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선인봉
태산은 과연 어떠한가? 岱宗夫如何
제나라 초나라에 이은 그 푸르름 끝이 없구나 齊魯靑未了
조물주는 신령스럽고 빼어난 기운을 모았고 造化鐘神秀
산의 양쪽은 밤과 새벽을 갈라놓았다 陰陽割昏曉
층층이 펼쳐진 구름에 가슴이 후련히 씻기고 湯胸生層雲
눈 크게 뜨니 돌아가는 새가 보인다 決眥入歸鳥
반드시 산 정상에 올라가 會當凌絶頂
뭇 산이 작음을 한번 내려 보리라 一覽衆山小
――― 두보(杜甫, 712~770, 『망악(望嶽, 태산을 바라보며)』
※ 두보가 29세 때 자신의 뜻을 세상에 펼쳐보이고자 지은 시라고 한다.
▶ 산행일시 : 2013년 8월 27일(화), 맑음
▶ 산행코스 : 안골 성불사 입구 주차장→안골폭포→성불사→다시 성불사 입구 주차장→
사패산→649m봉(산불감시초소)→포대능선→포대(△721.3m)→다락능선→
만월고개→538m봉→청룡사 터→녹야선원→도봉탐방지원센터→도봉산역
▶ 산행시간 : 6시간
▶ 산행거리 : 도상 9.6㎞
▶ 교 통 편 : 전철과 택시 이용(의정부역 서부광장에서 탄 택시는 성불사 입구 주차장까지
미터기 요금 4,400원)
▶ 시간별 구간
07 : 00 - 안골 성불사 입구 주차장, 산행시작
07 : 15 - 성불사(成佛寺)
07 : 36 - 능선 마루 진입, 전망바위
08 : 00 - 갓바위(송이바위)
08 : 08 - 사패산(賜牌山, △551m)
08 : 48 -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송추, 왼쪽은 회룡골로 가는 길
09 : 22 - 649m봉, 산불감시초소
10 : 04 - △721.3m봉, 포대
10 : 47 - 538m봉
11 : 35 - 청룡사 터
11 : 50 - 소나무숲 너럭바위
12 : 10 - 냉골 입구, 은석암 갈림길
12 : 26 - 녹야선원(鹿野禪院)
12 : 42 - 도봉탐방지원센터
13 : 00 - 도봉산역, 산행종료
1. 의정부 천보산(天寶山, 335.5m)
▶ 사패산(賜牌山, △551m)
의정부역 서부광장에서 택시 타고 안골로 간다. 도봉산을 길게 타려고 안골을 드나든 지 어언
20년이 넘었다. 내게는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이기도 하다. 택시는 성불사 입구 주차장까지
들어간다. 성불사 절집 아래 약수터로 짐바리 자전거 타고 물 받으러 오는 사람을 만나 수인
사 나눈다. 이따 이곳 주차장에서 오른쪽 지계곡 건너 사패산을 오르기로 하고, 우선 준홍폭
포와 성불사를 둘러보기로 한다.
언제부터인가 ‘준홍폭포(선녀폭포라고도 했다)’라 하지 않고 ‘안골폭포’라 한다. 성불사 못미
처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잠깐 오르다 왼쪽 사면의 소로로 내려 계곡에 이르면 안골폭포를 정
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낙차는 불과 15m이지만 수량이 많은 날에는 장관인 대폭인데 오늘은
수량이 아주 적어 물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약수터 지나고 보시선정교(布施禪定橋) 건너 성불사 절집이다. 불교 법문인 육바라밀(六波羅
蜜)에서 따온 다리 이름이다. 육바라밀은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
(禪定), 반야(般若)를 말하는데 보시가 그 첫째 덕목이라고 한다. 절집이 예전보다 눈에 띠게
더 쇠락해졌다. 적막하기 절간이라더니 그러하다. 성불사는 흥선대원군이 창건했다는데 6.25
동란 때 소실되어 그 후 중건한 비구니 사찰이라고 한다.
