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월불폐(蘿月不吠)'는 화폭 상단에 거친 나무와 수풀이 생략되어 나타나고 그 아래 개 한 마리가 앞 발을 세운 채 외로이 앉아 있다.
귀와 눈 주위, 등쪽에 검정 얼룩이 있고 개의 털은 덥수룩하며 거칠게 표현되어 있다.
두 발을 앞으로 모으고 앉아있는 개는 코와 주둥이가 뾰족하게 나와 있고 눈가가 다소 예리하게 그려져 있다.
개의 표정이나 자세가 은은한 달빛을 뒤로 하고 조용히 바닥을 향해 온갖 상념에 젖어 있는 듯...
달은 꽉찬 보름달로 이제 막 떠오르는데 어둡기만 하고, 개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듯 한 표정이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름에 젖은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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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에 우애 좋고, 동서간에 사이좋고, 부부간에 금실 좋은 형제가 한집에 살았는데, 동생이 비실비실 앓더니 약도 제대로 못 써 보고 덜컥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청상과부댁의 배가 불러 와 신랑 죽은 슬픔을 배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어느 날~
손윗동서가 마주 보고 한숨을 쉬며 앞날을 걱정하자 청상과부댁은 단호히 말했다.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이 집 귀신이 되기로 마음먹은지 오랩니다.
뱃속에서 발차는 걸로 봐 사내가 분명하니 보란 듯이 잘 키워서 저승 간 그이 대를 이을 겁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형은 가슴이 뭉클해져 한평생 제수씨를 돌보리라 가슴에 새겼다.
임산부에게 좋다는 탕제를 지어 와 손수 달이고 장에 가면 깨엿이다 떡이다 사다 주고, 윗동서는 벌써 아이 포대기까지 만들었다.
청상과부댁의 배가 동산만하게 부풀어 올랐다.
초가을 햇살에 마당의 고추가 빨갛게 마르던 어느 날~
형네 사립문이 열렸다.
“이 사람아~
빨리 나오지 않고 뭘 해.”
형은 이웃 친구의 부름에 옆집으로 갔다.
얼마 후 '깨갱' 소리와 함께 퍽퍽 개 패는 소리가 났다.
여름내 흘린 땀을 벌충한다고 동네 남정네들이 커다란 황구 한마리를 잡은 것이다.
형이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왔을 때 제수씨 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부인이 사색이 되어 나왔다.
사산을 한 것이다.
부인은 남편의 가슴을 치고 저고리를 찢으며 울부짖었다.
“출산이 닥친 걸 알면서 재수없게 개는 왜 잡아먹었소.”
부인은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했다.
그날 밤~
형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을 안고 영아의 시체를 싸서 산으로 가 동생의 묘 옆에 묻었다.
형은 제수씨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한달쯤 지난 어느 날~
형은 부인에게 말문을 열었다.
“오히려 잘된 일인지 모르네.
제수씨를 개가시키세.”
부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튿날 부인이 동서에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자,
“형님~
전에도 말씀 드렸잖아요.
저를 이 집에서 쫓아낼 작정은 마세요.”
부인은 동서에게 무안만 당했다.
얼마 후 부인의 배가 차올랐다.
출산이 가까워 산통이 시작되자 동네 산파가 오고, 제수씨도 물을 데우고 수건을 준비하며 집안이 부산했다.
그때 형은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 목줄을 걸었다.
'응애' 울음소리가 터질 때 형이 문밖에서 개줄을 힘껏 잡아당기자 목이 졸린 개가 캑캑거리며 사지를 축 늘어트렸다.
고추를 달고 나온 달덩이 같은 아이는 힘차게 젖을 빨았다.
개를 잡아 부정을 탔다고 아이에게 화가 미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걸 제수씨에게 증명한 것이다.
무럭무럭 자란 그 아이는 제수씨의 양자로 입적되었다.
첫댓글
호사다마라고 하지요~
좋은 일에 혹여나 마가 낄까 봐
작은 것 하나라도 조심하리라는 뜻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함부로
살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깃든
사상이 아닐까 합니다.
부정이 낀다는 것은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을 염려 함에서 비롯된 것 이니
신적인 의미로서의 맹신은 금물이 아닐까 합니다.
수고하신 덕분에 즐감하고 갑니다 ~^^
그러게요~
화사한 봄의 꽃이 전국을 강타한 4월의 첮 주도 활기차게 시작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