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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숲과 팔담팔정의 고향-함양
(함양상림 숲-함양군청 제공) 함양은 명산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골골이 묻어나는 풍경마다 정자가 자리 잡아 ‘팔정팔담’이라고 불렀다. 산 좋고 물 좋은 동네에 인물까지 많이 배출해 ‘좌안동 우함양’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함양은 가을에 찾는 것이 가장 좋은데 운무가 드리워진 상림의 단풍 숲은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절경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지안재와 지리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의 산마루는 대한민국 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마음의 안식처 함양상림
함양을 관통하는 위천변에 자리 잡은 상림은 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때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 태수로 있을 때 조성한 숲으로 위천의 잦은 범람으로 주민의 피해가 잦자 둑을 쌓아 물길을 돌리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홍수로 쓸려나가면서 현재 상림만 남아 있고 하림의 자리는 마을이 차지하고 있다. 길이 1.6km, 면적만도 6만평에 달해 일단 이곳에 들어서면 천년 숲이 품어내는 피톤치드에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 활엽수가 주류를 이루며 수종은 대략 120여종에 헤아린다.
(안개 덮힌 함양상림: 함양군청 제공) 봄 신록, 여름 녹음,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 4계절 멋들어진 그림을 그려내지만 특히 오색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 가을 정취가 그만이다. 9월 꽃무릇을 시작으로 10월 단풍 11월 낙엽까지 숲은 릴레이 선수마냥 변신한다. 싱그런 바람이 일렁일 때 단풍나무는 낙엽비를 떨어뜨려주며, 서걱서걱 낙엽 밟는 소리에 가을 정취는 더욱 깊어간다. 연인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밀어를 속삭여도 좋고, 나무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정갈한 시 한 편 음미하며 자신을 반추해 보는 시간도 가져보면 어떨까. 함양의 숲길은 운무가 드리워지는 이른 아침과 노을이 물드는 저녁 무렵이 운치 있다. 물안개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나무사이의 햇살이 남다른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상림은 숲뿐만 아니라 곳곳에 천년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물을 품고 있어 감동은 더욱 커진다. 조선시대 함양읍성의 남문이었던 함화루는 ‘멀리 지리산을 바라본다’라고 해서 ‘망악루’라고 불렀는데 1932년 읍성이 헐리면서 함양고적보존회의 노덕영 선생이 사재를 털어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고운 선생의 애민정신에 보답하려는 민초들의 마음씀씀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숲 한가운데는 고운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문창후최선생신도비’가 자리하고 있는데 익살스런 거북상이 귀엽다.
손목이 잘려나간 ‘이은돌석불’은 천년을 지켜온 상림의 수호신이다. 상림중간 도로변 ‘역사인물 공원’에는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인연을 지닌 인물들의 흉상이 서 있는데, 최치원, 김종직, 유호인, 정여창, 박지원 같은 역사인물을 만날 수 있다. 상림숲의 끝은 물레방아가 차지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이 중국에서 기술을 들여와 처음으로 물레방아를 돌려 곡식을 찧은 곳이 바로 함양이기에 오늘날 함양의 캐릭터는 물레동자가 되었다. 이밖에 외세의 맞서 항전의 의지를 불태우는 대원군 척화비도 만날 수 있다.
무오사화의 단초-학사루
함양읍내의 학사루는 조선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의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 김종직이 함양현감으로 부임하면서 학사루 벽에 걸린 유자광의 시가 적힌 편액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변했다고 한다. 그는 불같이 화를 내고 당장 편액을 떼 내어 태어버렸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유자광은 이를 갈았고, 세월이 흘러 김종직의 ‘조의제문’을 빌미로 무오사화를 일으켜 이미 죽은 김종직에게 ‘부관참시’라는 복수의 칼을 들이댔다. 김종직이 심었다는 느티나무는 자식사랑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김종직이 마흔이 넘어 어렵게 얻은 아들 목아(木兒)를 홍역으로 잃어버린 아픔을 대신해 나무를 심었고 매일 물을 주면서 짧은 삶을 살다간 아들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지안재와 지리산전망대
지안재의 구절양장의 고갯길은 마치 뱀이 휘감아 도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고개 정상 정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굴곡진 자신의 인생길이 오버랩된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의 필수코스로 알려진 지안재는 도로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으며, 영화배우 전도연씨가 모 타이어 광고에 소개되어 더욱 유명세를 탔다. 헤드라이트가 궤적을 이루는 야경사진에 도전해 볼만하다.
