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일기
-앨리 모건 지음/엄일녀 옮김/문학동네 2023년판
도서관은 또 하나의 해방구(解放區)
1
어디론가 가야겠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적절한 장소가 없는가. 복잡한 세상일을 잠시 동안 잊고 영혼을 건강하게 정화시키고 싶은 경건한 장소를 찾는가. 그러면 근처 도서관으로 가라.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골라 책상에 앉아 독서에 빠져들어라. 당신은 잠시 이 세상을 떠나 딴 세상으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갔다 오면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건 비밀인데 일종의 마법이다.
2
-도서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이용하게 하여 정보 접근권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지혜는 정보와 지식의 습득으로부터 나온다. 그 정보와 지식은 시시각각 수많은 형태로 마치 강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이 흐름에서 소외되거나 자칫 방심하면 벌어지는 세대간 차이만 해도 엄청나다. 책을 읽다보면 나이 든 노인들이 자식들이 사서 이용하라고 준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몰라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SNS 등이 활용되는 정보화 사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바깥으로의 외출이 여의치 않는 취약자들을 종종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지식의 빈부격차는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한 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빈도와 독서량을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 실망스러운 정도다. 이건 개개인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하다.
3
우울증과 PTSD, 자살충동이라는 심각한 신경정신병을 앓던 저자가(‘앨리’, 가명)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에 도전하여, 몇 번의 실직 위기를 맞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병도 치유하고, 근무했던 지역도서관 운영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는 쾌거를 다룬 에세이로 SNS를 통해 저자의 근황이 알려지면서 영국의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일약 유명인사로 발돋음하는 활약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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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박애(博愛)’적인 따스한 사랑과 희생과 같은 봉사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내 몸에 병이 심각해서 정상적인 판단이 가끔 어려운 지경임에도 불구하고(취업이 치유를 위한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심리치료사의 상담을 정기적으로 이어가는 형편이긴 하지만, 직장(도서관)에서 맞닥뜨리는 취약계층의 어려운 현실들을 목도하고는 외면하지 못한 채, 그를 고용한 상부조직에서도 꺼려하고 일부 제지하기도 하는 환경개선을 위해 용기 있게 활약하는 내용들에서,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의 심각했던 병조차 완치되는 결과(자신조차 거의 믿지 못했던)들에서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맛보게 되면 더욱 부인할 수 없다.
이 시간 현재 곳곳의 도서관에서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근무하시는 모든 ‘사서’분들에게 많은 응원이 됨과 동시에 열화 같은 격려의 메시지를 세계 곳곳에서 받고 있음을 책의 안팎, 곳곳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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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는 일찍부터 친구가 되면 남은 시간 평생의 독실한 반려자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신의 행복한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 기여할 것이다. 그런 책과 독서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도서관은 생(生)의 성전(聖殿)이자, 일상의 해방구(解放區)인 셈이다.
(2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