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의 흔적, 명소가 되다]포천 아트밸리
• 돌 캐낸 상처 절경으로 아물다
발행일 : 2009.05.14 / 주말매거진 D1 면 기고자 : 김성윤
문화관광부가 최근 '지역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예술창작벨트 조성' 시범사업 대상 다섯 곳을 선정했습니다.
노는 산업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한다는 거죠.
기차역을 개조한 파리 오르세(Orsay) 미술관이 선진국 선례(先例)죠.
쓸모 없어졌다고 밀어 없애지 않고, 고쳐 쓰고 보존하는 의식이 퍼지는 것 같아 기분 좋네요.
'산업유산에서 문화로 환생할' 이들 다섯 곳을 소개합니다.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절벽이 에메랄드빛 호수를 호리병 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꼭대기부터 초록색, 붉은색, 갈색 무늬가 물줄기처럼 흘러내린다.
거대한 현대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바위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이상하다.
커다란 사각형 무늬가 질서정연하게 새겨져 있다. 구멍이 뚫려 있기도 하고, 페인트로 '낙서'한 흔적도 보인다.
포천시 문화체육과 권혁관 팀장은 "돌 캐낸 자국"이라고 했다.
"구멍은 다이너마이트를 박아 넣은 발파공입니다. 비계를 설치하기 위해서 뚫은 구멍도 있고요.
페인트 자국은 어디까지 돌을 떼어낼 것인지 표시한 것입니다.
절벽 표면에 거뭇거뭇 무늬처럼 보이는 건 돌을 잘라내면서
드러난 단면에서 배 나온 철분 따위 광물질이 흘러내린 자국입니다."
여기는 '포천 아트밸리'.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산 중턱에 있던 채석장이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오는 10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포천은 질 좋은 화강암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이곳에서 캐낸 화강암 덕분에 아파트가 세워지고 도로가 뚫렸다.
전국에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가 확장되는 만큼 포천은 파헤쳐지고 황폐해졌다.
아트밸리의 높은 절벽도 실은 바위산 속으로 파고든 상처인 셈이다.
질 좋은 돌이 줄어들면서 돌을 캐내던 업체들이 채석장을 떠났다.
아트밸리도 1990년대 후반 폐석산(廢石山)이 됐다.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권 팀장은 "채석장 관리를 맡은 녹지과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어차피 100% 복구 불가능하니 차라리
그랜드캐니언이나 '큰 바위 얼굴' 같은 암각화를 도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냈죠.
그런데 버려진 채석장에 올라와 보니, 돌 캐낸 곳에 빗물이 고여 호수처럼 됐더라고요. 보기 좋았죠.
그래서 공원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발전한 겁니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에 계곡물을 돌려 면적 7040㎡, 깊이 20여m 호수를 만들었다.
호수 언저리에 전망데크를, 절벽 아래 공연장을 설치했다.
교육전시센터 등 건물 3채가 들어섰고, 이벤트 광장과 진입로가 정비됐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광(風光)'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벌써 많은 사람이 아트밸리를 찾는다.
하지만 아트밸리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콘텐츠가 필요하다.
지금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깨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장터 분위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번 달 어떤 문화공간으로 만들지 총괄할 전문가를 선발할 계획입니다.
인터넷 예약제를 통해 출입 인원을 통제할까 고민 중이기도 하고요."
미완의 대기(大器), 아트밸리에 어떤 내용이 채워질까 기대된다.
서울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신북면사무소 사거리'에서
'아트밸리' 표지판 쪽으로 우회전해 1.8㎞쯤 가면 보인다.
정식 오픈 전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입장 시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쩌면 사람들이 붐비기 전, 고즈넉한 지금이 폐석장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기 좋을지 모르겠다.
진입로는 경사 23도로 가파르다.
울퉁불퉁하고 작은 돌이 많아 자칫 미끄러지기 쉽다. 여전히 낙석 위험이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오는 10월 정식 개관 전까지 카페나 식당이 영업하지 않는다.
도시락을 싸 들고 와서 전망데크에서 먹으면 좋다. 귀찮다면 이동갈비가 있다. 이동에 몰려 있다.
대개 양념갈비·생갈비 1인분 2만4000원 받는다.
문의_(031)538-3483, 3484
첫댓글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고 설명은 조선일보에서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