‘알림, 여기는 청정한 도량입니다. 담배꽁초를 버리지 맙시다. 성불사 주지백’ 종무소 앞에 내
건 표지판이다. 오죽했으면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라고 했을까 싶다. 종무소 뒤뜰 굴뚝은 불
땐 지 수년이나 되었나 보다. 더덕이 칭칭 감아 오른다. 약수터 옆으로도 사패능선을 오르는
등로가 있지만 주차장으로 다시 간다.
물 잴잴 흐르는 지계곡 건너서 산사면에 붙고 숲속 구불구불한 소로 따라 이슥 간다. 한여름
더위의 맹위가 여전하다. 아무리 내 땀 흘려 적신다지만 낙엽 들쑤셔 먼지 풀풀 이는 등로다.
비지땀 된통 쏟아 능선 마루다. 뒤쪽으로 불쑥 솟은 바위가 보여 저기에 오르면 전망하기 좋
겠다 싶어 들린다. 가경이 펼쳐진다. 천보산이 절해고도(絶海孤島)다.
그렇다면 조망 훤히 트일 사패산에서 둘러보는 경치는 또 어떠할까? 경치가 햇볕으로 익어버
리기 전에 가야 한다. 발걸음이 바빠진다. 대로와 합류하여 두 차례나 안골 입구에서 오르는
등로를 지나고 사패산 정상 0.3㎞ 남았다는 지점부터 가파른 대슬랩이다. 빗물로 사면의 흙
이 쓸려나가 거대한 슬랩으로 변했다.
‘송이바위’도 그 이름이 ‘갓바위’로 바뀌었다. 갓바위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금줄을 쳤다.
다행이다. 갓 바로 아래까지 오르겠다고 벼른 진작의 마음고생 덜었다.
곧 슬랩 슬금슬금 올라 사패산 정상이다. 사방의 원경근경 다 둘러본 다음 산정에 부는 바람
두 팔 벌려 음미한다. 삽상하다. 암반 큰 자리 혼자 차지하고 아침 요기한다. 원근의 가경이
반찬이다.
2. 안골폭포. 예전에는 준홍폭포 또는 선녀폭포라고 했다
3. 성불사, 흥선대원군이 창건했다는 비구니 사찰이다
4. 의정부 천보산, 이 사진 한 장을 얻음으로 오늘 산행은 넉넉했다
5. 의정부 천보산
6. 양주 불곡산
7. 도봉산 주능선 연봉
8. 오봉과 그 너머로 북한산 인수봉, 백운대가 보인다
9. 오봉과 그 너머로 북한산 상장능선, 인수봉, 백운대가 보인다
10. 수락산
▶ △721.3m봉, 포대
행로를 어디로 할까? 내친 김에 북한산 의상봉 넘어 대서문까지 갈까? 원효봉으로 갈까? 우
이령 넘어 상장능선을 훑을까? 바둑 복기하듯 그곳의 기억을 다 더듬어 보고나서 소박한 생
각에 낙착한다. 선인봉을 먼발치로나마 자세히 둘러보자!
사패능선. 한차례 뚝 떨어졌다가 약간 도드라진 505m봉 넘고 길게 내린다. 그런 중에도 능선
마루금의 아기자기한 암릉을 즐긴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로 왼쪽은 회룡골, 오른쪽은
송추계곡으로 내린다.
가파른 통나무계단 오름. 꽤 길다. 중간쯤에 석문을 넘는다. 셔츠는 말랐다가도 다시 젖기를
반복한다. 통나무계단 끝나고 잠시 숨 고르다 한 피치 슬랩 마저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649m봉이다. 특히 봄날 여기에서 도봉 주능선을 보는 경치가 빼어난다. 망월사로 내리는 ┫
자 갈림길인 야트막한 안부. 그때의 다래나무는 더욱 번성했다. 다래도 열렸다. 포대능선. 암
릉은 지나지 못하도록 금줄로 막았겠다 얌전히 대로 따라간다.
헬기장 지나고 왼쪽으로 원도봉계곡 내리는 ┫자 갈림길이다. 이 아래 민초샘이 궁금하다마
는 그냥 간다. 긴 데크계단 오름이 이어진다. 계단 오르다 뒤돌아보는 경치 또한 새롭다. 예전
에 포대가 있었다는 △721.3m봉이다. Y계곡 가까이 다가가서 그늘진 암반에 좌정하고 만장
봉과 자운봉, 신선대 감상한다.
