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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작은모임(young570519) 원문보기 글쓴이: 선월
사자의 비망록
ㅡ질문의 시
함기석
무극(無極)이여 당신은 누구입니까?
시초(始初)여 당신의 첫 발은 어디입니까?
암흑(暗黑)이여 당신의 눈동자는 무엇입니까?
천지(天地)여 당신은 어느 어미의 지궁에서 나왔습니까?
동서(東西)여 그대는
어느 첫 여인이 그은 아름다운 수평선입니까?
남북(南北)이여 그대는
어느 첫 사내가 그은 광활한 수직선입니까?
상하(上下)와 좌우(左右)여
일체가 그림자면, 없는 몸들은 어찌 표현해야 합니까?
일월(日月)과 성신(星辰)이여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 사라지는 은빛 강물입니까?
빛이여 어둠이여
그대들 몸도 혼령입니까? 누가 빚었습니까?
땅이여 하늘이여
그대들 육체와 혼백은 누가 어떻게 빚었습니까?
바다여 폭풍이여
그대들 춤과 노래는 누가 지은 장엄한 음악입니까?
대기여 눈보라여
그대들 숨과 맥박은 누가 그린 수묵입니까?
시방(十方) 세계의 명암과 생사여
끝없이 흐르고 끝없이 너울대는 무한한 우주에서
끝없이 춤추고 끝없이 넘실대는 유한한 지구에서
끝없이 빼앗고 끝없이 살생하는 사악한 인간의 세계
지상의 무수한 주검들이 묻힌 땅마다
새 숨과 피를 돌게 하는 봄비는 어디서 오는 복음입니까?
우주의 별들이 어둠 속에서 하나둘 눈 뜰 때
어린 목숨 싹틔우는 바람은 어느 천국의 손길입니까?
지하의 생명들이 다시 눈뜨는 땅에
온갖 눈코입귀 오장육부를 선물하는 자 누구입니까?
아무 이름도 붙일 수 없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가혹한 땅의 침묵이여, 왜 말이 없습니까?
지상의 모든 책이 말하는 도(道)는
결국 비도(非道)입니까? 비도도 아름다운 음계입니까?
지상의 모든 시가 말하는 무(無)도
결국 무무(無無)입니까? 무무도 아름다운 무용입니까?
끝없이 반복 순환하는 계절이여
봄여름가을겨울 무량한 바퀴여 빛살들이여
무한히 부유하여 무한히 빈한한 이 징그러운 지구별에서
우리는 모두 찰나의 흙먼지 객(客)입니까?
기둥도 대들보도 서까래도 다 무너진
이 태고의 무덤방에서 한 줌 재의 비망록을 쓰다가
나는 또 하룻밤을 새고 새벽에 먼저 깬
첫 하늘이 눈먼 새처럼 먹먹한 눈빛으로 내게 묻기를
허공 명치부의 푸른 연못에서
어린 물결들 파르르 자다 깨다 뒤척이며 출렁일 때
억만 겹 허공을 헤엄쳐 건너온 잉어 한 마리
나의 눈썹 밑 속눈썹 톡톡 건드리며 내게 묻기를
이곳은 사자들의 마을, 피멍 배인 땅
망자들의 살과 뼈, 그들 피는 땅 속 어디로 흘러갑니까?
이곳은 사방팔방 허공, 비명 배인 대기
산 자의 고통의 공명통은 얼마나 큰 항아리입니까?
나는 한 마디 답도 못하고, 아 내가 누운 여기는
저 검푸른 하늘과 어떤 인연의 연인입니까?
나도 한때 사람이었다가 이제는 천지를 떠도는 눈망울 새
나의 말은 내 뼈아픈 사랑입니까? 재입니까?
