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석의 도쿄르포 - 오타쿠 : ‘이상세계’에 아낌없이 ‘돈, 시간’을 투자.....
손바닥만한 나체 인형을 6~7만엔에 손쉽게 사들이고, 수십만엔을 들여 코스프레를 하고... 300만명의 일본 오타쿠들이 연간 쏟아내는 돈은 연간 어느 정도나 될까?
학계의 조사에 따르면, 오타쿠 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코믹(만화), 애니메이션, 아이돌, 게임,조립PC 등 주요 다섯 개 분야만 3000억엔(약 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다섯 종류 이외에 카메라, 철도 등 전통이 깊은 ‘올드 타입’의 오타쿠 시장까지 합치면 소비 지상 규모는 3500억엔(약 31조 5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가장 큰 시장은 코믹 오타쿠이다. 미성년의 소녀를 테마로 한 만화가 주를 이루는 코믹 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1000엑엔(약9조원)정도다. 코믹 오타쿠의 인구는 약 100만명으로 전체 오타쿠 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두 번째는 게임 오타쿠 시장으로 연간 매출액은 약 780억엔(약 7조200억엔)이고, 특정 아티스트나 탤런트에 빠져 있는 아이돌 오타쿠 시장 규모는 600엑엔(약 5조 4000억원)이다.
또, 20만명에 이르는 애니메이션 오타쿠가 매년 쏟아내는 돈은 390억엔(약 3조 5100억원), 조립 PC 오타쿠는 320억엔(약2조 8800억원)이다. 거대 집단을 이룬 오타쿠는 일본의 대중문화는 물론 경제면에서도 무시 못할 존재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돈과 시간적인 여유가 없으면 오타쿠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자신이 몰입해 있는 대상과 관련된 각종 상품을 수집하든, 아니면 이벤트 등 현장에 참여하든 막대한 경제적, 시간적 대가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오타쿠 상품은 백화점등의 일반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한정 제작된 물건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오타쿠숍을 찾아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돈과 시간의 절대적인 부분을 ‘상상속의 이상 세계’에 쏟아 붓고 있는 오타쿠들이다.
오타쿠들의 소비 행동의 키워드는 ‘이상(理想)’이다. 자신이 선망하는 대상을 하나의 이상향으로 설정해 두고 그 곳에서 접근하기 위해 수집,창조,커뮤니티 활동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특정 가수에 빠진 아이돌 오타쿠는 대상에 대한 소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현장 오타쿠’가 되기도 하고 관련 상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컬렉션 오타쿠’가 되기도 한다. 또 게임 오타쿠는 가정용 게임이나 네트워크 게임 등을 이용해 하이 스코어 달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때로는 보통의 마니아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고난도 기술을 습득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그것을 통해 스스로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수집, 창조, 커뮤니티‘3C' 행동양식
오타쿠 소비자층의 행동 양식은 수집(Collection),창조(Creativity),커뮤니티(Community)등 ‘3C'로 요약할 수 있다.
수집은 강한 흥미를 갖고 있는 대상과 관련된 아이템을 가능한 한 많이 모으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완전 수집이다. 수십만엔, 수백만엔을 들여 완전 수집을 끝내면 또 다른 테마를 정해 새로운 수집에 들어간다.
창조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가공의 존재인 경우나 PC 등 개량의 여지가 있는 대상에서 많이 드러난다. 개릭터의 2차적 창작이나 PC의 개량을 위한 부품 교환등이 이뤄진다. 오리지널에는 존재하지 않는 설정이나 스토리를 창조해 보완하거나, 사진이 소유하고 싶은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행동이다.
커뮤니티는 고도로 전문화된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창구다. 멤버 사이에는 강한 동지 의식이 생겨 정보 공유나 합작 등에 적극적인 반면, 지식의 양이나 기술력, 수집품의 양 등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코스프레와 메이드 깃사(喫茶)
코스프레는 오타쿠 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로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줄여 만든 일본식 영어다.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 또는 인기 가수 등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동호인 모임을 통해 이따금씩 이번트성으로 코스프레를 즐기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평상시 외출용으로 코스프레 복장을 즐기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하라주쿠, 시부야 등에서 코스프레를 한 젊은 여성을 보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메이드 깃사는 여자 종업원들이 코스프레를 한 채 서비스를 하는 찻집을 말한다.
영어 maid는 가정부나 여종업원을 의미하지만, 이 곳에서는 주로 귀여운 이미지의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흉내내는 경우가 많다. 찻집뿐 아니라 술집, 음식점등에서도 코스프레 여종업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스프레 카페와 음식점은 오타쿠의 본거지로 탈바꿈한 채 아키하바라에서 집중적으로 생겨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2006.3.27 Daily Zoom
첫댓글 꿈의 내용은 다르나 인간은 역시 꿈을 꾸는 같은 동물인가요. 그들의 꿈을 통하여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