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문예지 신인상 심사평을 쓰면서
― ‘신인작품 심사평’을 쓰면서 36년 문단 경력을 돌아보다.
윤승원 수필가
순수 종합문예지 원고청탁으로 신인 작품상 ‘심사평’을 썼다. 등단한 지 36년, 많고 많은 글을 읽고 써오면서 고민해 보지 않은 적이 없다.
내가 과연 남의 글을 평가할만한 안목과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심사평을 쓸 때마다 고민이 깊었다.
문예지 편집진에서는 필자의 그런 조심스러운 문단 경력을 신뢰하면서 심사평을 부탁했을 것이다.
남의 글을 읽고 평가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읽고 또 읽고 적어도 다섯 번은 읽은 것 같다. 그렇게 정독하고 나서 결론을 낸다.
장점을 더 크게 본다. 평자의 심사평 한 마디가 그 작가에게는 평생 뇌리에 각인된다.
치열한 경쟁의 공모(公募)를 통해 등단한 필자로서도 등단 초기 선자(選者)의 작품 평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글을 써 왔다.
조심스럽지만 꼭 당부하고 싶은 말도 심사평에는 담아야 한다. 하지만 찬사가 먼저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뽑아 놓고서 부족해 보이는 면을 크게 부각하는 것은 예(禮)도 아니요, 도리(道理)도 아니다.
문단에 등단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이 대단해 보이는 신인에게는 기(氣)를 살려주어야 한다.
판에 박은 주례사 같은 칭찬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에 드는 글, 감동적인 글을 만나면 소감을 쓰는 일도 신이 난다.
그렇지만 신이 난다는 고백을 털어놓진 못한다. 감정의 절제가 평자에게도 요구된다. 제삼자로서 대등한 눈높이에서 장기 훈수를 둔다.
여기서 중요한 글공부가 시작된다. 고민 끝에 조심스러운 심사평을 문예지 편집진에게 보내고 나서 평자도 자극을 받는다.
저 신인 작가의 글을 도마에 놓고 이렇다저렇다 칼질하고, 이렇다저렇다 글맛을 이야기한다는 것.
문단 선배인 필자 자신은 정작 그만큼 참신하고 정성스러운 글을 써내고 있느냐 반문해 보는 것이다.
결국, 남의 글을 심사하면서 평자 자신의 글쓰기를 돌아보는 ‘자아 성찰’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등단 초기의 풋풋한 열정은 식지 않았는지, 오랜 문단 생활을 하면서 혹여 타성(惰性)에 젖진 않았는지, 그것을 조용히 돌아보는 일이 권위 있는 문예지 신인상 심사평 쓰기였다. ■
2026. 5월
윤승원, ‘심사평’ 쓰기는 ‘자아 성찰’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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