컴컴한 새벽의 눈동자에서
묘실 지붕으로 살이 탄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동쪽 지평선에서 떠오른 태양은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서쪽 바다로 풍덩 잠수하고
밤이 밤새 태양의 입에 숨결을 불어넣어
불탄 목숨을 되살려서는 내일 아침 대지로 보낼 것이니
태양도 달도 나처럼 천지 우주를 돌고 도는 업(業)
카르마 공항의 수하물들입니까?
목화토금수여 그대들은 어디서 온 5인의 도적입니까?
이승을 돌고 돌며 목숨을 털며 왜 말이 없습니까?
음양이여 그대들은 정식 혼인하여 오행이라는
다섯 형제자매를 낳은 겁니까? 참혹한 악연 아닙니까?
그게 사랑입니까? 햇빛이 이울면
어찌 달빛은 차올라 아름다운 시소를 탑니까?
그게 사랑입니까? 달빛이 이울면
어찌 햇빛은 서서히 차올라 낮을 시작합니까?
누가 천공의 문을 열어
햇빛을 온 세상 대기에 쌀알처럼 흩뿌립니까?
누가 지공의 문을 닫아
달빛을 온 세상 아픈 대지에 연고처럼 바릅니까?
누가 빛의 지우개로
밤의 까만 살갗을 문질러 하얗게 살려냅니까?
누가 화가의 깃털 붓으로
낮의 대지의 등과 하늘의 가슴을 까맣게 색칠합니까?
왜 아침은 아침마다
빨간 잇몸과 흰 이를 드러내고 내 앞에 나타납니까?
왜 점심은 점심마다
숲의 정수리에 환한 빛과 소금을 뿌립니까?
왜 저녁은 저녁마다
지평선에서 벌거벗은 아이처럼 빨강 물감놀이를 합니까?
왜 밤은 얼굴과 팔다리를 까맣게 칠하고 짠
장난꾸러기 도깨비처럼 나타납니까?
하늘의 문을 활짝 열어 카랑카랑 햇빛을 부르는
저 목소리는 누구의 것입니까?
대지의 문을 활짝 열어 어둠 속 별들을 부르는
저 목소리는 누구의 지문입니까?
대지 아래에 층층이 쌓인
태고의 지층은 대체 어디서 온 살들입니까?
대지 위쪽에 층층이 쌓인
밤하늘은 대체 누가 뱉은 검은 입김입니까?
어찌하여 산은 높고 높아
봉우리를 만들고 새들 불러 나를 한없이 낮춥니까?
어찌하여 땅은 낮고 낮아
들판을 지어 비바람 불러 그대를 한없이 높입니까?
어찌하여 강은 쉬지 않고 걸어서
헐벗은 성자처럼 맨발로 난바다에 닿아 몸을 풉니까?
어찌하여 저 높디높은 봉우리들이
대나무처럼 쭉쭉 자라 언젠가는 깊은 골짜기가 됩니까?
어찌하여 저 검푸른 바다가
언젠가는 황량한 사막이 되고 그 시간조차 찰나입니까?
어찌하여 저 근육질 폭포수는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찾아가 순간순간 하얀 아이가 됩니까?
어찌하여 불은 쉬지 않고
활활 타올라 만물을 나를 그대를 재로 만듭니까?
어찌하여 흙은 자지 않고
쑥쑥 씨앗들을 싹틔워서 하늘로 되돌려 보냅니까?
언제부터 천지가 둘로 갈라져
하나는 높고 하나는 낮다 하여 분별하고 싸웁니까?
언제부터 하루가 둘로 갈라져
하나는 환한 낮 하나는 어두운 밤이 되어 싸웁니까?
어찌하여 사람이 둘로 갈라져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가 되어 서로를 질투합니까?
어찌하여 육체가 둘로 갈라져
하나는 상체 하나는 하체가 되어 서로를 분리합니까?
동쪽 강원도 숲으로 날아간 새는
왜 그곳이 동쪽이 아니라며 길을 잃고 웁니까?
