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지역은 바다인가 하면 강이고, 강인 듯 바다다. 백두대간.낙남정맥.호남정맥의 뭇 산들이 남해를 바라고
쉼 없이 물줄기를 뿜어내고, 이에 질세라 남해의 밀물과 썰물은 뭍을 향해 분주히 해안선을 오르내리니 말이다.
이런 특성은 남해로 흐르는 섬진강 연안에 또렷하며, 대표적 먹거리가 재첩이다. 재첩은 민물과 짠물을 모두 마셔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섬진강 일대에선 그래서 재첩을 '강조개'라 한다.
재첩은 음력 2월부터 11월까지 고루 나오는데, 요즘처럼 후텁지근한 때 이곳 사람들은 너나없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강에 들어가 재첩을 줍는다. 꼭 돈을 벌고자 함이 아니라, 그저 더위를 식히려고 발을 적시는 사람도 많다 한다.
그 풍경이 타지인에게는 장관이다. 섬진강변의 동네치고 재첩국집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운데, 원조격은 하동군
고전면 전도리 신방촌이다. 재첩국집 대여섯 집이 어깨를 잇대고 있는데, 그중 '강변할매재첩국'(055-882-1369)
이 유명하다. 재첩정식이 7000원. 재첩국은 껍질을 떼어 낸 재첩 살을 푹 우려내고, 부추 정도를 넣어 먹기 때문에
그 맛이 담백하다. 빛깔 역시 맛을 닮아 희다 못해 푸르다. '재첩국밖에 없느냐' 할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섬진강변 재첩국집들은 요맘때 민물참게장과 은어회도 내놓는다. 참게는 음력 정월~4월에 잡은 것이 가장 맛나다.
요즘 나오는 게장이 봄철에 잡은 참게로 담근 것이라 한다. '봄 참게는 처녀 한 명과도 안 바꾼다'고 한단다.
직접 들고서 생각해보시라.
(2) 여름 더위 날려봐 - 진주 문산제일염소불고기
잘되는 맛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34년째 식당을 꾸려온 이아이자(62.여)씨. 국수 장사로 시작하자마자
염소불고기 맛 내기를 시도한 지 7년. 자신감을 얻은 뒤 염소불고기를 내놓게 됐다고. 불판의 고기가 얼추 익으면
부추를 넣고 이씨가 직접 손으로 버무려 준다. "종업원들은 뜨거워서 못 하지예". 농장에서 직접 키운 염소를
쓴다 한다. 남해고속도로 문산 나들목에서 물어보면 다 안다. 불고기 1인분(200g) 1만2000원,
염소우거지탕 6000원. 055-761-7020.
(3) 갈비탕 이쯤 돼야 - 고흥 원조 소문난갈비집
7000원짜리 특갈비탕 1인분을 주문했다. 갈비탕에 들어 있는 갈비가 두 대 반. 식가위가 함께 딸려 나왔다.
고기만 뜯어도 배가 부르다. 37년 역사에 원래 위치 그대로란다. 육개장처럼 국물이 얼큰하다. 왕소금이랑
고춧가루 빼고는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삼.대추.은행을 넣은 갈비찜(3인분)이 3만원. 갈비 한 대 반이 들어간
일반갈비탕은 5000원. 남해안 2번 국도→고흥 방향 15번 국도의 동강 교차로에서 대서.동강 이정표
→동강면 소재지. 061-833-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