뒤돌아서 다락능선으로 내린다. 걸음걸음이 경점이라 열 걸음에 아홉은 만장봉 자운봉 바라
본다. 철주 박고 쇠줄 매단 슬랩 내리고 암봉 돌아들면 얕은 안부로 만월암 내리는 ┣자 갈림
길이다. 직진한다. 바위마다 전망대다. 선인봉의 옆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 능선 분기
봉인 538m봉에서 다락능선은 직진하고 나는 오른쪽 지능선으로 간다. 여기도 지정등로다.
538m봉 약간 벗어난 소나무 숲속 너럭바위가 도봉산 최고의 명당으로 손색이 없다. 솔바람
이 부드럽게 일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선인봉의 약간 비스듬한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어서다. 맨입 맨눈으로 보기에는 차마 아까워 비로소 탁주 꺼낸다. 어찌 독작(獨酌)이랴. 연
봉들의 권주를 거절하지 못하고 멀리 인수봉 백운대 보고나서도 또 잔 비운다.
11. 멀리는 불암산
12. 도봉산 주능선 연봉
13.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649m봉에서
14.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649m봉에서, 봄날에는 더욱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15. 봄날에는 암벽 비집은 연분홍 진달래가 무척 아름답다
16. 예전에는 기를 쓰고 저기도 올라갔었다
17. 자운봉과 만장봉(뒤)
18. 만장봉(뒤)
19. 멀리 인수봉과 백운대, 포대에서
20. 자운봉
21. 신선대
▶ 녹야선원(鹿野禪院)
암릉의 세미클라이밍 짜릿한 손맛 느끼며 주춤주춤 내린다. 점점 선인봉의 앞모습이 보인다.
실족할라 꼭 발밑 확인하고 멈춰선 다음에 들여다본다. 암릉이 끝남과 동시에 눈부셨던 아이
맥스 파노라마도 막을 내린다. 지능선 등로는 더 가지 못하게 막아놓았다. 왼쪽 사면으로 길
게 돌면 너른 공터가 나온다. 청룡사 터라고 한다. 그 유지(遺址) 표시로 등로 옆 바위 위에 오
층석탑이 있다. 지계곡 건너 소나무 숲길로 간다.
예전에는 한갓지던 소로가 대로로 변했다. 이 길로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주등로보다 더 많
다. 일단의 연만한 등산객들이 상당히 가파른 슬랩을 아무렇지도 않게 뚜벅뚜벅 오르더니 널
찍한 암반에서 왁자하게 쉰다. 나 역시 왼쪽 냉골 릿지로 해서 저 은석봉(455m)을 사시사철
무시로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능선은 냉골 입구이자 은석암 갈림길에서 맥을 놓는다. 냉골에서 흘러내리는 계류 주변 곳곳
에 피서객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나도 빈틈을 찾아 세면탁족한다.
녹야선원. 한낮 염불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원래 녹야원(鹿野苑)은 인도 중부에 있는 동산
으로 석가모니가 다섯 비구를 위하여 처음으로 설법한 곳이라고 한다.
마음은 만경계를 따라가건만
가는 곳 실로 나도 알지 못하네
가노라 그 성품을 얻어내보니
기쁨도 괴로움도 모두 없어라
녹야선원에 들어서자마자 보게 되는 비석에 새긴 글이다. 일견하여 멋있지만 찬찬히 뜯어보
니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겠다. 도리어 의문이 생긴다. ‘기쁨도 괴로움도 모두 없어라’ 그러면
사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아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고개 갸웃하며 도봉산역을 향한다.
22. Y계곡 암릉, 가운데 암봉에 한 등산객이 지나고 있다
23. 자운봉 앞이 식당바위
24. 선인봉
25. 선인봉
26. 만장봉
27. 인수봉과 만경대(왼쪽), 앞 우이암이 저래보여도 다가가보면 웅장하다
28.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29. 포대 연릉
30. 선인봉, 이 모습으로 선인봉 감상하는 것은 막을 내린다
31. 선인봉 슬랩의 소나무, 암벽꾼들이 저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흙을 날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