서쪽 전라도 벌판으로 달려간 말은
왜 그곳이 서쪽이 아니라며 길을 잃고 배회합니까?
남쪽 경상도 바다를 출항한 배는
왜 그곳이 남쪽이 아니라며 길을 잃고 침몰합니까?
북쪽 황해도 땅으로 떠나간 기차는
왜 출입 금지구역이라며 벼랑으로 추락합니까?
태양 없는 밤하늘 가득
숨은 빛이 가득하여 어둠이 환하니 아 그윽한 꽃향기
달이 잠든 대낮의 허공에
숨은 달빛 퍼져 밝고 아름다우니 하하 웃는 파도소리
파도 없는 공중에 푸른 물결 일렁이고
고래들이 헤엄쳐 노니 이 또한 실재하는 헛것입니까?
구름 없는 해저에 하얀 구름 떠다니고
물새들이 날아다니니 이 또한 피가 도는 상상입니까?
여름 무더위가 겨울이 사는 얼음 땅에 놀러가니
겨울이 여름이고 여름은 다 벗어 알몸조차 없어지는 날
비와 눈보라가 여름이 사는 해변 집에 놀러가니
여름이 겨울이고 겨울은 눈사람처럼 웃다가 녹는 날
얼음은 불타고 사막은 파도치고 바위는 날고
낱말들은 날아다닙니다 만물에 고유한 얼굴이 있습니까?
왜 돌은 딱딱한 구름이고 물은 물렁물렁한 바위입니까?
물의 얼굴엔 왜 코가 없고 눈이 없습니까?
왜 밀림의 늙은 코끼리는 병색이 짙어지면
죽음의 동굴로 들어가 영영 나오지 않습니까?
왜 사람 또한 각자의 무덤으로 들어가
깊고 푸른 잠에 듭니까?
왜 새는 사랑하는 새들과 무리지어
북쪽 설원으로 날아갔다가 새끼를 데리고 돌아옵니까?
왜 숲으로 구렁이처럼 들어간 산책길은 툭
벼랑 끝에서 푸른 하늘이 됩니까?
물고기는 발이 없고
사람은 지느러미가 없는데 지극한 공평입니까?
코뿔소는 뿔이 있고
사람은 뿔도 날개도 없는데 당연한 평등입니까?
왜 구름은 하늘에 살고
바위는 땅에 고래는 물속에 삽니까? 공평합니까?
왜 나무는 땅에 발을 묻고 일생을 살고
뱀은 꿈틀꿈틀 일생을 기어 다닙니까? 평등합니까?
숨 쉬는 모든 육체는 왜 숨을 멈추고 썩어갑니까?
죽음은 산 자의 몸에 사는 기생충입니까?
누가 처음 육체에 목숨을 불어넣어
생을 시작하는 겁니까?
죽지 않는 곳은 어디 존재합니까?
희망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는 어디입니까? 도시입니까?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은 동화가 아니라
모자 속의 우주입니까? 인간의 징그러운 탐욕입니까?
굴욕 때문에 온몸이 가려운 저 버드나무는
어디 가서 자기 가려운 살을 긁고 속을 털어야 합니까?
권력과 탐욕에 취한 저 독재자 태양은
자기의 죽을 날을 모르기에 저렇게 야수처럼 발광합니까?
운명은 정말 있습니까? 십간십이지는
인간의 세상에 날아온 불길한 까마귀들 아닙니까?
사주팔자는 인간의 생에 붙어 피를 빠는
거머리들 아닙니까?
어찌하여 이 고요한 아침에 우르르 쿵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갈라져 또 폭우가 내립니까?
어찌하여 비바람이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는
어젯밤의 어둠은 다 어디 갔습니까?
지난겨울 눈보라 새들이 떼를 지어
이 나라의 가장 큰 도시로 날아간 까닭은 무엇입니까?
지난여름 폭풍과 춤추던 하늘이 비 갠 후
나의 묘지 위에 걸어놓은 무지개는 무슨 기표입니까?
