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K. KTCF 1급에 도전하라!
김준규(K)는 대학에서 로봇을 전공하는 공학도인데 군입대를 앞두고 휴학 중이다.
중학교 때까지 테니스 선수생활을 했고 부친이 테니스 코치 경력이 있을 만큼 부자 테니스 매니아이다.
K에게 한국테니스지도자연맹(KTCF)을 소개하고 자격시험에 도전해 보라고 권했더니 생각보다 적극적이다.
바로 시험등록을 하고나니 테스트가 2주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나도 테스터로서 시험에 참가할 예정이므로 같이 동행하기로 하고 자격시험준비에 들어갔다.
나의 테니스 제자들이 K의 학생이 되어주고 클럽의 회원들 모두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었다
스킬부분은 아빠랑 연습하고 드릴과 그룹티칭 등은 시간이 날때마다 나와 함께 연습하며 K의 시험준비는 하루하루 진행되어갔다.
드디어 3월5일 시험일 나와 K는 새벽4시에 만나서 3시간의 드라이브 끝에 시험장인 충주 건설경영연수원에 도착했다. 간단한 아침식사직후부터 쉼없이 이어지는 이론과 실기강의에 K의 지친얼굴이 더욱 어두워간다.
“아이구 선생님, 너무 어려워요” 잘되어가느냐는 나의 물음에 죽는 소리를 한다.
그러던 K가 오후 그룹티칭 시간부터 얼굴이 환해졌다. 왠일인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명함하나를 보여준다. 같은 팀원 중 한명이 준 명함인데 90년대 초반에 국가대표를 지내고 현대해상에서 실업선수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유명한 선수인데 한참을 같이 연습하다가 이제야 알아보고 감동을 먹은 것이다. 아 이런 분들과 함께 연습하고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가? KTCF란 단체에 소속된다는데 대한 자부심이 K의 가슴에 열정을 되살린 것이다.
밤11시까지 이어진 필기시험 브리핑을 끝으로 첫날의 공식일정은 끝났다.
방 배정이 끝나고 실기를 같이 연습할 팀을 나눈다.
밤12시에 내 방에 모인 5명의 수험생들은 힘든 하루일정 속에도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열정으로 눈이 초롱초롱하다.
두 시간 정도 이론을 공부하고 복도에 나가서 그룹티칭 실기 연습을 하다가 아무래도 코트에서 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져서 엘리베이터을 타고 내려가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어두컴컴한 코트에 다다를 즈음에 한무리의 사람들이 마주온다. 그 시간까지 코트에서 연습하고오는 다른 팀원들이다.
“다들 안주무십니까?”
“오늘밤은 꼬박 샐모양인데요”
모두들 결의가 대단하다. 우리팀이 코트에서 연습을 마치고 다시 숙소에 돌아 온 시간은 새벽 3시 40분. 각자 방에 가서 한숨자고 5시 반에 다시 코트에서 모이기로 했다.
한방에서 자게된 K는 세수를 하고 나더니 그때부터 필기시험공부를 하겠다며 책을 붙들고 앉는다.
“수고해라” 먼저 잠자리에 든 내가 알람소리에 눈을 뜬건 5시30분 정각.
K는 벌건 눈으로 아직까지 책을 보고 있다.
“준규야! 꼬박 밤샜냐?”
“삼십분 정도는 잤어요”
가볍게 세수하고 코트에 나가니 캄캄한 어둠 속에 벌써 연습들을 하고 있다. 둘째날 공식일정은 7시 아침식사부터인데 모두들 실습하느라고 춥고 어두운 코트에서 눈에 빛을 뿜으며 연습하고 있다.
왜일까?
이들의 열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두의 분위기에 거의 날밤을 새면서도 피곤한줄 모르고 여기저기 웃음꽃 속에서 테니스열공에 빠져있다.
이렇게 KTCF TEST에 참가한 테니스 지도자들은 세가지에 놀란다.
첫째는 우리가 매일하는 테니스에 이렇게 공부할게 많다는 것.
두 번째는 참가자들과 스텝진의 뜨거운 열의.
그리고 테니스 레슨에 대한 자신감.다양성.창의력 등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기대이상으로 향상된다는 것.
1박2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결코 짧지않게 촌음을 아끼고 잠을 하얗게 지새우며 머리엔 이론을 가득 담고 가슴 가득 프라이드를 채워가는 자신을 보게 될 때 이 자리의 소중함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 이틀째는 아침식사 후 8시부터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티칭테스트,스킬테스트. 중식 후 에러지적및 교정 테스트, 드릴테스트가 숨가쁘게 이어졌다.
K는 간밤의 피곤도 잊은 채 땀에 흠뻑젖어서 각종 테스트에 임하고 있었다.
어떤 수험생은 코피를 흘리며 테스트에 임해서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비장하게 만들었다.
최선을 다하는 수험생들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테스터들의 예리함 속에 시간은 총알같이 지나가고 어느새 수료식 시간이 다가왔다.
회장님의 축사와 부회장님의 격려 속에 한사람 한사람 악수를 하며 다음을 기약할 때는 이미 우리모두 KTCF란 멋진 패밀리의 일원이 되어있었다.
돌아오는 3시간 내내 K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전곡에 다시 돌아온 시간도 캄캄한 밤.
K에게 물었다.
“몇급정도 나올거같아?”
“3급도 어려울거같아요. 그래도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게 영광이었죠. 정말 많은걸 배웠어요”
“다음에 업그레이드 기회가 되면 할 생각있어?”
“물론이죠. 꼭 1급까지 따고 말거예요. 그건 약속할 수 있어요”
이제까지 보아온 K의 모습 중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
미션 K. KTCF 1급에 도전하라. 이미 K의 가슴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던 것이다.
끝.
<박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