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동해안을 잇는 국도 7번만큼 여름철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길도 드물다. 차창을 열면 푸른 바다와 넘실대는 파도가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생생함이 여느 길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굳이 이름난 명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발길 멈추는 곳, 마음 가는 곳이면 그 곳이 모두 아름다운 휴양지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 위치한 죽도 해변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아래위로 경포대며 하조대, 연곡, 주문진 등 이름난 해수욕장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처지다. 하지만 우연히 이 곳으로 발길을 향했던 이들은 대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죽향과 솔향 가득한 이 곳 해변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게 된다.
죽도정
7번 국도를 따라 주문진에서 양양 방향으로 달리다가 남애해수욕장이 보이면 자동차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인구해수욕장, 죽도해수욕장 표지판이 연이어 나타는데, 표지판이 작아 자칫 지나칠 수 있어서다. 죽도를 중심으로 북쪽은 죽도해수욕장, 남쪽은 인구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항구와 해수욕장, 마을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안선을 모두 보려면 죽도 정상에 올라야 한다. 인구항과 동산항 사이에 위치한 죽도는 둘레 1㎞, 높이 53m의 아주 작은 섬이다. 이름처럼 대나무가 울창한 섬인데, 조선시대에는 이 곳에서 난 장죽을 조정에 화살용으로 진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해안과 연결돼 있어 섬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소나무숲길 따라 죽도정 가는 길
정상으로 오르는 작은 오솔길은 소나무가 울창하다. 솔향기 그윽한 숲길을 따라가면 대나무숲에 둘러싸인 죽도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운 모래와 바위가 어우러진 죽도해수욕장이 발 아래로 보이고, 동산항과 마을로 이어지는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도가 들이쳐 젖어 있는 찻길 옆에는 거친 파도에 깎인 바위가 기이한 모양으로 눈길을 잡는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서 감상하고 싶다면 죽도정에서 내려와 동쪽 산기슭에 위치한 죽도암으로 향한다. 죽도암은 섬 뒤편에 있는 듯 없는 듯한 작은 암자다. 승용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진입로는 초보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기엔 좀 무모한 도전이다 싶을 정도로 좁고 가파르다. 발 아래 출렁이는 파도를 보면 오금이 저리지만 차를 되돌릴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죽도암 관음정
그렇게 찾아간 곳에서 만나게 되는 암자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바위 위에 오도카니 앉은 작은 관음전과 허름한 요사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암자 앞마당은 온통 검푸른 바다다. 요사채까지 파도가 들이친다. 독경소리가 파도소리에 묻힌다. 잠시만 그 곳에 머물러 있어도 몸과 마음이 청량한 기운으로 채워지는 듯하다.
죽도암에서 바라본 동산항이 어여쁘다면 그 곳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오목하게 바다를 안고 있는 동산항은 2종 항구로 지정돼 있다. 항구 속에 큰 바위들이 흩어져 있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겨울철에는 임연수어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신선한 회를 파는 곳은 물론이고, 가리비를 저렴한 가격으로 배불리 구워 먹을 수 있는 조개구이집이 모여 있다.
*맛집
근처에 하조대막국수(033-672-0089) 식당이 있다. 메밀로 만든 막국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먹지 않으면 잘 부서지고 끊기기 때문에 제맛을 느낄 수 없어 ‘바로 먹는 국수’ 즉 '막국수’라 불린다. 얼음이 살짝 언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막국수의 면발이 자랑이다. 갈색 목조건물의 하조대막국수집은 도로변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양양군 손양면 수산리 수산항의 수산횟집(033-671-1580)은 사골국물로 육수를 낸 물회가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