나는 묻습니다 반복해 묻습니다
하늘의 법 땅의 법이 얼음호수처럼 쩍쩍 갈라지는 까닭은?
거기 아이들이 여자들이 노인들이
계속 빠져죽는 까닭은?
나는 묻습니다 반복해 묻습니다
지리산 무등산 한라산이 밤마다 어둠 속에서 우는 까닭은?
한강과 금강과 임진강이
끝없이 울음 삼키며 밤물결이 타는 까닭은?
나는 묻습니다 나는 반복해 묻습니다
하늘의 병든 신들이 노망들어 비바람을 일으킵니까?
하늘의 어떤 백성들이 풀들이 노하여
천둥과 벼락을 내리칩니까?
나는 묻습니다 나는 반복해 묻습니다
대지의 어떤 혼령들이 노하여 지진과 폭설을 몰아칩니까?
바다의 어떤 원혼들이 물들이 노하여
풍랑과 해일을 일으킵니까?
어찌하여 이 땅에선 자식이 아비를 망치로 내리치고
칼로 어미의 배를 찌릅니까?
어찌하여 병든 노모를 유배의 땅에 홀로 두고
자식들은 쥐죽은 듯 찍찍 웃습니까?
어찌하여 도시의 밤하늘은 활활 불타고
반도의 대지는 소리 없이 꽁꽁 얼어 굳어갑니까?
어찌하여 시골의 꽃들도 미쳐 날뛰고
속치마를 벗어던지고 히죽히죽 웃는 지경입니까?
언제부터 개들이 짐승들이 사람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시대입니까?
언제부터 부처는 통나무처럼 불타고
예수는 혀를 잘려 쫓겨난 지하도 노숙자가 되었습니까?
언제부터 내기 살던 땅 나의 반도는
무죄인 자들의 집단 감옥, 강제수용소가 되었습니까?
언제부터 내가 웃던 땅, 나의 도시는
사람 머리를 잘라 빌딩 부스마다 전시 중입니까?
어찌하여 이 시대의 율법은
무력 칼이 승리하는 무쇠 철퇴가 된 겁니까?
어찌하여 이 나라의 백성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를 못 합니까? 정말 우리가 개돼지 맞습니까?
어찌하여 이 나라의 언론들은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장식용 시체들입니까?
어찌하여 비열한 도적이 왕비가 되고
도적의 서방이 왕이 된 겁니까? 비열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목숨을 보전하는 간신들은
목숨을 보전하여 부귀영화를 계속 누리고
목숨을 내던지는 충신들은
목숨도 가정도 꿈조차 헐리어 절망적으로 울부짖는데
왜 왕은 권좌에 앉아 배부른 킹콩처럼
두리번두리번 좌우 목운동하며 허세의 손짓만 합니까?
왜 왕비는 그 곁에 고고한 학처럼 앉아서
멀뚱멀뚱 점쟁이 예언만 애타게 기다리는 겁니까?
지상의 모든 꽃들은 땅에 떨어져 본래 무로 돌아갑니까?
그게 천공의 천도(天道)입니까?
세상의 모든 사람은 땅에 파묻혀 본래 무로 돌아갑니까?
그게 지공의 지도(地道)입니까?
정녕 세기의 모든 권력은
땅에 떨어져 본래 무로 돌아갑니까? 허언 아닙니까?
정녕 오늘의 모든 고통은
활짝 꽃으로 피어나 아름답고 맛난 열매를 맺습니까?
이제 권좌를 치우고 침상을 치우고
거드름도 여드름도 똥도 다 치워야 하지 않습니까?
오늘의 국회가 꼭 분뇨처리장이고 지옥의 난전이라지만
온 나라 과실들이 다 썩어야만 합니까?
