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고 너른 침상 위로
너무 일찍 떨어진 감꽃에
어린 벌이 찾아와 있다.
싱그러운 초록과 비린 향기가
미처 식지 못한 꽃잎들을
벌이 허리 굽혀 어르고 매만진다.
창백한 꽃의 얼굴에 더 가까이 벌은
설익은 꿀이 말라붙은 입술을 핥고
푸석해진 화분을 살결에 펴 발라준다.
꽃은 작고 벌은 서툴다. 하지만
꽃은 다 시들지 않았고
벌은 좀처럼 날아가지 않는다.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11.11. -
감꽃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시인은 그 바닥을 하얀 시트가 깔린, 넓고 평평한 침상으로 인식한다. 감꽃에는 초록빛과 향기가 남아 있다. 너무 이르게 낙화한 감꽃이다. 꿀은 충분히 익지 않았고, 풀풀대며 날아갈 꽃가루도 꽃 속에 있다. 그 감꽃에 벌이 한 마리 날아왔다. 날아와서 앓거나 다친 사람을 돌보듯이 꽃을 떠나지 않는다. 마치 시중을 들듯이 감꽃 곁에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해 갖는 애상의 마음은 사랑의 감정이다. 이런 마음에는 각박함이 없다.
채길우 시인은 다른 시 ‘껍질’에서도 “숙모는 오토바이 사고로 의식을 잃은/ 사촌의 몸을 굴려 등에 난 욕창을 닦아준다./ 그리고 아이의 침대 곁에 엎드려 잠든다./ 풍뎅이처럼 바구미처럼”이라고 써서 누군가를 지극하게 보살피는 마음에 대해 노래했다.
〈문태준 시인〉
Cello Sonata No. 1 in E Minor, Op. 38: II. Allegretto quasi menuet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