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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여행] 과메기와 도루묵 | |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 등을 얼말린(얼렸다 녹았다 말렸다를 밥먹듯이 반복) 반건조상태의 회로 포항 구룡포가 그 산지로 유명하다. 본디 청어로 만들었다고는 하나 요즘은 청어가 잘 잡히지 않아 꽁치를 사용하는데 정어리나 양미리도 그렇게 말려 먹는다고 한다. 재료가 머든 과메기는 최근 일간지 만화 <식객>이나 그외 과메기를 소개했던 여타의 보도 매체를 통해서 밝혀젔듯이 생선의 눈을 꾀어(貫目) 말렸다 해서 '관목>관메기>과메기' 가 되었다는 게 통설이다. 근데 종종 헉헉아빠 같은 사회불만 세력이 있어 그게 아니다 물고기를 새끼줄로 '꼬아매어' 말려서 과메기다 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렇게 들으니 그도 일리가 있다... 고 홀딱 넘어갈 수 있지만, 사진을 보니 별로 안 꼬았다. 그냥 엮은 걸로 밖엔 안 보인다.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이규경의 저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청어를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였는데 이를 연관목(燃貫目)이라 한다' 라고 쓰여있고, 빙허각 이氏가 엮은 조선판 여성생활백과인 <규합총서(閨閤叢書)>를 볼짝시면, '청어를 말린 것을 흔히 관목이라 하나 이는 잘못 부른 것이라. 관목은 청어를 들어봐서 두 눈이 서로 통해서 맑게 비치는 것을 말려서 썼는데 그 맛이 기이하다' 했으며, 조선 말기에 발간된 <소천소지(笑天笑地)>를 또 들추어 보자면, '동해안의 선비 하나가 겨울에 과거를 보러갈려구 해안가를 따라 걸어가는데 민가는 안보이구 배는 고파죽겠는데, 해변가의 언덕 위 나무의 가지에 눈이 꾀인 청어가 말라죽어 있는 것을 보고 마구 찢어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았다. 과거를 보고 내려온 그 후에도 선비는 집에서 겨울마다 생선 중에 청어나 꽁치를 그렇게 말려 먹었다' 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헉헉아빠, 당신이 억지 같애... 그냥 혼자 '꽈매기' 나 드셔...
아무튼 자꾸 말꼬리만 잡으면 기사를 하루종일 써도 모자를 것 같으므로... 그 옛날 지역 특산품으로 임금께도 진상되었다는 그 전설의 과메기가.. 요즘 히트다. 그래서.. 우리 특전대가 서울서 과메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아는 사람한테만 소문난 집 <영덕대게집>을 잠입취재 하였다. 떄만 되면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룬다는 집이라 일찌감치 여섯시쯤 갔는데... 이미 사람들로 방안은 분주했다. 빈 자리는 있으나 예약석이라 겨우 구석에 있는 자리 하나 얻어 그토록 말이 많던 과메기 한 접시 주문했다. 주문하자마자 콩나물국이 한 사발 나오고.. 흠.. 그 말간 국물로 위장에 신호를 보냈다. 기대해라 이놈아...
난생 처음 먹어볼 과메기는 이렇게 이미 먹기 좋게 손질이 되어 접시에 미역, 풋고추, 생쪽파, 속배추 등과 함께 예쁘게 차려져 나왔다. 멀뚱멀뚱 잠깐 이걸 어떻게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자니 갱상도 사투리의 아줌씨가 설명을 해주는데, 먼저 참기름과 다진 마늘이 있는 소접시에 초고추장을 듬뿍넣어 말은 뒤, 노오란 속배추에 김과 미역을 차례로 얹고 과메기에 초고추장에 처억하고 묻혀 그 위에 얹고 풋고추와 생쪽파를 올려 놓는다. 이렇게.
어떤가... 입안에 군침이 도는가? 그렇담 그대는 이미 과메기의 세계로 발을 담근 이로세... 한 입에 먹기에 조금 부담스런 위의 과메기 쌈을 우적우적 씹으니 생쪽파의 싸한 향과 아작아작 씹히는 속배추, 매콤새콤한 초고추장이며 마구 뒤석여 맛은 있기는 있는데 이게 뭔맛인지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맛은...? 좋았다. 근데 맛을 모르겠다.
