엔 과감히 겉으로 드러나는 높은 굽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것. 5㎝ 이상의 굽이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해 옥션에서만 하루 평균 15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이중에는 7~8㎝ 에 이르는 굽 높이를 자랑하는 구두도 있다.
지난해 영화배우 장동건은 한 팬 사인회에서 8㎝ 키높이 구두를 신고 나와 화제를 시선을 끌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신해철과 노홍철, 정우성은 무려 10㎝ 키높이 구두를 신는다고 한다. 남성용 키높이 구두는 통굽이나 면적이 넓은 굽이 대다수이지만, 여성 하이힐처럼 굽이 뾰족한 형태도 선보이고 있다.
높은 굽의 남성화 종류는 무려 500여 종. 디자인과 색상도 화려해 리본 장식과 꽃무늬 레이스를 활용한 제품도 많다. 소재도 에나멜, 악어가죽 등 다양해졌다. 요즘엔 뒤꿈치만 높인 키높이 구두뿐 아니라 발전체를 높인‘신기술 키높이 구두’도 나왔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남성용 앵클부츠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앵클부츠는 발목까지 오는 부츠를 말한다. 그동안에는 여성들이 신던 부츠인데, 남성용으로 선보여 각광받고 있다. 앞에 끈으로 묶는 형식의 앵클부츠로 나무로 마무리된‘옥스퍼드 우드 힐 앵클부츠’나 지퍼가 달려 착용감이 편안하고 버클장식이 있어 세련된 앵클부츠는 정장은 물론 보다 감각적인 옷차림에 잘 어울린다.
5㎝ 이상의 키높이 구두의 대중화나 앵클부츠의 인기는 날로 진화하는‘유니섹스 패션’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구두뿐 아니라 스키니 팬츠, 헤어밴드, 스카프 등 그동안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이템들이 대거 남성용으로도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종합 쇼핑몰 디앤샵 www.dnshop.com에서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꼭 맞는, 폭이 좁은 형태의 스키니 팬츠, 각양각색의 스카프, 잔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헤어밴드 등이 남성고객들에게 잘 팔리고 있다.
패션뿐 아니라 화장품도 남성용 매출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남성화장품 시장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3년 3,200억 원에 불과하던 남성화장품 매출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해에는 53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브, 소망화장품, 에뛰드, 코리아나, LG생활건강, DHC코리아, 마이아코스, 더 페이스샵, 클라란스 등 웬만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에서는 남성화장품 라인을 별도로 구성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온라인 쇼핑몰도 남성화장품 영역을 특화하고 있다. 옥션은 남성화장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70% 이상 늘어나자 7월 남성미용용품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는 별도 코너를 만들었다. G마켓도 남성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40%증가하자 8월 남성전용 메이크업 코너를 열었다.
남성화장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 남자들은 세안 후 단순히 애프터 세이브 로션이나 스킨 등 기초화장품이나 향수를 사용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에센스,아이크림, 자외선차단제, 브라이트닝과 모이스처라이징등의 기능성 화장품, 마스크 팩 등 각종 기능성 제품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고 피부결과 색상이 좋아 보이도록 하는 남성용 비비크림이나 팩트 등의 인기도 높다
.
이처럼 패션과 미용에 투자를 아낌없이 하는 남자를 가리켜 글루밍족grooming族이라고 한다. 글루밍은 몸치장을 한다는 뜻의 그룸groom에서 나온 신조어다. 글루밍족은 피부나 모발관리는 기본이고 성형수술도 마다하지않는다.
‘성형수술하고 아슬아슬한 키높이 구두 신고, 화장하고, 헤어밴드한 남자’들이 21세기 대한민국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