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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동과학대학교 은빛학생회 원문보기 글쓴이: 개목나루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한 축복에 쌓여 이제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다가오는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이 지던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오래전부터 가야할 떄가 언제인가를 알고 떠나는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문구를 외우곤 했다. 여자를 보낼 때도 썼던가? 여자를 떠날 때도 썼던가. 그리고 우연히 이 시를 읽다가 구절을 발견하곤 외웠었다..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라는 지극히 아름다운 문구도 있었다니...
스무살에 지었다는 낙화. 벌써부터 조숙한 기운이 서려있다. 봄을 지나 벌써 가을에 닿아버린 시인의 청춘은 홀로 외로웠으리라. 죽음을 통해 성숙해가는 자신을 돌아보는 글.
시는 해석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는 김기림?의 말이 있다지만. 화사한 봄꽃의 사랑을 지나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은 나무와 헤어져 그 잎을 떨구어야만 한다. 꽃잎은 나무에게로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리고 나무와 잎과 꽃과 모두가 결별을 축제삼아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것이다.
시인 이형기: 진주 출생. 뇌졸중으로 10년을 보내며 틈틈히 시를 내놓다가 2005년 73세로 사망.
17세 최연소 시인. 불교학과 졸업이어서인지 시엔 삶과 죽음과 허무에 관한 시들이 많다. 그에 대해 많은 글을 읽어봐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음을 당황했었는데.... 김종해 시인의 시 하나로 그를 이해했다.
그가 머물고 있는 주소가 어디인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허무라 하기도 하고 유미적이라 하기도 하고 즉물적이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막강산이라 하기도 하지만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가 가진 예리함 그는 사물을 가르는 면도날이 있다. 확실한 것은 그의 시에서 그어지는 면도날이다. ..... 김종해 <시인 이형기의 주소>
언제나 한 밤중 바다에 내리는 그 해 겨울의 눈은 그것은 꽃보다 화려한 낭비였다. (그해 겨울의 눈 중..)
그를 읽다가 이런 꾀꼬리같은 문장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는 한 구절만 외울수 있어도 시의 가치를 열 배는 튀길 수 있겠다. 다 외우기엔 버겁고 소모적이라 생각될 때 한 구절씩만 따서 모아놓는다. 역시 여느 술자리에서건 하나씩 꺼내 놓으면 간지 팍팍 선다. 간지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시는 외울만하다. 다시 간지를 세우기 위해 한 구절 싯귀라도 외워보자. ' 너를 알고부터 내 청춘은 꽃답게 죽었다.' [출처] 낙화 - 이형기 (2)|작성자 꽃과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