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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전문 블로그 <야구라>와 함께 하는 한 주간의 프로야구. 지난주는 SK와 롯데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SK가 두산과 롯데를 연파하며 10연승으로 단독 선두 질주에 나선 반면, 롯데는 일주일 내내 부끄러운 경기력을 보인 끝에 최하위로 침몰했습니다. 상승세의 LG도 3위에 입성, 마침내 옆집 곰에 부끄럽지 않은 ‘라이벌’ 자격을 갖추게 됐습니다. 롯데와 KIA의 동맹 재결성 요청을 단호히 뿌리친 LG의 질주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이번주에도 주시해 보시죠.
SK 와이번스 (5승)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한 가지. 벌떼야구니 번트야구니 김성근 감독을 비난하지만, 사실 ‘김성근 야구’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중이다. 김 감독의 오랜 제자인 한 지도자는 “10여년 전 쌍방울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김성근 감독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평가한다. 가령 SK 부임 초기만 해도 김성근 감독은 수비와 주루플레이, 작전에 의한 득점을 중시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SK는 166개 홈런(1위)을 쳐내며 ‘거포군단’으로 변신했다. 홈런타자도 훈련을 통해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
지난 시즌 KIA의 우승에 자극받은 것일까. 올해 SK는 기존의 ‘벌떼야구’에서 벗어나 ‘선발야구’를 하는 팀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연승을 달린 최근 10경기에서 선발이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내려온 경기는 단 두 차례뿐(고효준 선발). 게다가 연승 기간 무려 7차례나 선발이 6이닝 이상을 던졌다. 올 시즌 최고의 선발진을 보유한 팀은 KIA도 삼성이 아니라 SK다. 특히 가장 한국적인 생김새를 자랑하는 김광현과 가장 일본틱한 생김새의 카도쿠라 원투펀치는 최강이다.
여기에 안 그래도 빈틈없는 타선에는 임훈이라는 신예가 새로 등장했다. 무슨 ‘드래곤볼’도 아니고 무서운 캐릭터가 끝도 없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이에 비하면 다른 팀들이 크리링이나 야무치 수준이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LG 트윈스 (4승 1패)
이제는 전력이 안정권에 접어든 모양새다. 일단 선발진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봉중근은 기대대로다. 박명환은 별다른 아홉수 없이 통산 100승에 성공, 이번주부터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곤잘레스가 25일 한화전에서 6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다음주 출연 분량을 확보했다. 심수창의 부진이 아프지만, 사실 선발 다섯명이 다 잘 던지는 팀은 그리 흔치 않다. 작년까지 LG는 봉중근 혼자만 잘 던지는 팀이었다.
타선에선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면모가 돋보인다. 특히 ‘한국의 조 마우어’, 조인성이 하위타선의 뇌관 역할을 야무지게 해내고 있다. 안경을 써서 그런가 이제는 사람이 영리해 보이기까지 한다. 올시즌 볼넷:삼진 비율이 1:1에 달하는 이대형과 작고 귀여운 이병규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진은 연일 푸짐한 밥상을 차려내고 있다. 이택근이 합류하면 더욱 해볼 만한 타선이 될 것이다.
이번주 LG는 전문가들이 선정한 우승 후보팀 삼성과 SK 와이번스를 상대한다.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만일 주말 SK전에서도 5할 승부 이상을 기록한다면, LG팬들은 핫팩과 담요를 미리 구매해 두는 것이 좋겠다. 가을에 야구할 때 사용하게 말이다.
삼성 라이온즈 (3승 3패)
힘겨운 한 주를 보냈다. 주전 세 명이 빠졌는데도 타선은 그런대로 제몫을 해냈다. 채태인의 자리는 양준혁이, 박석민의 자리는 조동찬이, 박진만의 자리는 강명구가 각각 ‘네덜란드 소년의 정신으로’ 메워냈다. 삼성의 두터운 선수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전체적인 수비의 짜임새는 이전보다 훨씬 떨어진다. 빠진 선수 세 명이 죄다 '내야수‘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문제는 투수진. 믿었던 선발진이 붕괴됐다. 수요일 나이트의 상대팀 흑기사 노릇을 시작으로, 이후 크루세타-장원삼-배영수-윤성환이 전부 부진한 투구를 했다. 선발진에 ‘탐 션 전염병’이라도 도는 모양이다. 마무리 오승환도 여전히 불안하다. 아픈데도 없고 구속도 여전한데 맞았다 하면 홈런이다. 이래서는 한 점차 상황에서 믿고 내보낼 수가 없다.
