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이름이 좀 길다. 서술형에 가깝다.
이름하여 ’짬뽕드실 분 & 자장면도.’
어제 아내랑 양평 사는 친구에게 갔다가
들린 집인데, 가게 이름만큼이나 이색적인 중국식당이다.
이른바 중국집이라는 데서 서리태 콩국수를
주 메뉴로 내걸고있는 것도 그렇고.
많이 와봤던 친구내외가 꼽고 주문한 음식은 3가지,
짱뽕과 콩국수, 그리고 탕수육.
탕수육은 이를테면 소주 안주로 시킨 것인데,
지금껏 먹어본 탕수육과는 맛이 전혀 딴판이다.
우선 고기가 크고 굵직하고 부드럽다.
찰흑미와 생고기를 재료로 한 것인데,
튀긴 것 같지가 않고 버무린 느낌이라 그런지
식감이 아주 부드러웠고, 씹을 때 입안이 찰 정도의 포만감을 준다.
게다가 소스 맛도 내 입에는 좋다. 군더더기가 없는 상큼한 맛이라,
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이 집의 짬뽕은 옥호에서 거명하고있듯,
이 집이 내걸고있는 메인 메뉴다.
듣기로 이 집의 원조(origin)는 진도라고 했다.
진도에서 가게를 하다 양평까지 진출했다는 것인데,
이 가게의 명성을 더하게 해준 게 바로 진도의
각종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짬뽕이라는 것.
이 집 짬뽕은 반드시 제철 해산물을 주 식재료로 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데, 어제 짬뽕에는
씨알이 굵은 문어와 전복 등이 들어있었다.
(사진들이 좀 어수룩합니다. 그 이류는 한참 먹다가 문득 이 집을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그 와중에 찍은 것이라
그렇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나는 친구와 소주를 마시면서 탕수육을 주로 먹었고,
입가심 식사로 콩국수를 먹었다.
콩국수에 관해서는 나름 일가견이 있다 자부하고있는 처지라
좀 꼼꼼하게 먹었는데, 콩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비웠다.
이 집 콩국수에는 율금을 가미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콩국수 색깔이 좀 노르스럼한 것은 그 탓이다.
먹으면서 율금의 맛을 꼭 집어 느낄 수는 없었고,
그저 고소하면서도 은은하게 건강한 맛을 주는 콩국수였다.
이 집 주인내외가 재미있는 분들이다.
진도에서 가게를 했다는 주인아저씨는 경주 외동 분이다.
내가 경주 아화라고 했더니 건천, 모량 운운하면서
아화 주변의 지명을 줄줄 외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언제 운길산을 오른 후 양평으로 와 탕수육과 콩국수 한 그릇하고
다시 경의중앙선 타고 집으로 오면 알맞은 하루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때문에 여러모로 집에서 견제(?)를 받는, 양평사는 친구는
아무래도 살짜기 불러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