그래서 과메기만 맛을 보니 몸통 쪽은 쩐득하면서 사각거리고, 꼬리쪽은 쫀쫀한 게 씹기가 쫀디기 같드라. 맛은 고소하지만 씁쓸하면서 비릿한 물내가 났다. 아항... 이거 맹으로는 잘 못먹겠는 걸... 다음은 초고추장만 살짝 찍어먹어 보았다. 흠.. 역시 양념을 찍어먹어야겠구나... 이거 살짝 구워먹어도 맛있겠는 걸... 다음은 김에다 고추와 생쪽파를 올리고 과메기를 초고추장에 찍어 싸서 먹었다. 흠.. 이거 참 맛좋군.. 고소한 김과 쪽파의 깔끔하고 풋풋한 향에 알싸한 풋고추 그리고 쫀쫀하고 매콤새콤한 과메기의 맛이란... 역시 초고추장은 정말이지 모든 생선요리와 궁합이 잘맞는 연인임을 여기서도 여지없이 증명해주었다.
다음은 내용물은 그대로 두고 미역에 말아 먹었다. 물렁하면서도 약간은 뻣뻣한 생미역 줄거리에 싸먹으니 이또한 '기이' 하면서도 묘한 맛이었으나 축축한 맛은 별로 내입맛에 이전 것에 비해 맛이 떨어졌다. 다음은 속배추에 그것들을... 상추쌈은 없어서 못싸먹었다만 거기엔 좀 안어울릴 듯 싶다. 맛에 정도란 게 있을지 모르지만 내 입맛에 안 맞으면 무슨 소용 있으랴... 과메기를 즐기는 법. 먼저, 권하는 방법으로 먹되 불편하고 입맛에 안맞거나 불편하면 내 입맛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단... 먹을 줄 안다면 생쪽파와 고추나 마늘과 함께 드실 것을 추천하며, 머 그대가 맛있다면 맹으로 먹는다 해도 그 누가 말리겠는가.. 과메기를 썡으로 먹는 당신, 그대가 진정 과메기판에 챔피온이요~.
앞서 전했던 인용과 마찬가지로 '기이' 한 별미의 과메기는 소주 한 잔의 안주로 콜이다. 한 접시에 20,000 원. 조금 비싼 듯 싶다. 둘이 빈 속에 소주 한 잔 하기에 적당하고 셋이면 부족하겠다. 요즘 인터넷을 뒤지면 온라인 판매를 하는 곳도 여럿 있으니 사서 집에서 드셔도 되겠다. 1 두름(20 마리)에 보통 1 만원 내외로 먹기좋게 손질해 놓은 것, 야채셋트 등과 함께 파는 곳도 있으니 잘 찾아보시라. 싸이트를 잘 찾아보면 생짜 해체하는 방법도 있으니 집에서 재미로 까서 드셔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첨부터 직접 먹게 되면 비린 맛에 질려 다신 돌아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입문은 음식점을 통해서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음식점은 경험상 알아서 웬만한 사람도 먹기 좋게끔 만들어서 나오니깐... 참, 몸통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물러지니깐 그러기 전에 언능 후딱 드시는 게 좋겠다. 다음은 '말짱 도루묵' 으로 유명한 도루묵이다. 요즘 '짱' 들이 넘쳐나서 '말들의 짱' 인가 싶은 농담은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돌맞을 거 같다. 도루묵은 분류에서 농어목에 속한다. 모래가 섞인 뻘바닥에 몸을 묻어놓고 생활을 하는데 그래서 영어로는 샌드피쉬(sandfish)라 불리며, 길이가 20 여 센치이다. 도루묵에는 설화가 전해지는데 외침으로 피난을 다녔던 임금(고려조의 임금이라기도 하고 조선조의 임금이라기도 한다. 머 외침이 한두 번이었어야지...)이 먹을 것이 없어 곤경에 처했는데, 피난처의 한 어부가 그들이 잘먹던 '묵' 이라는 생선을 바쳤다. 시장이 찬이고 입맛인지라 이 물고기를 맛있게 먹은 임금은 이름이 '묵' 이라는 것에 실망을 했는지 따로 '은어(銀魚)' 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후에 궁으로 돌아온 임금은 입맛이 없던 어느 날 피난 시절 맛있게 먹었던 '은어' 를 가져오게 하였다. 하지만 그 어렵고 험한 시절의 그 맛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여 이에 크게 실망한 나머지 '도로(옛날의 이름인) 묵' 하여라 했단다. 그래서 도로묵이 도루묵이 되었다는 아련한 시절의 이야기다. 아래가 그 주인공이다.
