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강판은 냉장고, 텔레비전, 오디오, 컴퓨터,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과 빌딩, 엘리베이터, 방화문 등
건축 내외장재에 주로 쓰인다.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나무, 대리석 등 다양한 무늬와 질감을 강판에 표
현함으로써 일반 강판의 차가운 느낌을 상쇄시킨 것이다. 임순명(62) 대표는 “컬러 강판은 단색 컬러 강판,
라미네이션 필름을 붙인 라미나(Lamina) 강판, 다양한 무늬를 프린트한 인쇄 강판 등 크게 3가지로 구분
할 수 있으며, DK동신은 특히 라미나 강판과 인쇄 강판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10년째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
DK동신의 컬러 인쇄 강판은 2004년 이후 올해까지 계속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되고 있다. 특히 컬러 인
쇄 강판 중 ‘블랙 강판’은 DK동신의 히트 제품으로 꼽힌다. 블랙 강판은 불량률이 높기로 유명해 제조 과
정의 조그마한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 임 대표의 설명이다.
DK동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비침이 좋은 고선영성 블랙 강판을 개발해 시제품으로 내놓을 계획이
다. 일반 블랙 강판은 광택도가 90~95%인데 비해 고선영성 강판은 100~105%에 달할 정도로 우수한 것
이 특징이다. 또한 국내 대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ACM(Aluminum Coated Metal)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알루미늄 포일을 PET 필름과 결합해 강판에 부착한 ACM 제품은 기존의 스테인리스스틸을 대체하
면서 수출용 고품격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컬러 강판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 컬러 강판의 전체 판매량은 연간 220만 톤 수준. 국내 업체만 10여 개 사가 포진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저희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고객 중심의 다품종 소량 판매’입니다. 일반적인 철강회
사와 달리 영업-디자인-R&D-기술연구소-생산 간의 유기적인 활동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
에 고객사가 요구하는 맞춤형 개발 대응력을 갖춘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임 대표는 품질관리를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ISO 9001, 14001 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MR팀을 운영해 고객의 불만에 즉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드오션에서 허덕이던 기업,
수출로 돌파구 열어
DK동신은 동국산업이 네오스틸을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동
국산업이 2008년 DK동신을 신설해 계열사로 추가하고, 이
후 네오스틸의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동국산업이 네오스틸을 인수한 것은 양사가 결합하면 시너
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동국산업은 고탄소 냉
연강판(CR), 산세강판(PO) 등의 판재류를 생산하고 있었는
데 네오스틸 인수로 안정적인 냉연강판 수요처를 확보하게
됐다. DK동신 역시 동국산업의 통합 구매로 포스코와의 거
래에서 보다 유리해져 안정적인 소재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
는 분석이었다.
DK동신은 1990년대부터 컬러 강판을 제조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컬러 강판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동국산업 계열사로 출범하면 바로 순항할 것이라는 분석과
달리 초기에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네오스틸
에서 DK동신으로 회사명이 바뀌었지만 국내에서 잃은 신뢰
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수출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출 비중은 30% 정도로 크지 않았지만 회사의 이미지가 걸
림돌이 되었다. 임순명 대표는 포스코 출신으로, 1977년 포
스코에서 처음 철강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27년간 포스코에
서 일하면서 주로 생산관리를 담당했다. 2004년 동국산업이
대원스틸을 인수하면서 동국산업으로 자리를 옮겼고, 9개월
후 대원스틸 대표이사를 맡았다. DK동신으로 옮겨온 것은
2010년 2월. 2008년 동국산업이 인수한 DK동신이 2년간 적
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때였다.
“경영을 맡고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법정관리를 받았던 이력에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었어요. 내수시장에서는 업체들이 제살 깎아
먹기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저희 회사 생산 현장
에서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공장은 돌려야 하지 않겠느냐
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내수 비중이 70%
로 매우 높았던 DK동신은 출혈경쟁으로 인한 적자 폭이 커
질 수밖에 없었다.
임 대표는 부진한 내수 쪽을 일부 정리하고 수출로 방향을 바
꾸기로 했다. 해외영업팀을 대폭 보강하기로 하고 신입사원
을 채용해 인력부터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6명이던 해외영
업부는 3년이 지난 현재 12명으로 늘어났다
제품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으로
샘플 마케팅 시도
“제가 경영을 맡았던 2010년 상반기에 수출은 월 2,000
톤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6개월 후인 2010년 하반기에 월
4,000톤으로 늘어났고 현재는 7,000톤으로 확대되었으니 3
배 이상 수출이 증가한 셈이지요.”