지안재를 넘으면 지리산 자락의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오도재가 나온다. 함양의 옛 이름이 ‘천령’, 즉 하늘과 맞닿은 고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까마득한 고갯길을 오르다보면 ‘천령’이란 지명이 붙은 이유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지금이야 쉽게 차로 넘나들지만 예전엔 함양의 봇짐장수들은 이 험난한 고개를 넘어 지리산 장터목까지 올라 광양, 하동, 구례 사람들과 교역했다고 한다. 남해, 하동의 해산물이 전북, 경북, 충청지역으로 운송되는 육상교역로였다.
오도재 동구마을은 변강쇠와 옹녀가 터를 잡은 곳이며, 최근에 변강쇠 묘를 조성하였다. 오도재 정상은 ‘지리산 제 1관문’이 자리하고 있는데 함양의 북쪽이 한 눈에 잡힌다. 힘이 느껴지는 풍경 때문일까, 도를 깨달았다는 ‘오도(悟道)’ 라는 지명이 틀리지 않는 모양이다. 고개를 넘으면 ‘지리산조망공원 휴게소’가 지리산 마루를 병풍삼아 서 있다. ‘지득정’ 정자에 오르면 지리산 하봉, 중봉, 천황봉, 제석봉, 벽소령, 반야봉등 지리산 11개 봉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해질 무렵 지리산 능선의 실루엣을 담아볼 만하다.
오도재를 넘으면 마천면의 황금 다랭이 논이 펼쳐진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계단식 논을 이룬 농군의 숭고한 마음을 생각하면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칠선계곡의 출발점인 추성리 입구에서 매표소 거치기 직전 왼쪽 산길로 올라가면 벽송사가 나온다. 아담하면서도 다부진 삼층석탑이 지리산을 버티고 서 있으며 민초들의 염원이 담긴 목장승이 여전히 남아 있다.
서암은 동족상잔의 비극속에서 숨져간 넋을 달래기 위해 조성한 사찰이며 극락세계를 형상화한 석굴법당의 조각이 그만이다.
한옥의 멋-정여창 고택
‘좌안동 우함양’이란 말이 있듯이 함양은 유학의 고장이다. 그 기틀을 잡은 분이 바로 일두 정여창 선생이다. 성종 때 대학자로 정몽주, 김굉필과 더불어 문묘에 배향되신 분인데 지곡면 개평리, 넉넉한 산자락과 개울이 지나가는 명당자리에 정여창 고택이 둥지를 트고 있다. 정감어린 돌담길을 따라 가면 정려를 게시한 문패 4개가 걸린 솟을삼문을 만나게 된다. 이 집터는 500년을 연기하여 오는 좋은 터로 풍수지리를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들려야 하는 성지 같은 곳이란다.
대문을 들어서면 꽤 높은 축대위에 올라서 사랑채가 나타난다. ㄱ자 평면집으로 일반사대부의 전형적인 배치와는 달리 동향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충효절의’ 라고 쓰여진 큼직한 글씨에 일반사람들은 그 가풍에 압도당하고 만다. 사랑채에 앉으면 앞마당에 일부러 만들어 놓은 석가산이 눈에 들어온다. 허리가 잔뜩 굽은 늙은 소나무가 세월의 무게를 잔뜩 이고 있었다. 사랑채 옆구리에 붙어 있는 일각문에 들어서면 사랑채와 안채의 완충지대인 전이공간이 나오고, 다시 행랑채 끝 문을 통해 들어가면 비로소 안채가 나온다. 시선을 자연스레 받아주고 또한 차단하는 여유공간이다.
