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기치 않은 동탁(董卓)의 선언(宣言) -
십상시(十常侍)의 난리(亂離)가 끝나자 낙양(ㄷ洛陽) 거리도 안정(安定)을 되찾았다.
거리에서는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활짝 펴졌다.
그러나 그건 겉모습일 뿐이었다.
동탁(董卓)은 승지(勝地)에 주둔(駐屯)시켜 두었던 20만에 달하는 군대(軍隊)를 성문(城門) 근처(近處)로 가까이 이동(移動)시켜 놓고 그 자신은 날마다 천기(千騎)의 무장병(武裝兵)을 거느리고 황궁(皇宮)을 지킨다는 명분(名分)하에 낙양성(洛陽)城) 안을 제집 드나들 듯 횡행(橫行)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감(敢)히 그의 비위를 거스르지 못했다.
그 무렵에는 각처(各處)에서 이미 죽어 버린 하진(何進)의 밀서(密書)를 받아본 지방(地方)에 산재(散在)한 많은 장(將軍)들이 군사를 거느리고 속속 낙양(洛陽)으로 몰려왔으나 그들이 몰고 온 군사의 숫자는 작심(作心)하고 달려온 동탁(董卓)의 이십만(二十万) 대군(大軍)에는 훨씬 못미 치는 소수 (少數)에 불과하였다.
"원소(袁紹) 장군(將軍)님! 동탁(董卓)이 암만해도 딴마음을 먹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자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후군교위(後軍校尉) 포신(鮑信)이 보다 못해 원소(袁紹)를 찾아와 말하였다.
"조정(朝廷)이 겨우 안정(安定)을 찾아가는 지금 경망(輕妄)되이 군사(軍士)를 움직일 수 없으니 당분간(當分間) 두고 보기로 합시다."
원소(袁紹)의 대답(對答)이 이렇다 보니 포신(鮑信)은 다시 사도 왕윤(司徒 王允)을 찾아가 같은 뜻을 말하였다. 그러나 왕윤(王允)역시 <두고 보자>는 말만 할 뿐이었다.
포신(鮑信)은 마침내 화(火)가 동(動)해 낙양(洛陽)을 떠나 태산(泰山)으로 가버렸다.
한편, 동탁(董卓)은 매일(每日) 같이 황궁(皇宮)에 들어와 천자(天子)와 진류 왕을 배알(拜謁)하였다. 그 자리에는 하 태후(何 太后)도 있었는데, 어느 날은 천자의 배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동탁(董卓)의 맏사위인 동시(同時)에 부장(副將)과 모사(謀士)인 이유(李儒)가 동탁에게 말했다.
"장군(將軍)님, 여자(女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인가?"
"저 아름다운 여인(女人)이 진류 왕(陳留王)의 생모(生母)인 왕미인(王美人)을 독살(毒煞)했다니 말입니다."
이유(李儒)는 방금(方今) 전(前)에 본 황제(皇帝) 모자(母子)와 진류왕(陳留王)의 애틋한 관계(關係)로 보아서는 하 태후가 왕미인을 독살시켜 버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흐흐흐, 너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을 알고 있느냐? 선(善)을 행(行)하면 복(福)을 받고, 악(惡)을 행(行)하면 벌(罰)을 받게 되지, 하 태후(何 太后)도 곧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황궁(皇宮)을 나온 동탁(董卓)은 이유(李儒)에게 다시 말했다.
"너는 하진(何進) 장군(將軍)의 밀서(密書)를 받은 각지(各地)의 장군(將軍)들이 낙양성(洛陽城) 안으로 군사(軍士)를 이끌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라. 그리고 그들이 도착(到着)하는 대로 지체(遲滯) 없이 온 곳으로 돌려보내도록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동탁(董卓)이 말한 대로 그 무렵 하진(何進)의 밀서(密書)를 받은 각지(各地)의 장군들이 속속(續續) 낙양(洛陽)에 도착(到着)하였다. 형주(荊州)의 정원(丁原)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정원은 군사를 이끌고 낙양성(洛陽城) 가까이 접근(接近)해 오면서 성(城) 밖에 진(陣)을 치고 있는 대규묘(大規模) 부대(部隊)를 발견(發見)하고 측근(側近)에게 물었다.
"저건 누구의 부대(部隊)냐?"
"깃발을 보니 서량(西凉)의 동탁군(董卓軍) 같습니다."
정원(丁原)의 의자(義子:수양아들) 이자 부장(副將)인 여포(呂布)가 대답(對答)했다.
"흐음... 낙양洛(陽)을 덮어버릴 듯한 숫자구나!"
이러는 동안에 누군가 말을 타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누가 오고 있습니다."
말을 달려온 사람은 마상(馬上)에서 정원(丁原)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한다.
"형주(荊州)에서 오신 정원(丁原) 장군(將軍)님이시죠?"
"그렇소만 그대는 누구요?"
"동탁(董卓) 장군(將軍)의 부장(副將) 이유(李儒)입니다."
"내게 무슨 할 말이라도?"
정원(丁原)이 마상(馬上)에서 묻자 이유는(李儒) 다시 한번 고개를 수그려 보이며 말한다.
