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편만 올릴게요.
근데.. 꼬릿말이 하나도.. -_ㅠ
재미가 많이 없나요? 조언을 좀 부탁드려요.. ㅠㅠ (소심;)
# 10.
그렇게 또 다음날이 되어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주회 무료입장권-_-을
챙긴 채 녀석의 집으로 향했다.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듯 아주머니 한 분 밖에 없는 썰렁한 1층 테이블엔
홍차 두개가 각각의 앞에 놓여지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는 걸로 아주머니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 홍차, 고맙습니다. "
"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해 드려야죠. "
" .. 아시죠? 요즘 승운이가 저 피하는 거. "
" .. 아, 알고 있죠. 제 아들인데.. "
그러면서 낮빛이 금새 어두어져 버리는 아주머니였고..
나는 홍차를 홀짝홀짝 들이키며 싱글벙글 웃었다.
" 제가 말씀 안 드렸죠, 저 내일 모레 연주회하는 거. "
" 아! 그러세요? "
" 예, 그래서 그 날 승운이를 초대할까- 하고.. 아주머니도 오실 수 있으면 오세요. "
" 아.. 그치만.. "
" ....... "
아주머니가 멋쩍게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 어쩌죠.. 정말 가고는 싶은 데 그 날은 나갈 데가 있어서요.. "
" 그럼 하는 수 없죠 뭐, 승운이한테도 오라고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
" 그런가요.. "
" 네, 강요해봤자 더 진저리 치면서 달아날 것 같아서요ㅡ "
아무생각없이 한 말인 데 대뜸, 사과를 하시는 아주머니 .
" 죄송해요ㅡ 제가 선생님 괴롭히는 것 같아서 늘 죄송하네요.. "
" 아,아뇨ㅡ 절대로요. 그게 아니라요... 그냥 한 번 피아노 소리를 들어 볼 기회를 주려구요. "
" 그렇군요. "
" 피아노는 듣는 것도 연습이니까요.. "
남은 홍차까지 몽땅 쭉, 들이키며 대답했다.
이 곳은 늘 생각하는 거지만 아주 넓어서,
아주머니와 한번도 뵌 적 없는 아저씨(=승운이 아버지), 그리고 잡다한 일들을 맡는
가정부 몇명뿐인 사람들이 살기에는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지만,
자세히 둘러보니 아주머니도 음악에 연관이 있으신 가 본지 예술품들 중에는 음악에 관련된
것들이 꽤 많았다.
.. 깨끗이 비워 낸 컵 바닥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 .
딩-동, 이제 막 하교하고 돌아온 듯 초인종 소리가 집 안에 울려퍼졌다.
늘 이 시간 대 쯤에 집에 도착하는 것일까. 아주머니도 '누구세요?' 하는 말은 생략해버린 채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긴다리를 자랑하듯 현관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신발을 벗어놓으며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 인삿말을 꺼내는.. 녀석.
" 다녀왔습니다ㅡ "
.. -_- 니가 그런 말 하니까 황송하구나.
내가 아니라 아주머니에게 하는 인사라는 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일까. 컵을 앞에 두고 테이블 식탁에 앉은 내 얼굴을 본
그 장본인. 승운이 녀석은 얼굴이 싹 굳었다.
" .. 빨리 왔네. "
녀석의 그 말에,
'선생님한텐 존댓말을 써야지!' 하는 아주머니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녀석에게 다가갔다.
.. 신경쓰이는 왼손의 붕대가 그대로 인 채, 긴 소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하구나, 나에게 거리를 두는 건.
입은 웃고 있었지만 또 안타까운, 묘한 기분이 들어서 고개를 휘휘 저었다.
요즘 녀석이 하도 피해서 나도 참 감상적으로 변해버렸단 말야ㅡ
픽, 김이 빠진 것처럼 웃어보이며 녀석의 왼손에서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둘을 위해 배려하신 듯 1층에 이미 사라져 계셨다.
" 권승운. "
" .. 왜.. "
손에 자잘한 상처를 꽤 많이 내고 다니는 듯 왼손과 비슷한 요량으로 (왼손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반창고들이 붙어있는 오른손에 연주회 입장권을 건네주었다.
" 뭐야, 이건.. "
" 나, 이래뵈도 피아노 전공으로 하고 있는 대학생 아니냐. ^-^ "
" .. 연..주회? "
" 응, 그거를 출입구에서 관리자한테 보여주기만 하면 공짜로 들어 올 수 있어. "
" 이걸 왜 나한테 주는데. "
.. 하여튼 뾰족하시기는. -_-
손에 있는 티켓을 바라보며 곱지않게 말을 내뱉는 승운이를 보고 말했다.
" 누가 오라고 강요했냐? 안 와도 돼. "
" .. 안 갈 걸 뻔히 알면서 주는 이유가 뭐야 ? .. "
" 약간의 희망에 온 기대를 걸어보는 거지 .. "
" 휴. 다른 놈들한테나 전해줘. "
" 싫어. 표가 하나밖에 없단 말야. "
사실 개 뻥~
표는 집에 쌓여있지만 제현이나 도준이까지 끌어들여서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피아노 연주회니까, 피아노를 좋아했다던, 아니 어쩌면 지금도 좋아할 지 모르는
너만 와주면 되는 거야.
" 어짜피 2층 올라가봤자 피아노엔 손 댈 생각 없지 ? "
" ....... "
정곡을 찌른 듯 표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척하는 녀석에게서 돌아섰다.
미련없이 집을 나서려는 데 잡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도대체.. 왜 나한테 표를 준거야? "
.. 살짝 고개만 돌려 녀석의 눈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 신제현은 바이올린. 학도준은 노래. "
" .. 뭔소리 하는거야? "
" 녀석들은 피아노를 배우지 않잖아? "
" ....... "
" 내가 피아노 치는 걸 봐야 할 사람은 너야 .. "
넌 내가 가르치고 있고,
내가 가르치는 한 넌 피아노를 배우는 중이니까.
내 말 뜻이 이해가 된 건지 안 된건지 좀처럼 파악하기 힘든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녀석에게서 다시 시선을 거두어 현관 문으로 향했다.
절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 말도 함께.
" 그리고 정 싫으면... 버려도 상관없어. "
.
.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 Touch! (피아노를 치다) ● 10.
해바란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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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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