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선의 주인공은 바로 철인 3종경기 선수인 이정휘(31), 김정숙(33) 부부. 두 사람 모두 뛰어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국내에서는 알아주는 선수들이다. 이정휘씨는 10시간 53분, 김정숙씨는 11시간 15분의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김씨의 경우는 국내 여자선수 중 최고기록 보유자. 그런 경력 때문인지 사이클을 타는 그들의 모습은 초보자의 눈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보통 철인 3종경기라고 하면 무척 격렬하거나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냥 좀 오랜 시간 동안 경기를 할 뿐이죠. 철인경기에 참가하는 사람도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거칠고 강한 타입은 아니에요. 저만 해도 운동을 할 때는 승부에 강한 집착을 보이지만 보통 때는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죠.”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에 결혼했다. 원래 계획은 지난해 8월, 속초에서 열린 철인 3종 정식 코스에서 나란히 우승, 하와이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낸 후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계획은 무산됐다.
“계획대로 아내는 여자부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만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죠. 경기를 앞두고 미리 코스를 답사하는 연습을 하거든요. 하지만 모든 경기가 그렇듯 철인 3종경기도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한다 해도 경기 당일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거나 리듬을 못 타면 우승권에서 멀어지게 돼요.”
김씨는 하와이 챔피언십 참가와 결혼을 두고 고민하다가 사랑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결국 결혼을 선택했다. 속초대회 우승으로 받은 항공권은 신혼여행을 가는 데 사용됐다.
철인 3종경기에 뛰어든 경력으로만 따지면 아내가 남편보다 훨씬 선배라고 한다. 중간에 잠시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걸 제외해도 아내는 8년차, 남편은 4년차다.
김씨가 이 경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13년 전,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시절 비디오를 통해 처음 철인 3종경기라는 것을 접하고 마음에 두고 있던 차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수영장에서 철인 3종경기 마니아인 손님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중학교 때 친구랑 같이 하와이 챔피언십 비디오를 봤어요. 경기에 참가한 사람들을 보고 ‘참 독특하다’는 친구와 달리 제겐 또 다른 느낌이 밀려오더라고요. 근 열시간이 넘는 역경을 헤치고 골인지점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어떤 전율을 느꼈다고 할까요. 비 오듯 흐르는 땀과 희열에 찬 표정이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제 인생의 계획 속엔 철인 3종경기라는 것이 자리잡은 것 같아요. 그러다 대학 때 그 손님을 만난 뒤로 철인경기에 발을 들이게 됐죠.”
조금씩 철인 3종경기의 맛을 느끼던 그녀는 그러나 92년 말, 가족과 함께 귀국하면서 한동안 3종 경기를 접어야만 했다. 13년 동안 일본 생활에 익숙해 있던 그녀에겐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업체 사원들을 대상으로 일본어를 가르치던 그녀에겐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었다고 한다. 수십명의 수강생 앞에서 하루 종일 열강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쓰러져 잠자기에 바빴고, 그런 일상이 반복되자 조금씩 삶에 지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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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철인 3종경기를 접한 것은 철인대회의 서포터를 하면서였다. 참가한 사람들의 강한 체력과 의지를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욕심이 생기더라고. 사이클이야 늘 접하고 있었던 것이라 우선 수영부터 시작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요즘 실력은 수영이나 마라톤 모두 아마추어 3위권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수영장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아내 김정숙씨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철인 3종경기 여성 선수 중 한 사람이어서 그는 그녀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 남편 이정휘씨는 철인 3종경기를 지망하는 수많은 남자 중의 한 사람. 두 사람의 관계는 한동안 수영장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동료 이상의 관계를 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의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그의 고백이었다.
부부는 요즘 8월말에 있을 정식코스에 참가하기 위해 맹연습중이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올 한해만 하고 끝낼 운동이 아니기에 우선은 즐기고 싶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에게도 철인경기를 권하고 싶어요. 저희는 운동을 통해 무엇보다도 ‘절제’와 ‘끈기’를 배웠거든요. 우리 아이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참고 견딜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함께 땀흘리며 운동하다 사랑에 빠지고, 또 결혼 후에도 운동을 통해 서로 이끌고 이해하는 부부. 부모를 닮아 튼튼한 몸과 마음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철인 3종경기 가족’의 탄생도 기대해볼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