설화지만 참 임금도 철이 없지... 아무튼 이렇게 애써 일을 진행하고 추진해서 좋은 결과를 보려했는데 일의 처음 시작점으로 되돌아갔거나 없던 일이 되었을 때 '말짱 도루묵' 이라는 표현을 쓴다. 다들 알 듯이... 지금처럼 열심히 기사를 쓰고 중반으로 넘어서 종반으로 달리고 있는데 정전이 되어 저장도 안한 채 컴터가 다운 되었다... '말짱 도루묵' 된 거다. 심한 말로 '좇' 됐다 그런다. 이런 일 종종 있었다. 그래서 저장 한 판 하고 진도 마저 나간다. ctrl+S ! ^^;
도루묵은 살이 연하고 담백해서 통째로 구워먹고 튀겨먹고 찜쪄먹고 한다. 찌개를 끓여먹으면 비린내도 안나고 묘한 단맛이 나는데 이때는 살에 약간은 탄력이 생겨 탱탱한 맛도 있다. 보통 11 월 과 12 월이 산란기라 알도 크고 많이 잡혀 제철로 친다. 미안타.. 쩜 늦었다. 강원의 강릉, 속초, 고성 등지의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며 일본인들이 좋아해 수출도 많이 했었다. 근데 일본에서 그리 좋아한 이유는 도루묵 알이 원폭피해자 치료에 특효가 있다는 이유였단다.
보통은 생선찌개에 무를 쓰는 게 시원하고 깊은 맛을 주는데 여기선 감자를 썼다. 맛도 달달한 게 눈에 보이는 도루묵만 아니면 생선찌개가 아닌 듯... 속아넘어 가기도 하겠다. 글쎄.. 도루묵은 예전에 맛본 이라면 그리운 추억의 맛으로 다시 찾기는 하여도 민물 생선매운탕이나 어죽을 먹고 자란 본 기자로선 강추하거나 하지는 못하겠다. 그저 도루묵의 유래에 혹하여 그 맛이 과연 어떻길래 그런 비운의 어두운 기억이 있는 생선이 돼버렸는가가 궁금한 이라면 함 드셔봐도 좋다. 색다른 맛으로 찾아볼 만 하겠다. 사실 좀 비싸기도 하고... 사진에서처럼 둘이 밥 한 공기씩 먹고 반주로 소주 한 잔씩들 하기에 적당한 양이 25,000 원 되겠다.
계절의 별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과메기는 강추, 한철은 지났지만 색다른 생선맛을 볼 수 있는 도루묵은 선택이다. 그럼 찬바람이 지나가기 전에 언능언능.. 맛들 보시라. 참, 정보에 의하면 <영덕대게집 02-3210-1379>엔 가끔 청어로 말린 과메기가 입수된다고 한다. 단골손님한테만 준다는데 어떻게 잘 얘기해시길... 모 처음부터 단골있나?
광화문 교보빌딩 뒷길 주차장과 마주 보고 있다. 바로 앞에 커다란 민영주차장이 있으니 또한 찾기 쉽다. <영덕대게집> 이라고 간판도 크게 아치형으로 붙어있다. 과메기는 메뉴판엔 끄트머리에 잘 안보이게 붙어있으니 메뉴에 없다고 지나가지 말고... 어때? 오랜만에 시내에서 친구랑 소주 한 잔... 그리고 일찌감치 만나서 집에는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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