날개에 불이 붙은 새들이 광장을 날아다니는 동안
하늘이 가시 비를 뿌리는 날이 계속입니다
새들은 모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엾은 폭탄들이고
태양도 달도 터질지 모르는데, 그걸 꼭 말해야 기억합니까?
사람이 늙고 쇠망해 눈이 어둡고 귀가 멀어도
코와 혀는 살아있어야 하는 법
홍시 감나무 아래 몰려든 히죽대는 간신들은
감을 따면 쥐새끼처럼 다 도망치는 법
배 지나간 바다엔 잠시
흰 물거품 남았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
영원하리라던 불꽃 사랑도 활활 타는 장작불 권세도
하룻밤 자고나면 삭은 재로 변하는 법
겨울나무들은 살기 위해 분주히
언 허공에 가지를 뻗고 잎을 핏줄 속으로 돋우는 법
얼음장 밑 붕어들도 살기 위해 애타게
진흙탕 바닥에서 눈 부릅뜨고 비망록을 새기는 법
개미도 벌레도 살기 위해
높고 위험한 벼랑 끝까지 목숨 걸고 오르는 법
만물이 미물이 다 제 목숨 제 가족 생명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동자들인데, 어찌 그걸 모릅니까?
아는 건 딱 하나, 나무 몇 그루 불에 탔다고
산 전체를 뿌리 뽑겠다는 항우의 과장법
아는 건 딱 하나, 물고기 몇 마리 폐사했다고
바다 전체를 퍼내겠다는 천공의 과장법
기억할 건 딱 하나, 하늘이 온 나라를 준 게 아니라
천하가 잠시 그대를 빌린 것 아차차 실수한 것
그러니 착각하지 마시라 포악하지 마시라
수천만 개의 눈들이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아 천명은 덧없고 권력도 무상한 꽃이니
오월아 어서 땅을 들어라
아 지명도 덧없고 부귀도 허황된 안개니
오월아 어서 심장 뚫어라
아 인명도 덧없고 출세도 부풀린 물거품이니
오월아 어서 와 피를 토하라
아 끝끝내 철인 궁둥이로 눌러앉아 꿈쩍 않는 법복들
오월아 어서 와 저 썩은 눈들 도려라
하늘에 먹구름 깔리고 번개가 치니
초심으로 돌아가 침묵할 것
대지에 비바람 갈리고
태풍이 깊은 겨울잠 깨어 눈꺼풀 열고 있으니
현인이라면 물이 되어
낮은 골짜기 낮은 땅으로 흘러들 것이나
둔자라면 더 강한 벼락으로 맞서 끝내
죽음의 헛불이라 아 그때 촛불들이 무섭게 일어서리라
나의 산천이여, 바람은 저 아프고 멍든 들을 왜
끝없이 왔다 갔다 늑대처럼 떠돕니까?
나의 산천이여, 대기는 땅이 내뱉는 숨결인데 왜
이 매장지를 혼령처럼 계속 떠돕니까?
아 나는 죽은 자, 본래의 미물로 돌아가며
미친 꿈의 열락으로 내 피와 살과 기침을 여기 토하니
아 아아 충정은 무극의 눈에 눈이 뜨인 자에게만
달이요 태양이요 빛일지니
무극(無極)이여 당신은 누구입니까?
시초(始初)여 당신의 끝 발은 어디입니까?
암흑(暗黑)이여 당신의 눈동자는 무엇입니까?
천지(天地)여 당신은 어느 어미의 지궁으로 돌아갑니까?
동서(東西)여 그대는
어느 여인이 그은 발작 중인 수평선입니까?
남북(南北)이여 그대는
어느 사내가 그은 광포한 수직선입니까?
상하(上下)와 좌우(左右)여
사멸하는 몸들이여, 없는 육체란 어디입니까?
일월(日月)과 성신(星辰)이여
시간은 어디로 흘러가 사라지는 핏빛 강물입니까?
계간 『애지』 2023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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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작은모임(young570519) 원문보기 글쓴이: 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