KIA 타이거즈 (3승 3패)
반타작을 하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한 주는 아니었다. 일주일새 연장전을 무려 세 차례나 치렀다. 노장과 부상 선수가 많은 팀에 연장 승부는 화생방 훈련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하위권 팀인 넥센에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등 경기 내용도 좋지 않았다. 차라리 10-0으로 지는 편이 낫지, 끝내기 패를 당하고 나면 팀 분위기는 상처받은 마음처럼 무겁게 가라앉게 마련.
양현종이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윤석민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두 투수가 동시에 잘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라이트는 ‘구톰슨이 명톰슨이다’라는 격언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마무리 유동훈은 2승을 따내며 주간 최다승 투수가 됐다. 미안한 얘기지만, 세이브를 따내라고 했지 승수를 챙기라고 한 적은 없다.
일요일 넥센전을 앞두고 김상현과 외국인 투수 라이트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애인에게 차인 직후 암 진단을 받은 격이다. 여기서 더 쳐지면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두산 베어스 (2승 3패)
시즌 개막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주초에는 라이벌 SK를 상대로 3패 같은 2패를 당했다. 패배를 기록하지 않고도 왈론드를 집으로 보낼 수 있게 된 게 유일한 위안거리. 만일 외국인 투수를 교체할 경우, 두산은 그간의 패턴에서 벗어나 과감한 베팅을 할 예정이다. 올해가 우승의 적기라고 본다는 얘기다. 니코스키는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특히 SK전에서는 초반 대량실점 뒤 질질 끌려가는 경기 패턴이 이어졌다. 시즌 초반 선취점을 낸 뒤 게임을 이끌어 나가던 두산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원인은 테이블 세터진의 부상과 부진. 고영민이 힘을 내야 한다. 김현수는 이제 사못쓰도 기계도 뭣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우투좌타 외야수 중 하나일 따름이다.
그나마 주말에는 동맹팀 삼성을 만나 한 대 맞고 두 대 때리면서 한숨을 돌렸다. 특히 삼성전에서 이현승이 시즌 첫 승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금값’을 했다. 물론 금값에 철값까지 해내려면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일요일 경기에서는 오재원이 싸이클링 히트에 가까운 대활약(3루타-안타-2루타)을 펼쳤다. 눈치챈 이가 별로 없는 것 같기에 적어 둔다.
넥센 히어로즈 (2승 3패)
악전고투. 힘든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하고 있다. 특히 주말 KIA전에서는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따내는 등, 집요하고 악착같은 면모를 보여줬다. 23일 KIA전의 경우엔 연장전에서 먼저 점수를 주고도 기어이 동점과 역전에 성공했을 정도.
문제는 지금의 전력으로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 선발진이 지나치게 약한 탓에 불펜의 이닝 부담이 매우 크다(지난주 경기당 4.2이닝 투구).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배터리가 방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만약 두산에서 데려온 선수가 금민철이 아니라 중간계투나 외야수였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화 이글스 (2승 4패)
류현진-유원상이 ‘유유상종’ 또는 ‘유류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청 감독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문제는 둘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진이 수준 이하라는 점. 덕분에 류현진은 매번 연패를 끊는 역할만 할 뿐, 연승을 이어갈 기회는 전혀 주어지지 않고 있다. 2승 뒤 3연패 하는 식으로는 영원히 5할 승률에 도달할 수 없다. 선발 투수들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던져줘야 한다. 특히 지난주부터 데폴라와 육체가 뒤바뀐 듯한 투구를 하고 있는 카페얀이 정신차릴 필요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1승 5패)
제대로 던지는 투수가 조정훈 하나뿐이다. 송승준은 미국에서도 이렇게 얻어맞지는 않았다. 불펜의 집단 난조는 허준혁을 두 번 연속으로 등판시켜서 상대에게 혼란을 준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피칭 스태프가 대체 시즌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가능하면 ‘진상규명위원회’라도 열어 따져보고 싶을 정도다.
투수들의 난조에는 수비수들의 형편없는 플레이도 한 몫을 했다. 사실 지난주 롯데 경기에 허준의 목소리를 입히면, 그대로 ‘천하무적 야구단’ 방송이 된다. 수비진에 뇌가 없는 선수는 한 사람으로 족하다. 아무래도 로이스터 감독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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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만일 주말 SK전에서도 5할 승부 이상을 기록한다면, LG팬들은 핫팩과 담요를 미리 구매해 두는 것이 좋겠다 <-- 으 기자님 센스
진짜 이번주가 고비네요 5할 승부하면 핫팩과 담요를 사나야 되겠네요
진짜 3승3패 현실적 기대해 봅니다! 보여주세요 엘지 주눅들지 말고 매서운 이글아이로 쨰려봐주세요!
핫팩과 담요라는 말에 정말 가슴이 찡하네요. ^^ 올해는 정말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