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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에서 구산동행 버스를 탔습니다.
한데 버스 안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가 있는 앞쪽으로만
승객들이 모여 있었고
뒤쪽으로는 좌석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다만 맨 뒷좌석에 한사람만 앉아 있었지요.
버스 안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냄새 때문에 불평을 했고
올겨울 들어 서울에서 가장 낮은 기온인
영하 14도를 가리키는 날씨인데도
창문을 열어 젖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닿을 때마다
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기겁을 하듯이
이게 무슨 냄새냐며 기사한테 항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냄새의 진원지가
맨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임을 알고
될 수 있는대로 사람들은 앞쪽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냥 내리자니 차비가 아깝고 사람들은 계속 불평을 했지요.
차라리 화장실 냄새라면 맡겠다....
이건 여름날 시신썩는 냄새라면서
애꿎은 버스운전 기사에게만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그 때 운전 기사가 버스를 세우고 말했습니다.
“저 분은 은평마을에 가기 위해 이 차를 타셨습니다.
이 추운 날 우리가 저 분을 모셔다 드리지 않으면
길에서 얼어 죽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 바로 뒤에 저희 회사 버스가 왔군요.
냄새가 역겨우신 분들은 저 차로 옮겨 타십시오“
그러자 뒷차로 옮겨타기 위해 두 사람만 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대로 버스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버스 운전 기사는 물론이고
버스안에 남아 있어준 사람들이 고마웠고
어쩌면 그날 나그네를 대접하려다가
천사를 대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수사님들이 행려자들과 부랑인들을 돌보는 은평마을에
또 한 천사가 찾아가는 날이었습니다.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에게 베푼것이 나에게 베푼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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