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마지막 날 일정으로
모네의 집이 있는 '지베르니'로 향하는 날.
생라자르 역에 오니
어제 갔었던 오르세미술관의 모습이 있다.
가운데로 넓은 통로가 있고
양쪽으로 각 지역으로 가는 열차표를 사거나
열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이 있는 구조.
그새 아주 익숙한 구조다.
지베르니에 늦게 도착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차분히 관람하기 어렵다고 해 8시15분행 기차를 타기 위해 일찍 서둘렀다.
7시에 집을 나서서 택시를 타고 역에 도착해서는
노르망디 지역 기차 티켓팅하는 곳을 찾아 티켓을 손에 쥐고 나서야
여유가 생긴다.(순전히 짠딸의 몫)
역이 하도 크다보니 행선지마다 티켓팅 장소가 달라 한참을 찾아야했다.
출근길에 잠깐 앉아 피아노 치는 사람도 눈에 들어오고
바쁘게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활기도 느껴지고.
계속 밤까지 이어지는 일정에 피곤했는지
남편은 어느새 잠에 빠졌다.
섬머타임 실시로 9시가 되어야만 해가 지기 시작하니
야경을 보려면 최소 10까지는 밖에 있어야 해서다.
노르망디지역의 '베르농' 역에 내리면
이렇게 지베르니라고 쓰여진 발자국이 붙어있다.
이 발자국을 따라가면 모네의 집이 있는 지베르니까지 태워다 줄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버스그림이 있는 걸 보니 셔틀버스회사에 붙여놓은 듯 하다.
버스에서 내려
아름다운 전원마을의
오솔길, 산길을 5분 정도 걸어가면 모네의 집에 도착한다.
입장객이 이렇게 많이 줄 서 있는데도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무척 적은 편이라고 한다.
짠딸은 3년전에 집 내부사진을 못 찍게 해서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오늘은 맘껏 찍을 기세다.
정원보다는 집안 구경이 당연히 우선순위다.
주방, 식당, 거실, 침실 등
공간마다 색감을 달리해서 꾸며놓았다.
노란색이 주를 이루는 식당과
파란색으로 꾸민 주방이 특히 예쁘다.
미래 자신의 주방을 설계하는지
우리 짠딸은 주방의 파란색 타일에 매료되어 나갈 줄을 모른다.
남의 집을 구경하며 모두 함박웃음이다.
근데 그동안 이 집안 사진을 왜 못 찍게 했을까?
그림 진품이 걸려있어 카메라플래쉬에 손상될 것도 아니고
개방을 하면서 사진을 못 찍게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모 방송인이 이 곳에서 몰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 새삼 생각난다.
자 이제 정원을 구경해볼까?
이 풍경은 모네의 연작시리즈 수련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그래 여기 이모습이야! 하며
눈으로 앵글을 맞추어본다.
내가 특히 좋아한 곳은 정작 수련을 그렸던 연못보다
세느강 물줄기를 끌어와 흐르게 했다는
이 예쁜 시냇물이다.
모네의 정원을 둘러싸고 흐르는 이 시냇물 가를 떠나고 싶지 않아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 수로를 빙빙 돌아 걸어다니는 여유가 너무 좋다.
비 소식이 있어 우산을 챙겨왔는데 간간히 빗방울까지 떨어져
더 운치있게 만들어준다.
아웅, 이 분위기 너무 좋아 너무 좋아를 외치며
걸었다 앉았다 걸었다 앉았다.
아니,
여긴 모네가 수없이 그리고 또 그렸던
그 다리가 아닐까?
짠딸이 서 있어보라며 멀리 떨어져 찍어준 이 사진
마치 우리가 모네의 그림 속에 들어있는 착각이 들어 애정이 간다.
나 이 사진 너무 좋아
모네가 아뜰리에로 사용하던 곳은
이렇게 기념품샵으로 변해 운영되고 있다.
모네의 수련 연작시리즈가 벽을 채우고 있다.
우리 가이드님 가져갈 수만 있다면 자기 방에다 걸어놓을 기세다
역시나 지붕이 뚫린 자연채광이 온화하고 따스하다.
기념품을 고르다보면 이것저것 다 사갈 기세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치긴 어렵지.
2018달력도 사고 싶었는데
내셔널갤러리에서 이미 샀음을 짠딸이 상기시킨다.
