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 / 검정고무신을 신은 제비꽃 창작동화집 서평 『박성배 평론』... 아동문예 2009년 7.8월 제375호... 2009.7.1. 발행
■ 안재식 『이달의 동화문학 서평』
- 검정고무신을 신은 제비꽃 / 박성배 평론
。 아동문예 2009년 7.8월 제375호
。 2009년 7월 1일 발행
。 정가 10,000원
안재식 창작동화집 이달의 동화문학 서평
검정고무신을 신은 제비꽃
판타지동화, 의인화동화, 그리고 생활동화에 대하여 / 박성배 평론
통상적으로 동화라는 장르의 집합(集合) 안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원소가 판타지동화,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등일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생활동화를 소년소설이라하여 동화의 범주에 넣지 않기도 하지만 현실과 환상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세계를 인식한다면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왼발과 오른발을 교차하여 걷는 것처럼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여 오가는 어린이들의 생활은 그 자체가 동화의 세계라고 보기 때문이다.
단지 어린이가 쓴 생활문처럼 평범하고 유치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공들여 써야 할 것이다. 약간만 방심하면 유치한 이야기가 되고 마는 것은 판타지동화나 의인화동화도 마찬가지이다. 동화라는 장르 자체가 누구나 쉽게 덤벼들 수 있고, 하다보면 어느 장르보다도 정교하고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걸 깨닫지 못하고 쉽게만 생각하는 작가들은 동화를 유치한 작문으로 전락시키고, 더 나아가 자기가 그렇게 한 줄도 모르고 작가 행세를 하는 것이다.
안재식 작가의 '검정고무신을 신은 제비꽃'은 5편의 동화를 묶은 동화집이다. 이 중에 4편의 동화가 의인화동화이다. 의인화는 동물이나 식물, 사물, 자연물들에게 인격을 넣어주어 작가가 원하는 주제를 선명하고 생동감있게 표 현하기 위한 동화창작의 한 방법이다.
동화에 꼭 의인화를 사용할 필요성이나 진지성이 없이 쉽게 사람처럼 말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의인화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안재식 작가는 의인화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의인화로 어떻게 감동을 만들어낼지에 대해서 작품 으로 말해주고 있다. 특히 책의 제목으로 쓰인 「검정고무신을 신은 제비꽃」은 할아버지의 고무신 속에 떨어진 제비꽃 씨앗이 싹을 틔고 자라서 꽃을 맺는 과정과 할머니를 잃은 할아버지의 슬픔과 그리움을 연결시킨 수작이다.
"내 검정고무신에 제비꽃이 생명을 예쁘게 풀었구나. 작은 몸에 큰 고무신을 신고 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말! 제비꽃이 봉오리를 올렸어요. 아버지가 힘든 수술을 견디고 살아나신 것처럼 제비꽃도 힘들게 꽃을 피웠네요. 아마도 제비꽃이 아버지가 살아오시길 기다렸나 봐요."
엄마와 떨어져 홀로 흙도 없는 할아버지의 검정 고무신에 떨어진 씨앗은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즉 고무신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견뎌온 과정이 수술을 하고 이겨 낸 할아버지의 생명으로 이어졌음을 암시하고, 할머니 산소에서 묻혀온 씨앗이라는 점에서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며, 제비꽃은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지만 자기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참고 고생한 보상을 받아 엄마가 있던 할머니 산소 곁으로 가게 된다. 기승전결이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주제를 드러내기 위하여 끈기 있게 밀고나간 수준 높은 의인화동화이다.
「다람쥐마을에 밤손님」도 다람쥐들을 의인화하여 다람쥐의 식량인 도토리를 가져가려는 사람과 이를 지키려는 다람쥐의 활동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아니, 사람이 묵 좀 만들어 먹겠다는데, 다람쥐 생각해서 도토리도 못 줍게 한담? 사람 위에 다람쥐가 있네. 참, 별난 세상이야."
"여기 수목원의 도토리는 딸 수도 없고 주워서도 안 됩니다. 도토리를 모두 꺼내놓으세요."
땅딸보 아저씨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다람쥐들의 도토리를 지켜주는 땅딸보 아저씨가 겨울이 되자 다람쥐들의 식량인 도토리를 한꺼번에 훔쳐가는 도둑으로 잡히게 된다. 사람들을 더이상 믿지 못하게 된 다람쥐들은 사람들이 없는 깊은 산골로 이사 가기로 결정한다.
의인화동화는 의인화된 인물들의 이야기로만 일관되는 경우와, 의인화된 인물과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이야기가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앞의 두 동화와 이 책의 다른 의인화동화들은 후자에 속한다. 이는 의인화된 인물을 통해 사람들 스스로가 자기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동화에 활용 가치가 크다고 보겠다. 안재식 작가는 이런 점을 잘 활용하는 작가이다.
창작동화집 검정고무신을 신은 제비꽃
저자 : 안재식(1942~)
그림 : 이한중
발행 : 아동문예
발행일 : 2009년 4월 15일
정가 : 10,000원
▣차례
1. 검정고무신을 신은 제비꽃
2. 왕이 없는 나라
3. 꽥꽥이와 허수아비
4. 엄마와 섬아이
5. 다람쥐마을에 밤손님
안재식 창작동화 맛보기 .. 엄기원
◈책머리에 / 여섯번째 동화집을 내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절대적인 가치가 있답니다.
검정고무신을 신은 제비꽃에게도, 왕이 없는 나라 조약돌에게도,
꽥꽥이와 허수아비에게도, 다람쥐마을 동물에게도,
외로운 섬아이와 엄마에게도.
하찮게 여기는 앉은뱅이 풀꽃부터
수백 년이 지나도 늘푸른 소나무까지
살아가야 할 이유는 꼭 있답니다.
모든 생명은 사랑받을 권리가 있고
특히 어린이들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할 의무가 있지요.
그래서 시작한 동화 창작이 어느덧 30년이 돼갑니다.
다시 한 권의 동화집을 엮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온가족이 둘러앉아 읽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면
사람과 자연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참, 참 좋겠다고 욕심을 부려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사랑으로 감싸안은 아내에게,
그리고 작품집을 내 주신 아동문예 박종현 발행인께
고마움을 드립니다.
지은이 안재식
| ▶안재식(安在植) 약력 1942년 서울 신설동 출생.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지도위원, 「소정문학」 동인, 중랑문학대학 출강. 수상 : 환경부장관 표창(1997. 문학부문),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외 시가곡 : 「그리운 사람에게」 등 20여곡 저서 : 『야누스의 두 얼굴』 등 20여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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