안채는 그리 크지도 않고 실용을 중시하는 인물답게 아기자기한 마당과 실용적인 부엌을 갖추고 있다. 부엌을 통해 사당과 별당이 연결된다.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고택이다.
정자문화의 꽃-화림동 정자
함양의 정자는 안의면 화림동 계곡에 몰려 있다. 예로부터 8개의 못과 8개의 정자가 있다고 하여 ‘팔담팔정’ 이라고 불렀다. 안타깝게도 정자의 대표격인 농월정이 불타고 없고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만이 화림동 정자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 도로변 옆에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다.
동호정은 너럭바위를 바라보고 있는 누각으로 통나무 두 개를 잇대고 도끼로 통을 파서 만든 나무 계단이 일품이다.
계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학자 정여창이 시를 읊었다는 군자정이 소박하게 서 있으며, 바로 옆에 바위섬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거연정이 자리하고 있다. 난간에 기대 물소리를 들으며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길러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리산 한정식-목향산방
목향산방은 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한정식집이다. 정식을 주문하면 가자미찜, 생선구이, 편육,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다양한 나물과 맛깔 난 김치가 식탁에 올라온다. 어느 것 하나 젓가락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맛깔스럽다. 식사가 끝나면 다실에서 차를 음미해도 좋고 단풍이 우거진 계곡을 산책해도 좋다. 함양읍에서 8km거리, 지안재와 오도재 사이에 있다. 055-963-9288
** 함양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88고속도로 함양IC-함양읍내-함양상림(서울에서 3시간 소요)
모놀과 정수 .....여행작가 이종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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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장님~ 10월 답사는 이대로 다녀오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가을에 좋을거 같아서요.
작년 10월에 모놀에서 다녀왔답니다. 실은 이런 단풍을 만나려면 11월이 어울리지요. 10월은 영주, 봉화로 사과따기 체험을 할까 하는데...기대해주세요.
아하 그랬었군요. ^^ 10월 답사 일정이 어찌될지는 몰라도 10월엔 보고싶은 이들을 만나기 위해 답사에 꼭 참가하고 싶습니다. 대장님 사전 예약은 안되는거쥬? ㅎㅎㅎ
이번 가을엔 꼭한번 다녀오고 싶은 곳이군요.여름휴가에 통영 소매물도랑 비진도 해금강을 다녀왔는데 시간이 모자라 걍 왔거든요.고맙습니다.07.09.26
함양 . 꼭 기억하고 잇다가 11월에 다녀와야하겠어요^^
10월 답사는 언제인지 미리 일정을 알려주시면 안되나요.
항상 좋은 경치 구경만 하고 갑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앉아서 조선팔도 아니 남한 구경을 다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외국 구경까지....
너무 좋으네요.^^* 그래도 11월엔 못가는거죠?ㅎㅎㅎ^^*
함양 토배기인 저 보다 함양을 더 잘알고 계십니다. 내 고장 함양을 새롭게 보았습니다.
함양 꼭 가보고 싶은곳인데....아직 못가봤습니다. 감사. 아마 저는 직접 다녀와도 이 처럼 멋진 곳 보지 못하고 올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점점 일상에서 떠남이 어려워 마음엔 항상 뭔가가 남아있는데 대장님의 여행편지로 해서 조금이나마 해소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함양지족면 정여창선생 고가까지 들려셨네요...신출내기라 아직까지 이곳에서 사진으로 눈팅~~ 탐방중입니다..ㅎㅎㅎ....대장 이종원님의 사진 즐겨보고있습니다...^&^....화이팅 !!!
너무좋으네요 사진과 음악에 조화...................
항상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행에 대한 의욕을 가져갑니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참여가 어렵지만 늘 희망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