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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지장암 철야정진을 마치고 1
오랫만에 전화기 저 너머로 씩씩한 승진행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 .... 저 봐 저 봐 관심도 없잖아. 이번 달에 월정사 지장암에서 정진회 있으니 오세요...” “녜;; ~~~... ” 사실 같은 강원도지만 이쪽과 저쪽이지요. 거의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봅니다. 원통에서 홍천으로 다시 원주로 다시 진부로 ~ 월정사까지. 원주터미널에서 한가로이 차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황토색 법복을 입으신 젊으신 보살님이 표를 끊네요. 차림이 다르지요. 다른 분이 보기에 내도 그렇겠구나. 그리고 진부에서 같이 내려 그 보살님이 터미널 직원에게 월정사행 차시간을 물어요. 그래서 짧은 일행이 되었지요. 지루할 수도 있을 시간들을 기다림으로 즐기며 월정사 경내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여러 번 온 곳이지만 늘 맑은 바람과 아름다운 팔각구층석탑, 겨울에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가슴을 지나던 예리한 통증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 다행히 지장암이 가까이 있었습니다. 인행심보살님을 (나중에 안 이름이지만) 관음암으로 보내고 (숙박이 여의치 않으면 이곳으로 오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경내로 들어오니 도명거사님과 애기들 일행분들이 계셨습니다. 곧이어 도반분들이 줄줄이 오십니다. 작년 11월에 해인사 원당암에서 뵈었으니 9개월만이네요. 참으로 반가움이 큽니다. 그 도반이라는 것이 뭔데 한두 번 기껏 세 번의 만남이 전부인데 이렇게 설레임으로 기다려지고 이렇게 만남의 기쁨이 클까. 이렇게 금새 익숙해질까.
아주 작은 방에 짐을 놓았지요. “이 방에 들 생각도 말아라.” “그러지요.*^^*” 곧 공양간으로 가서 스님들께서 정성 가득하게 차려주신 정말 환상적인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 힘으로 기도 잘해야겠다는 의무를 느낄 정도였어요. 웬지 제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곧 지장전에서 저녁예불을 올렸습니다. 스님들과 행자스님들과 사십분 가까이 되시는 도반분들과 함께 올리는 예불은 늘 그 비장함때문인지 유난히 장엄합니다. 더구나 백중재일을 앞두고 영가분들게 무상게를 독경해 드리니 신심이 더욱 납니다.
이번 정진은 정안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승진행님의 전화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던 이유가 정안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함이었지요. 맑고 잔잔한 미소 너머에 강력한 수행력을 갖추신 모습이셨지요. 법화경의 가르침으로 시작하셨어요. 부처님께선 일체 중생이 이미 완벽하게 깨달아 있음을 알려주시기 위해 이 사바세계에 인간의 모습으로 나투셨답니다. 단지 구름이 달을 가려 달빛을 볼 수 없듯이 그 구름을 제거하기 위한 늘 ~~~깨어있음을 강조하셨지요. 우리가 쉽게 의식할 수 있는 화냄(진에)의 독소를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탐과 치독의 구름을 벗겨내야 한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참선 중에 늘 흔들리고 울렁거리는 그 앝은 의식 아래 움직임없이 고요한 마음이 있으니 그 아래로 나의 전부를 던져 푹 빠져보라고(삼매) 하십니다. 실제수행의 경험을 통한 가르침이라 상당히 마음에 깊게 생생히 그 느낌이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엔 참선수행도 병행해야겠다고 결정했지요. 오십만원,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문득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부모님께 오십만원을 보내드려야겠다 - 아무런 군더더기도 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그것은 마음이니 실천하라시네요. 뒤이어 생각은 여러 가지 쓸 곳과 갈등으로 결국은 이십만원으로 낙찰되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 마음은 아니라네요. 마음과 생각은 다른 것이며 마음을 따르라고. (제가) 부언하자면 살면서 전혀 엉뚱하게 상상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조건이나 의미도 모르는 채 나를 이끌어 어떤 행동을 하게하고 나중에야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게으르고 의심하고 고질적인 그 사량분별(생각)로 말미암아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불교용어로는 직관이라고합니다. 반야(지혜와는 조금 다른)가 일상 속에서 삐죽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때인데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흘려보냅니다. 사실 기도나 절수행이나 참선이나 모든 수행방편은 이 반야가 일상으로 드러나는 기회를 잦게 하기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아가 진리의 삶을 사는 일이지요. 직관을 의식으로는 계발할 수는 없으나 늘 깨어있는 삶을 산다면 진리가 나를 찾아오지요. 자연히 자연히... 그리고 삶에서의 모든 고난을 부처님 전에 바치고 맡기고 남음없이 전부 맡겨버리라고.... 작지만 힘있고 명료하게 가슴 속에 쿡쿡 넣어주시네요. 참으로 깊이 머리 숙여 경례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철야정진을 하기위한 신심과 힘과 분위기 조성은 완벽하게 끝이 났네요. 문득 뒤돌아보니 인행심보살님이 와 계셨습니다. 설법 전부터 와 계셨다네요. 그도 얼마나 기쁜지요. 우선 삼성각에서 절수행부터 시작했습니다. 가능하면 생각을 적게 하는 일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매이지도 않고 그저 강물이 흘러가면 흘러가는대로 그대~~~로 두어버리는 것이지요. 