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인가 (자랑하려고) 감히 나선다면- 나 자신 어리석은 자로서 말합니다마는- 나도 감히 나서 보겠습니다. 그들이 히브리 사람들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아브라함의 후손들입니까? 나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봉사자들입니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말합니다마는 나는 훨씬 더 그렇습니다. 수고도 더 많이 했고 감옥살이도 더 많이 했으며 매질도 훨씬 더 많이 당했고,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습니다. 유대인들로부터는 사십 대에서 하나가 모자라는 매를 다섯 차례나 맞았으며 세 차례나 채찍으로 매질을 당했고, 또 한 번은 돌로 얻어맞았으며, 세 차례 파선을 당했고 밤낮 하루를 큰 바다에서 떠다닌 적도 있습니다. 여러 차례 여행하는 동안에도 강물의 위험, 강도들의 위험,동족들로부터의 위험, 이방인들로부터의 위험, 도시에서의 위험,광야에서의 위험, 바다에서의 위험, 가짜형제들 가운데서의 위험 등을 당해야 했고 수고와 고역, 수많은 밤새움, 굶주림과 목마름, 수많은 단식,추위와 헐벗음. 다른 것은 모두 차치하고도, 내가 날마다 감당해 내야 하는 짓눌림, 그 모든 교회들에 대한 걱정이 또 있습니다. 누가 약해진다면 나 역시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누가 걸려넘어 진다면 나 역시 분노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에 자랑을 꼭 해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내 약점들을 자랑하겠습니다. * 2코린11,18.21-30 (200주년 신약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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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 마태 6,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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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차들이 십자가의 신세를 질 수 있다는
모든 차들은 십자가의 보살핌 속에 있다는
경고와 위로를 노골적으로 뽐내는
십자가를 등에 진 견인차들
어디 또 사고가 났는지
곡진하게 울며 과속 질주한다
십자가가 십자가를 끌고 가기도 한다
2
가슴골에 걸려 출렁이는 금빛 십자가
십자가를 등에 지지 않고
목에 예쁘게 걸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십자가는 키가 작아
사람에 매달려 흔들흔들
차라리 사람에 못 박히고 싶지 않을까
- 움직이는 십자가 / 함민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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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별빛을 보려고 방의 불을 끄고 마당으로 나섰다.
소나무 앞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묵직한 것이 무릎에 부딪혔고
그대로 꽈당하고 넘어져 왼쪽 얼굴이 자갈깔린 마당에 닿았다.
마당에 놓아둔 기다란 나무의자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걸려넘어진 것이다.
다행이 눈은 다치지는 않았지만,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 올라 눈을 뜨고 있어도 붓기 때문에 감은 눈처럼 되었다.
다음날 정형외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며칠동안 얼굴을 씻지도 못한채 지내야 했다.
볼 수 있음은 은총이다.
소소한 일상에 감사를 길어올리길....
순례길, 아침을 시작하고 밤을 맞으며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씻고 누울 수 있는 침대한칸이면
감사했던 그날들이 오늘도 계속되길....
오늘도 텃밭의 남새들은 그저 자신의 할 일을 한다.
비교할 것도, 자랑할 것도 없이 때되면 꽃피우고 열매맺는다.
네 눈이 맑으면 온 몸도 환하고(마태6,23)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