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우심ㅣ紅珠牛心
○ 붉은 구슬과 소의 심장, 홍시의 다른 이름
○ 紅(붉을 홍) 珠(구슬 주) 牛(소 우) 心(마음 심)
홍시는 노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과일이다. 붉은 구슬 같다고 홍주(紅珠),
소의 심장을 닮았다고 우심(牛心)이라고도 부른다. 노계(蘆溪) 박인로
(朴仁老·1561∼1642)의 시조 ‘조홍시가(早紅枾歌)’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이 고와도 보이나다/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노라.”
홍시에 관한 시는 무수히 많다.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시골사람이
홍시를 보내다’[野人送紅枾]부터 읽어보자. “식물 가운데 칠절을 가졌는데/시골
노인이 천 개나 보냈네/엿이나 꿀, 젖처럼 맛 좋아/우는 아이도 웃게 한다네.”
[植物憐渠兼七絶 野翁餉我僅千枚 味如飴蜜還如乳 解止兒啼作笑媒]
소의 심장까지 함께 나타내 홍시를 말한 곳은 조선 宣祖(선조) 때의
許浚(허준, 1539~1615)이 쓴 ‘東醫寶鑑(동의보감)’에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한 동양 최고의 의서인 이 책 湯液編(탕액편)에
감에 대해서 설명한다. 감은 일곱 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나무가 오래 살고
그늘이 많으며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벌레가 없다.
또 단풍이 좋고 과실이 아름다우며 낙엽도 풍부하다.
그러면서 이어진다. ‘감은 붉은 과실이라 우심홍주라 부른다.
볕에 말리면 백시, 불에 말리면 오시라 한다
(柿朱果也 故有牛心紅珠之稱 日乾者名白柿 火乾者名烏柿/
시주과야 고유우심홍주지칭 일건자명백시 화건자명오시).’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홍시를 받자마자 좋아서 시를 쓰고,
먹으며 또 시를 썼다. ‘신동년 자승이 홍시를 보내오다’
[申同年自繩送紅枾]라는 시는 “작은 여종이 검은 통을 전해 와/열어 보니
홍시가 가득”[小婢傳烏榼 開看枾子紅]이라고 시작된다.
동년은 과거에 합격한 벗이라는 뜻이다.
먹으면서 쓴 ‘홍시를 보내준 신동년에게 사례하다’
[謝申同年送紅枾]는 이렇게 돼 있다. “노란 합자를 막 열고 보니/
동실동실한 홍시가 담겨 있네/부드러워 당뇨를 없애주고/
달아서 두통도 낫게 하겠네/노귤이야 따져볼 게 있나/
장리도 감에는 어림없지/병든 뒤 말이 많아졌는데/
깨물어 먹으니 흥취가 무궁하네”
[金榼初開見 團團枾子紅 軟宜消渴病 甛可愈頭風
盧橘何須數 張梨逈不同 病餘增口業 嚼破興無窮]
노귤(盧橘)은 금감(金柑) 금귤(金橘)로도 불리는 과일이다. 장리(張梨)는
중국 낙양 북망산 근처 장공(張公)에서 나는 좋은 배를 말한다. 서거정은 다른
시에서 “소반의 온갖 과실이 무안할 것”[百果盤中少顔色]이라고 감을 찬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