거기에 물살이 급한지 잔잔한지도 무엇이 떠내려가는 지도 그저 담담히 바라만 봅니다. 그러면 확실히 자연스럽게 조금씩 더 선명하게 강바닥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렇게 첫날을 보내고 다함께 지장전에 모여 다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주로 네버에만 있으니 전에 뵈었던 분들을 빼면 모두 생소하신 분들이네요.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저간의 소식도 모르고 .... ㅎㅎㅎㅎ. 그래도 모르는 분들이 많을수록 이 까페가 번창하고 도반이 늘어간다는 증표이니 오히려 기쁩니다. 동심님, 모두들 행복해야한다. 당연히 행복하게 되어있다.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말인데 다시금 새기는 기회가 되었어요. 고마워요. 그 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모두들 수행력과 가르침으로 어려움들을 담담히 이겨내시는 모습들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고맙습니다. 특히 작은아니보살님 종학거사님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보냅니다. 먼저 가신 영가분들 극락왕생하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그리고 새벽엔 오~~~랫만에 방석 위에 앉았습니다. 정안스님께서 가르쳐 주신 그 요동치지 않는 자리를 찾기 위해서 ^^* . 포부야 크지만 하루아침에 되겠습니까. 그러나 가르침으로 첫 자리 하나는 마련한 듯하여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참으로 오길 잘했습니다.
철야를 하고 난 후의 새벽예불, 그 차라리 쾌감과도 같은 기분은 누린 자만이 알지요. ㅋㅋㅋ 예불을 올리고 참회문에 맞추어 기도를 올렸습니다. 지장기도가 이어지며 기도시간이 길어져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직 어둡고 밤공기는 서늘했습니다. 천천히 절 밖으로 나와 다리를 건너고 가까운 월정사에 다녀왔지요.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무엇들인지. 이 텅텅 빈 이 몸이 흐릿한 내 눈엔 야속케도 형체를 갖춘 사람의 모습이니 새삼 신기합니다. 눈 앞의 모든 것이 그 경계없음에서 여전히 경계지어 있음이 새삼 신기합니다. 이 모든 것은 무엇들인지. 진정코 무엇들인지....
환상적으로 아침공양을 맛있게 들고 다시 정안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지장전 옆마당에 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환희심 넘치는 밤을 지샌 터라 모두들 얼굴이 환~ 히 밝습니다. 스님의 얼굴도 여전히 동안에 맑은 기운이 넘치시네요. 그 옛날 불교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스님이 좋아 세간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가를 하셨다네요. 역시 전생에 불연이 깊으신 분입니다. 이번엔 오분향과 남편과 아내의 ....답게 에 관한 설법을 주셨습니다. 가르침과 더불어 정진의 도량을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쉽지만 마음 가득 기쁨을 담고 지장암을 떠나며 드디어 적멸보궁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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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성어린 글 속에 담겨있는 님의 마음을 훔쳐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마음이 있는 가정은 얼마나 행복할까?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은 월급처럼 주는게 좋지않을까요? 적은 금액이라도 온라인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서 오랜만에 정진님의 글을 봅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오랜만에 뵙고 참으로 반가웠습니다.그간의 수행이 홀로 깊어지신 얼굴,, 날카로움을 벗고 많이 부드러워지셨더군요.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세요.나무아미타불_()_
뵙고 싶은 분들을 이번 정진회에서 뵈었습니다....항상 부처님법을 전하시기에 봉사하시는 보살님을 그리며 감사드렸습니다....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
panna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아미타불!
이렇게 잘 쓰시는 정진기 가 있는데 수형보살님은 왜 저에게 숙제를 냈을까요? 주마등같이 스쳐갑니다()()()
정진 보살님, 만나뵈어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panna 부처님 아미타불_()_
프라나님이 정진님이셨군요. 자세한 설명과 심경을 전해주시어 중요한 가르침도 가슴에 턱 새겨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오래간만에 만나뵌 정진님!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아름다운 금강정진 모습 감사합니다....정진보살님...나무아미타불..._()_
정안스님의 귀한 법문......잘 정리해 전해 주셔서.....소중한 마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함께 할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아미타불...............()()()
저도 오랜만에 뵙고 무척 반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반가웠습니다. 정진님의 자세한 참가기로 스님 법문 복습했습니다. 맑은 마음의 강을 건너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아미타불_()_
Panna님 정갈하고 많이 생각케하는 정진기 잘보았읍니다. 저는 처음 참석해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다음 만날때 꼭인사해요~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