이 동네 자체가 아름답다.
어느 집이나 모네의 집 못지 않은 꽃과 나무로 정원을 만들어놓아
여기저기 동네 구경하는 재미가 또 좋다.
개인아뜰리에, 박물관, 갤러리가 참 많이 눈에 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 곳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자체가 예술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짠딸은 전에 올 때 점심값 아끼려 바게트와 음료를 사와
벤치에 앉아 먹었다고 한다.
꽤 운치있는 아가씨들이네.
엄마아빠와 왔으니 오늘은 예쁜 식당으로
제일 예쁘고 눈에 띄는 음식점에서 점심식사하기.
모네의 집에서도 이 동네에서도 너무 여유를 부리다가 15유로를 날렸다.
기차티켓은 오늘 하루 중 언제든지 탈 수 있는 왕복티켓이고
베르농역까지 갈 수 있는 셔틀버스도 왕복티켓으로 구입했다.(3인 15유로)
기차역에서 역무원이 친절하게 기차시간표와
셔틀버스시간표까지 주어서 가져왔는데
셔틀버스시간에 맞추어 승강장에 가니 어째 썰렁하다.
관광버스만이 몇대가 도착해 한무리씩 관광객을 쏟아내고 있을 뿐
우리가 탈 셔틀버스는 보이질 않는다.
승강장에 세워져 있는 시간표에도 곧 출발할 셔틀버스시간이
버젓이 적혀있는데 말이다.
불안해진 짠딸 여기저기 살펴봐도 해답이 없다.
시골이다보니
특별한 승강장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때 우리에게 접근하는 한 남자
불어와 영어를 혼합한 발음으로 마구마구 우리보고 기차역에 태워다주겠단다.
짠딸은 사기꾼이라며 한사코 손을 내젓기만하고.
근데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니
금방 버스가 올 것 같지도 않고, 마냥 기다리기도 힘들 것 같아
내가 흥정을 했다.
처음 15유로라기에 10유로에 가자고 하니 오케이한다.
셔틀버스비도 세사람 15유로였으니 괜찮은거네 하며 탔는데
불안해 하는 우릴 보고 자신의 라이센스도 보여주며
부라부라 쏼라쏼라 아주 합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란걸 강조하는 것 같다.
어색한 웃음으로 대꾸하고 기차역까지 왔는데
10유로가 아니라 15유로를 내란다.
뭐야 내가 열심히 흥정했는데 잘못알아들은거야?
다투기도 싫고 얼른 15유로 내고 내렸다
짠딸은 15유로 사기당했다고 계속 시부렁시부렁
3년전에도 셔틀버스시간 때문에 뭔가 오랜시간 기다린 경험이있다며
지베르니의 데자뷰아냐?
그래도 너무 늦은 기차를 타는 것 보단 낫잖아
집에 와서 낮잠 한숨 자고, 남은 한식거리로 저녁을 먹기로 한다.
내일은 가방을 가볍게 하고 베니스로 날아가야 하니까.
그리고 파리의 마지막 밤을 에펠에서 불태우기로 한다.
새벽1시에 열리는 화이트 불꽃쇼까지 보자고 야심차게 집을 나섰다
빗방울도 간간히 흩날리니 옷도 두껍게 입고.
에펠타워 맨 꼭대기까지 오르니 파리의 야경이 아름답다.
저기가 미라보다리구나,
저기가 개선문이고 그 앞의 밝은 불빛이 샹젤리제거리네
그리고 저 끝이 루브르 궁이고....
이렇게 파리를 감상하다보니
어허!
갑자기 싸이키조명처럼 반짝반짝 우리 얼굴이 빛나기 시작한다.
아하 9시 불꽃쇼를 시작한거구나.
신기하네 에펠타워 안에서 불꽃쇼를 만나다니....
짠딸도 에펠타워에 올라와보지 않았다며
올라오길 잘 했다고 신기해한다.
새벽1시 화이트불꽃쇼까지 보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춥고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어려울 듯하다.
내일 또 비행기를 타야하니 짐도 꾸릴겸 그냥 들어가자
비 내리는 파리의 밤 풍경.
아름답다.
낭만적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야 하면서 짠딸도 즐거워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우리의 파리 마지막 밤이 너무 닮아있다.
"우리 영화찍고 있어 엄마"
"그래 영화의 한장면이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