임 대표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국내 대기업 해외 공장을 비
롯해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외국 업체라면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주요 공략 대상은 단색 컬러 강판을 쓰는 업체
들이었다. 이들 업체가 기존에 쓰고 있던 단색 컬러 강판을
DK동신의 주력 제품인 컬러 인쇄 강판으로 바꿀 수 있도록
샘플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나갔다.
한편으로는 고객사의 개발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여나갔다. 실제로 이 측면에서 DK동
신과 거래하는 외국 고객사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이
다. “2008년 네오스틸을 인수한 후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통한 고객사의 신뢰 회복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또한 지속
적인 투자와 R&D 연구로 친환경 컬러 인쇄 강판 시장 육성
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고가 제품 시장을 창출해 나갔습니
다. 기존의 습성대로 국내 가전사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우
리가 가진 ‘세계 일류 상품’을 바탕으로 전 세계 백색가전 시
장을 상대로 마케팅해 나갔습니다.”
DK동신의 컬러 인쇄 강판은 세계적인 가전사인 GE, 보쉬,
일렉트로룩스, 월풀, 샤프 등의 냉장고와 세탁기 등에 다양
하게 적용되면서 수출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가전제품 외에 건재 쪽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CIS 국가에 대
한 공략에도 나섰다. 종합상사, 현지 유통회사 등을 통해 예
상 고객 업체를 파악한 다음 역시 샘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나갔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출 성과를 내고 있
는 건재용 프린트 강판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수출 지역도 다양하다. 동아시아 및 서남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중남미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CIS 지역
에 대한 컬러 인쇄 강판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에는 삼성물산과 합작해 멕시코 코일센터를 건설하
기도 했다. 멕시코 코일센터는 국내 가전사들의 해외 이전
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안정적 공급으로 지역별 매출 강
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 월풀 측의 반덤핑 제소에 따른 생산량 급
감으로 고전을 면하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서야 가전사의
생산량 회복 추세에 따라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올라갔
고 현재는 새로운 고객과 제품 개발로 멕시코 물량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이외 지역인 태국, 인도네시아, 폴란드, 인도, 러시아 등은
현지 코일센터를 활용한 연계 판매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영
업과 지역 거점을 연계한 마케팅 강화로 물량 증대에 주력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
고, 수출 증대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2010년 5,000
만 달러에 이어 2011년 7,000만 달러, 그리고 지난해에는 1
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3년 연속 수출탑을 받는 기쁨
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러시아 시장 개척에 주력 중
DK동신은 올해 러시아 시장 개척에 집
중하면서 수출 실적이 꾸준히 늘어나
고 있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산 컬러 강판이 반덤핑 판정을 받
으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초 러시아 건
축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현지 시장 개
척에 주력하고 있다.
수출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DK동신
의 매출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
다.
2011년 1,800억 원에서 지난해에
는 1,900억 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매출 목표를 2,0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앞으로 특화된 컬러 강판 개발 및 판매에 집중함으로써 향후 2~3년 안에
매출액 2,500억 원의 전문화된 컬러 강판 제조회사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컬러 강판과
관련한 세계시장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한 편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철강업체들 대부분이 고전 중이
다. 또한 세계 경기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엔저에 힘입은 일본 기업의 판매 강화, 물량과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중국 기업의 도전에 맞서야 해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차별화된 컬러 인쇄 강판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주요 시장(국가)과의 FTA 체결을 확대하고 있어,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로 세계 시
장 내 고급 강판 판매 확대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컬러 강판은 이미 저마진 품목으로 전락했습니다. 저희 회사는 첨단 디자인으로 독창적인 강판을 개발해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기업 체질 변화와 창조 경영을 바탕으로 컬러 인쇄 강판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나아가고
자 합니다.”
고객 존중하는 자세 강조
임 대표는 평소 임직원에게 “세계적인 컬러 강판 전문회사로 나아가려면 먼저 고객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늘 염두에 두고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
히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영철학도 “특별한 말보다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고의 제품은 직원들의 호흡과 고도의 팀워크
를 통해서만 가능한 만큼, 평소 직원들의 화합과 진솔한 소통을 늘 강조한다. 상하 간 혹은 직원 상호 간에 믿음
이 없이는 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한 임 대표는 건전한 노사문화 정립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도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성숙
되지 않고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회사의 발전이 개개인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공동
의 목표를 설정하고 양보와 협력을 우선시 하는 노사문화를 창출해 나가려고 한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DK동신은 올해 경영 방침을 ‘수익 중심의 내실 경영 강화’로 정했다. 앞으로는 기업 스스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
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고객과 더불어 가전, 건재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
할 계획입니다. 기술력, 경쟁력이 강한 회사로 만들어서 외부 환경이 어려워져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는 회사
로 만들어 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