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처럼 꼬아 이삭꽃차례로 피우는 타래난초.
제 뜰에 절로 피어났어요.
역시 크리핑타임 양탄자 위에서요.
크리핑타임 밭 근처에 자란을 심었더니
자란 어미가 타임 밭 속으로 제 새끼를 다 몰고 가더라는 그림은
전에도 한두 번 소개를 하였죠.
역시 타래난초도 자란처럼 타임 밭을 좋아하는군요.
정원 여기저기서 한 둘씩 늘어나곤 한답니다.
야생의 것을 욕심내어 화단에 들이면 1~2년 지나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곤 하죠.
이렇게 절로 난 애들은 해마다 고 자리에서 식구들을 늘려가요.
꽃이 지고 갈빛이 들어 종자가 익는 기간이 14일 정도 밖에 안 된다니
채종하여 늘리려거든 이 친구에게서 눈길을 떼지 말아야겠군요.
꽃 지면 내 눈도 막을 내려 꿈을 꾼 듯 까맣게 잊혀지거든요...
하지만 타래난초의 씨앗은 배유가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발아하기 어렵다네요.
그리하여 근균근의 도움을 받아야 발아할 수 있답니다.
곰팡이균 중 뿌리에 붙어서 실(균사)을 내는 근균근(마이코라이제)이라는 균이 있답니다.
이 균사가 뿌리 노릇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흙 속에서 잘 녹지 않는 인산, 아연 구리 등을 녹여
뿌리에 제공해준다구요. 이 미생물은 거의 어느 식물에나 조금씩 붙어살고 있다니
이것들이 많이 발생하는 다른 식물의 뿌리를 이용한다면 타래난초를 재배할 수도 있겠죠...
크리핑타임의 가는 뿌리들이 빽빽해지면 스폰지 같은 땅껍질을 형성하는데
아마도 이 층에 균사를 키우고 난초들을 "어서 날아와라" 부르는가 싶죠.
아직 공부가 안 되어 자신 없어요.^^
타래난초
아초에 마음은 한 가닥
비비 꼬인 태생의 회오리지
나도 몰래 나선의 사슬을 타고
조르르 내린 이생의 꽃눈이거나
운명이 꿈꾸던 정처를 찾아
전생의 어디쯤에서 사립을 연 밤마실이었을
어쩌다 피인 것이 있다면 고작
붉거나 희어서 서글픈 허구리지
내 고향은 외딴 발원의 옹달샘
적막을 쪼는 송곳부리도요의 무논이거나
그 여름을 해달할 한 수
층층이 터진 다락논의 물꼬쯤 되겠지
그러므로 고인 물가에 꽃잎 지거든
오랜 인연의 고리를 끊고
스스로 풀려난 바람의 몸이거나
이제야 허적한 지구의 툇마루에 걸터앉은
햇살 뜨신 지팡이쯤 될 터이니
봄을 열고 가을을 다 닫을지라도
멀 것도 없이 네 안에서 내 안으로
감아드는 마음의 소용돌이
수줍게 달아오르던 한 세상
그야말로 착하디착한 소소리바람이지
김진수 시집 <당나귀풀과 사람주나무> 2019. 문학들
장마가 시작된답니다.
촉촉히 싱싱하게 무럭무럭 꼿꼿이 환하게 건강하세요~~~!
첫댓글 넘 예쁘게 키우셨습니다
물론 사진 촬영 기술도 넘 잘하셨고요
오랫만에 늦은 시간 들어와 잠시 머물다 갑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셔요
윤선생님...
봄에 만나고 가을에 뵙군요. 감사합니다.
꽃은 타임이 키우고 저는 예쁘게 바라만 보았죠.
내외간 금슬이 분홍빛 같고 건강도 꼿꼿하셔서
딱 저 두 떨기 타래난초만 같습니다.^^!
오는 겨울도 따뜻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