"예, 도착(到着)이 너무 늦으셨다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늦었다고?"
그러자 이유는 다시 말한다.
"예, 장군께서도 하진(何進) 장군(將軍)의 밀서(密書)를 받고 오셨겠지만 하진 장군은 이미 십상시(十常侍)한테 암살(暗殺)을 당(當)하셨습니다."
"뭐라고 " 정원(丁原)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이유(李儒)는,
"하지만 안심(安心)하십시오. 그동안 나라를 크게 어지럽히던 십상시(十常侍)는 모두 처단(處斷)되고 황궁(皇宮)은 평화(平和)를 되찾았으니까요. 먼 길을 오셨는데 헛걸음이 되셨습니다."
"으음, 그렇게 되었구먼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황제(皇帝) 폐하(陛下)께 인사(人事)라도 드리고 돌아가는 것이 신하(臣下)의 도리(道理)지..."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며 이유(李儒)는 말을 돌려 가버리는 것이었다.
정원(丁原)은 뒤를 돌아 몰고 온 군(軍士)에게 명한다.
"여기서 야영(野營)을 할 테니 준비(準備)를 하여라." 정원(丁原)은 황제(皇帝)를 배알(拜謁)하고 돌아갈 생각에서 먼 길을 달려온 군사들의 휴식(休息)을 주기로 하였다.
한편, 동탁(董卓)은 이유(李儒)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只今) 천자(天子)를 폐(廢)하고 진류 왕(陳留王)을 황제(皇帝)로 내세워서 내가 뒤에서 나라를 움직여 볼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좋으신 말씀입니다. 진류 왕(陳留王)을 제위(帝位)에 앉혀 놓고 천하(天下)를 호령(號令)하시겠다면 지금이 절호(絶好)의 기회(機會)입니다. 그러자면 ㅅ;일(時日)을 끌 것 없이 바로 단행(斷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동탁(董卓)은 이유의 대답을 듣자 이뜯날 온명원(溫明園)에서 대연회(大宴會)를 베풀기로 하고 만조백관(滿朝百官)에게 초대장(招待狀)을 보냈다.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은 초대장을 받고 내심 불길(不吉)한 예감(豫感)이 들었다.
그러나 동탁(董卓)의 위세가 무서워서 참석하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이 자리에는 정원과 여포도 같이 참석하였다. 연회는 성 밖에 주둔하고 있는 20만에 이르는 동탁의 군사로 인해 동탁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연회(宴會)에 참석한 장군들 중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동탁(董卓) 장군(將軍)의 위세가 대단하군!"
"그러게 말이야, 성 밖엔 20만 병력(兵力)까지 대기(待機)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로선 도저히 못 당하지."
"앞으로는 죽은 하진(何進) 장군(將軍) 대신(代身)에 동탁(董卓) 장군(將軍)의 눈에 들어야겠어."
이 자리에는 정원(丁原)과 여포(呂布)도 참석해 있었다.
연회(宴會)의 분위기(雰圍氣)를 감지(感知)한 정원(丁原)이 여포(呂布)에게 말한다.
△ 정원(丁原) 장군(將軍)역의 배우
"여포(呂布)야, 나는 괜히 온 것 같구나."
△ 여포(呂布)역의 배우
"아버님,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이유(理由)도 없이 거절(拒絶)하면 실례(失禮)가 될까 생각되어서였지. 그런데 이곳에 와 보니 여기 있는 자들은 완전(完全)히 동탁(董卓)의 위세(威勢)에 눌리고 있는 것 같구나."
그때, 집사(執事)가 큰소리로 고한다.
"동탁(董卓) 장군(將軍)께서 드십니다!"
장검(長劍)을 찬 호위(虎威) 무사(武士)를 좌우에 거느리고 나타난 동탁(董卓)은 연회(宴會)에 참석(參席)해 있던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을 굽어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여러분 앞에 한 가지 제안(提案)을 하고 싶소. 황제(皇帝)는 천품이 고상(天稟)하고 인덕(仁德)을 갖추어 백성(百姓)들이 우러러 존경(尊敬)할 수 있는 인물(人物)이라야 할 것이오. 그러나 새로 등극(登極)한 금상(今上)은 의지(意志)가 박약(薄弱)하고 성품(性品)이 너무도 나약(懦弱하오. 그러나 황제(皇弟)인 진류 왕(陳留王)은 학문(學問)이 도저(到底)하고 기개(氣槪)도 호락(虎落)하시니 태어나면서부터 황제(皇帝)감이었소. 지금은 세상(世上)이 불안(不安)하기 짝이 없소.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뛰어난 황제(皇帝)가 필요(必要)한 것이오. 그리하여 차제(此際)에 황제(皇帝)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오?" 천자(天子)를 바꾼다는 것은 감(敢)히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동탁(董卓)은 방약무인(傍若無人)하게도 선언(宣言)이라도 하듯이 지껄여 버리는 것이 아닌가.
좌중(座中)은 겁(怯)에 질려 침만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다.
그러자 만좌중(滿座中)에 장수(將帥) 한 사람이 벌떡 일어선다.
좌중(座中)의 시선(視線)이 일제(一齊)히 그에게 쏠렸다.
삼국지 - 32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