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너리 연가/ 조영심
여수 신월리 외진 바닷가
넘너리,
하늘을 이고 발붙여 사는 사람들
누군들 가슴에 묻힌 한 곡절 없으랴만
느닷없이 소용돌이에 싸잡힌 생떼 같은 목숨들
묻힌 그림자마저 비바람에 지워지고 녹이 슬까 봐
끊임없이 너리너리 넘는 물결로 다독이는 것이다
네가 알고 훗날 나도 알게 된
그날의 난리 통
아홉 봉오리 뒷배 탄탄한 구봉산 자락마다
푸른 기억은 여태 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가
어제의 그 난리가 가고 그 법석을
끌고 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일흔 해 동안
숨 들이 쉬는 것이 애통이요
애통으로 한숨을 내 쉰 나날들
그 때처럼 허공에서 눈 부릅뜨고 흔들리는 만월
그 어떤 구실도 너를 입막음할 수 없는
두고두고 뜨거운 풍경임을
넘너리는 알고 있는 것이다
다 알고 있는 것이다
-「넘너리 연가」 전문, 『그리움의 크기』(지혜 2020) 중에서
여순10·19항쟁을 소재로 한, 인용시에서 화자는 현대사의 아픔을 애석해 하는 동시에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을 준엄하게 대변하고 있다. 시인은 화자를 통해서 시인이 발붙이고 있는 지역의 슬픈 역사를 격앙되지 않으면서도 마음 속 크나큰 울림을 주는 어조tone로 진중하게 노래하고 있다. 진실마저 말할 수 없었던 비통한 역사와 유족의 한을 넘너리 물결처럼 가만 가만히 다독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