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 불린다. 점진적으로 기억을 잃어가며 가족과 같이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잊어버리기에 그렇다. 게다가 뾰족한 치료법도 없는 탓에, 치매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걱정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치매가 돌이킬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초기 단계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한다면 완치되는 경우도 있는 데다,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것도 가능하다. 치매의 증상을 파악해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초기 치매부터 나타나는 증상은 무엇인지, 진행될수록 증상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치매는 진행될수록 증상의 중증도도 심해진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매의 진행 단계별 증상 변화
1. 초기 치매
치매 초기 단계가 되면 최근의 기억부터 서서히 감퇴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요리를 하다 불 끄기를 잊거나, 최근 잡은 약속을 잊어버리고, 대화 중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환자의 변화된 모습을 처음으로 인지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한데, 단순히 나이가 든 것이라고 생각해 증상을 가볍게 넘기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환자의 기본적인 생활 능력이 유지되기는 하지만, 보호자가 환자와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해 보면서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게 꼽힌다.
2. 중기 치매
중기에 접어들면 돈 계산이 서툴러지고, 기계를 다루는 것이 어려워지는 등의 증상이 더욱 눈에 띄게 관찰된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혼동하기 시작하며, 인지 기능 중 지남력이 저하되면 오늘이 며칠인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집안을 계속 배회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거듭하는 것도 중기의 특징적인 증상이다. 이 시기부터는 환자가 혼자서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족이나 보호자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해진다.
3. 말기 치매
말기 치매에 접어들면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지고, 인지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어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상태에 이른다. 이때는 환자가 혼자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등 기본적인 생활 활동도 어려워지기에,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근육이 점차 굳어지고 보행 장애가 나타나는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며,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욕창, 폐렴 등의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모든 증상의 진행 과정이 동일한 것은 아니며, 증상별로 중증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어느 날부터 △기억력 저하 △언어장애 △시공간 능력 저하 △계산 능력 저하 △성격 및 감정 변화 등이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경우라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고, 최대한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완치되는 치매도 있어…퇴행성이라면 꾸준히 관리해 증상 늦춰야
이렇게 서서히 기억을 잡아먹는 치매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퇴행성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질환 탓에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 등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대표적인데, 이 경우 초기에 원인 질환을 잘 관리하면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방과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기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치매 증상이 발현하기 시작했다면 그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게 꼽히는 이유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대표되는 퇴행성 치매의 경우에는 사실상 완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미 뇌세포의 퇴행이 진행된 상태이기에, 약을 먹는다고 해도 원래대로 되돌리기란 어렵기 때문. 그래도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증상을 관리할 것이 권고된다.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사 고운산 원장(강남신경과의원)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치매 자체를 치료하지는 못해도, 증상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약물치료 외에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게 꼽힌다. 고운산 원장은 “오메가3가 포함된 생선류가 치매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걷기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권한다”라며 “공부를 하거나 보호자 등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두뇌 활동을 꾸준히 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나가다 보면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치매 환자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돕고,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바닥에서 미끄러지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등 낙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바닥에 푹신한 매트를 깔아 두고, 밤에도 조명을 완전히 끄기보다는 약간 밝혀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울러 환자가 집안을 헤매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화장실과 침실 등 자주 사용하는 곳에 눈에 띄는 표시를 해 두면서 혼란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 = 고운산 원장(강남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