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모(老母)의 푸념
"자아 ~ 여보시오. 돈 있다 위세치 말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 척하지 말고,
건강하다고 자랑치 말며, 명예가 있다고 뽐내지 마소.
일흔이 넘으면 이불 덮고 자는 놈이나, 잔디 덮고 자는 놈이나, 그놈이 그놈 이더이다.
다 소용 없더이다."
"나이 들고 병들어 누우니,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너나없이 남의 손 빌려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는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구려."
"내 형제, 내 식구가 최고인 양 남을 업신여기지 마시구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 식구 아닌 바로 그 남이 어쩌면 이토록 고마울까?
웃는 얼굴로 따뜻한 미소 지으며 날 이렇게 잘도 돌봐 주더이다."
"아들 낳으면 일 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 되고, 대학 가면 사촌이고, 군대 가면 손님이요,
군대 다녀오면 팔촌이더이다.
장가가면 사돈 되고, 애 낳으면 내 나라 동포요, 이민 가면 해외 동포 되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 면 금메달 되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 딸 하나에 아들 하나 면 동메달 되고,
아들 둘이면 목 메달이라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되고, 며느리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도 내 사랑이구려."
"자식을 모두 출가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며, 며느리는 좀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 이더이다.
며느리를 딸로 착각지 말고,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지 마시오."
"자식에게 재산 하나도 안 넘기면 맞아 죽고, 반만 넘겨주면 졸려 죽고, 재산 모두 넘겨 주면 굶어 죽는다 하더이다."
- 2009. 노인 요양 병원에서 -
PS/
이 글은 어떤 동네 할머니가 나에게 원고를 넘겨주면서 열 장 정도만 복사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무심코 받아 읽으면서 혼자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
물론 흔히들 하는 이야기이지만 왜 복사를 한두 장도 아니고 열 장이나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사는 동네 노인 정에 두루두루 나누어 읽겠다고 하였다.
허튼짓인 줄 알면서도 잠시 웃으시라고 이 글을 이곳에 옮겨 놓아 본다.
나이가 들고 보니 별의별 심부름을 다 맡게 된다. 적선(積善)이라 생각하자.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 하지 않는가!
<光斗>
<옮긴 글>
첫댓글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과 비슷한 표현들을 보면
積善餘慶(적선여경)
선행을 쌓은 결과로 후대에 경사가 남는다.
→ 「積善之家 必有餘慶」을 압축한 표현으로 쓰기 좋습니다.
積德累功(적덕루공)
덕을 쌓고 공을 거듭한다.
→ 개인이나 가문이 오랫동안 덕행을 축적한다는 의미입니다.
積德裕後(적덕유후)
덕을 쌓아 후손을 넉넉하게 한다.
→ 가문의 덕이 후손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뜻을 표현하기 좋습니다.
德厚流光(덕후류광)
덕이 두터우면 그 빛이 후대까지 흐른다.
→ 조상이나 선대의 덕이 후세에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로 매우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前人栽樹,後人乘涼(전인재수 후인승량)
앞사람이 나무를 심으면 뒷사람이 그 그늘에서 쉰다.
→ 선대의 노력과 덕택을 후대가 누린다는 뜻입니다.
요양 원에 가신 분들의 이야기가 심심잖게 들립니다.
모두 안타까운 이야기들이지요.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