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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들을 위한 미술반 강사 최경희 씨는 단순 그리기 작업 외에도 아이들의 창의성, 미술에 대한 흥미 향상을 위해 다양한 작업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 치료를 배운 덕분에 인성교육도 함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
“오늘은 한지 죽 조형을 할 거예요. 목판이랑 합판은 조금 이따 쓸 건데, 손이 가시에 찔릴 수 있으니까 지금은 만지지 마세요. 재영이는 오늘은 왜 뒤에 앉았지? 오늘은 다들 기운이 좀 없어 보이네? 비타민 하나씩 먹고 할까요?”
토요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길음동성당(주임 주호식 신부) 교육관. 마침 초등학교 저학년 토요 미술반이 시작되고 있다. 미술 강사 최경희 씨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이들과 수업을 시작한다. 방금 고학년 반 수업을 마치고 쉴 틈도 없이 다음 수업을 시작하는데도 지친 기색이 없다.
길음동성당 교육관은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아이들 세상이다. 토요 미술반 두 반과 오후 5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레고 과학반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부터 한지공예, 미술, 요가, 기타, 민화, 시 짓기, P.E.T 교육(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 생활영어 등 16개 과목으로 본격적인 문화강좌를 시작한 길음동성당. 지난 2010년 교육관 리모델링을 마친 후 시작한 문화강좌는 1년여 시간을 거쳐 이제 막 새롭게 틀을 갖췄다.
교육관 리모델링, 다양한 활동과 더 많은 이들을 위해 계획 신자들의 재능기부로 채워진 공간과 강좌
길음동성당 문화강좌는 교육관 리모델링을 하면서부터 공간 활용과 신자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기획됐다. 당시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김중광 신부(현 암사동본당 주임)는 성당 내 교육관이 레지오 회합이나 사목 모임이 없을 때는 비어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떤 강의실에는 마루를 놓아 요가나 춤 연습 등이 가능하도록 했고, 성가 연습실도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혼인성사를 고려해 넓게 만든 지하 ‘만남의 방’은 매 주일마다 신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만나고 쉴 수 있는 카페로 변신한다.
교육관 완공 이후 가장 처음 시작된 강좌는 미술 반과 기타 반, 단 두 과목이었지만, 점점 과목이 늘어나 현재는 16개 강좌가 열린다. 이 모든 것은 강사들의 재능기부 덕분이다. 인근 수녀원에서도 P.E.T 교육을 맡아줬고, 성당 신자들도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재주를 나눴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강사들을 초대해 강좌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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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그림 보러 오세요~ ⓒ정현진 기자 |
토요 미술반 강사인 최경희 씨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방과 후 교사, 개인 교습 활동을 하다가 성당 소식을 듣고 기꺼이 동참했다.
성당에서 지원하는 공간, 강사들의 봉사로 수업료는 무료이거나 만 원 정도. 최고 강습료는 4만 원 정도다. 문화생활이나 배움에 대한 마음이 있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저렴한 값으로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셈이다. 다만 각 과목이 일주일에 한 시간만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각 강좌는 남녀노소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엮었다. 특히 전례 무용은 노인들의 참여가 두르러지는데, 참가자들은 “젊은 때도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고 말한다. 공예 과목이나 요가, 필라테스 등은 주로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과 레고 과학반에는 가까운 길음 · 미아 · 길원 · 매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한다.
운영자 김성희 씨 “이제 시작… 더 많은 이들 초대하도록 애쓸 것” 26일 1주년 기념 전시회 열어, 1년 결실로 불우이웃 도울 계획
문화강좌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김성희 씨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주임신부님과 상의해 더 많은 이들이 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초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씨는 “혼자서 강의 배치, 수강생 관리, 홍보 등을 맡고 있어서 체계적으로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모쪼록 반도 늘어나고 수강생도 늘어나 이 교육관이 항상 활기가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음동성당 문화강좌의 작은 시작은 이번 달로 1년을 맞는다. 마침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본당 바자회가 10월 26~27일에 열려, 이참에 함께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아이들의 미술 작품을 비롯해 묵주, 한지공예, 손뜨개, 퀼트 작품 등을 전시해 그간의 활동을 알리고, 일부 소품은 판매해 기금에 보탤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담을 낮추고 지역 주민과 다양하게 만나는 성당이 많아지고 있다. 길음동성당 역시 그 중 하나로, 함께 발걸음을 시작했다. 성당과 교회기관 내 비어있는 공간을 사람으로 채우고 지역 주민들과 나누겠다는 소중한 마음, 재능을 나누며 더불어 더 나은 삶의 질을 만들어 가자는 귀한 시도가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씨앗이 더 많이 더 멀리 퍼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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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음동성당이 주민과 함께 나누는 것은 문화강좌뿐만이 아니다. 신자들의 책 기증으로 마련된 교육관 2층 도서관, 이곳 역시 성당 신자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와서 읽고 책을 빌려갈 수 있다. ⓒ정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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