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향 재래시장 장보기 행사에 참가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향우님들이 도착해 버스를 타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같이 장보기에 나선 지인들은 오는 길에 교통사고 현장을 지나느라 조금 늦어 꼴찌로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삼가출신 향우님께서 선물한 스카프를 받아 목에 두르고 두류공원을 출발해 합천 삼가장을 향했다. 가을 들녘은 언제 보아도 풍요롭고 아름답다. 모처럼 버스를 타고 야외를 달리니 산과 들의 푸르름을 만끽하며 한시간 가량 지나자 삼가장에 도착했다.
삼가장은 합천장이나 초계장에 비해서 규모는 작았으나 어물이 무척 싼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며 어디서 무엇을 많이 팔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지인들과 알아서 장을 본후 만나기로 하고 각자 흩어졌다. 나는 우선 어물전에서 생선을 샀다. 조기 몇 손을 사고 칼치도 샀다. 정말 소문대로 싼것 같다. 경남 사람들은 민어 조기를 즐겨 먹는다. 남편도 어릴적부터 민어 조기를 먹었던 사람이라 조기는 무조건 사서 밥상에 올려 주어야 장보기의 결실을 보는 것이었다. 생선을 사고 무우열무, 쪽파, 대파, 땅콩, 가지도 샀다. 가지는 시골에서 키운거라 쪄서 묻쳐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슈퍼에서 사먹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외 몇 가지 더 사니 어느새 장바구니가 가득찼다. 문제는 들고 가는 것이었다. 이틀전 허리에 담이 온 것도 모르고 필드를 다녀와서 허리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장보기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지인들 다섯 사람이나 불러 놓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고통스런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나와 장보기에 나선 지인들은 추석차례에 쓸 장을 삼가장에서 다 보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큰 장바구니를 다 채우고도 모자라 비닐봉지 몇 개가 더 필요했다. 대구 서문 시장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시장임에도 시골에서 나는 우리 것이라는 믿음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미처 마늘을 장만하지 못햇던 지인은 마늘을 몇 접이나 사기도 하며 너무 좋아했다. 함께 온 지인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
장보기가 대충 끝이 나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삼가는 한우가 유명하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시원한 소고기 육개장이 나왔다. 깨끗하고 넓고 반찬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모두들 음식이 맛있다며 즐거워 했다. 우리와 한상에 앉은 여성회 회장님의 친절이 인상적이었다. 조용하시면서 솔선수범 일을 하는 모습, 향우들을 챙기는 모습, 다정다감한 친절은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 친구에게 누구시냐고 물어보니 여성회 회장님이라고 해서 알았다.
점심을 먹고 정식으로 재구향우회 임원진과 합천군수님등 많은 분들의 인사 말씀이 있었다. 오늘을 위해서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시어 감사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합천영상테마파크에 들려 영화세트장 구경을 했다. 버스 3대의 많은 향우들을 위해 군수님께서 특별히 무료입장을 시켜 주신 것이다. 대구 친구들과 합천댐에 가끔 나들이를 하면서 영상테마파크를 여러 번 다녀간 곳이지만 지인들은 처음이라 하나하나 소개를 해주었다. 지인들은 생각보다 볼게 많다면서 다음에 친구들이랑 다시 한 번 들려야 겠다고 한다. 이렇게 합천이 알리는 것이 되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인들은 영화세트장 여러 곳을 방문해 보았지만 합천 영화세트장처럼 규모가 크지않아 볼게 없었는데 합천 세트장은 대단하다고 칭찬을 참 많이 했다. 산업단지가 없는 청정지역이며 아름답고, 해인사와 같은 천년고찰이 있어 더 멋지다고 한다. 군수님께서 미리 알려주신 홍류동 소리길을 꼭 가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테마파크를 떠나 대구로 오던도중 박곡재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며 맛있는 합천의 막걸리와 고기, 음료수로 즐거움을 더했다. 이번 삼가장 행사에서 재구합천향우회 회장님이신 이돈영 회장님의 소탈하고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향우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지난번 초계장 행사에서 따로 이동하시던 좀 먼 회장님의 모습과는 달리 이번에는 멋진 모습 보여 주셨다.
지인들도 합천 향우님들의 모습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얼굴이 예쁘고 밝은 걸 보니 참 시집을 잘 간거 같다며 인상이 너무 좋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괜이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 내가 데리고 간 지인들은 대구에서도 행세깨나 하는 대구 NBC 전사장님 사모와 상공회 누구라면 알만한 소위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임원진에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그간 내가 쌓아 놓은 인연이 흠집이라도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특히 남편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정말 훌륭했다. 기념으로 콩된장 선물까지 받으며 특히 이돈영회장님의 멋진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외 임원진께서도 친절하고 행사를 잘 진행하셨다. 덕분에 나는 지인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돈영회장님의 대구경제를 생각해서 외부에서 들어온 마트나 백화점 이용보다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백화점이나 시장을 이용해야 대구의 미래가 있다고 하신 말씀 절절하게 공감한다. 나역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외부에서 들어온 마트나 백화점 또는 인터넷, 홈쇼핑을 많이 이용하면 대구의 경제는 쇠락하게 되고 종국에는 우리 자식들이 먹고 살 길이 없어 진다고 누누이 이야기를 하지만 사람들은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혜안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당장의 이익에 이기심이 먼저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돈영회장님의 미래 대구를 걱정하는 마음을 높이 평가한다. 모처럼 미래 대구를 걱정하는 의식과 지역적 정체성을 지닌분을 보니 기분이 괭장이 좋았다.
주부들도 방송만 보지말고 날마다 신문을 정독하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과 내가 사는 지역의 구성인으로서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 이돈영회장님을 앞으로 존경하기로 했다.
저번 초계장 행사에서 보여준 작은 실수를 좋지 못한 시선으로 글을 올렸지만 이번 행사는 많은 칭찬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향우회 임원진들의 철저한 준비와 진행이 정말 짱이었다.
제가 누군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혹시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남편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오이려 누구의 아내라고 정중이 인사를 드리지 않았다고 나무라기에 새삼 죄송하다는 말씀과 늦게나마 인사드립니다.
저는 대양면의 총무를 맡고 있는 문정도님의 아내되는 정외순이라고 합니다.
그간의 저의 무례했던 점 향우회 발전을 위한 것이라 보아 주시고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고향 재래시장 장보기 행사는 좋은 취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장보기였습니다. 앞으로도 해마다 행사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보면서 즐거운 명절이 되시고 모두 건강하십시요.
마땅이 글을 올릴데가 없어 황강산악회 홈피에 글을 실었습니다.
첫댓글 여울님의 초계장보기와 삼가장보기의 두글을 읽고 이번에는 만족하였다는 말씀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좋은점은 계승하여 쭉 지속되리라 봅니다. 고향사랑많이 하시고 즐거운 명절되십시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