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루터는 종교개혁의 도구로 쓰임 받았을까?(롬1:16-17)
2021.10.31, 종교개혁기념주일, 김상수목사(안흥교회)
하나님께서 인류구원의 대업을 이루어 가실 때, 각 시대마다 각 지역마다 복음의 도구로 들어 쓰시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을 하나님의 도구로 선택하시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규정짓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진실한 마음으로 성경말씀을 가까이 하는 사람을 복음을 위한 도구로 쓰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음성이며,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경을 가까이 하는 것은 곧 하나님을 가까이 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오늘은 종교개혁주일이다. 대부분의 전 세계 기독교 교회들은 매년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킨다. 그 이유는 지금부터 504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독일 비텐베르그대학교의 교회 정문에 당시 로마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 등에 항의하면서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게시하면서 종교개혁의 서막이 올려졌기 때문이다.
면죄부(免罪符)란 당시 교황청에서 발행한 증서를 구입하면, 구입하는 순간에 구입한 사람이나 죽은 자의 영혼의 죄가 사해진다는 증서이다. 루터 당시에 교황 “레오 10세”였는데, 그는 자신이 교황으로 있는 동안 성 베드로성당을 웅장하게 증축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에 필요한 건축비를 면죄부 판매하여 충당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성경의 가르침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 비텐베르그대학의 신학교수이자 신부였던 마르틴 루터가 이러한 비성경적인 면죄부 판매에 대해서 강력히 반대하면서, 오직 십자가의 대속의 은총과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오늘 종교개혁주일 설교 본문을 묵상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왜 하필이면 하나님은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히 루터라는 사람을 택해서 종교개혁이라는 엄청난 과업을 담당하게 하셨을까?”라는 질문이었다. 확신컨대 하나님께서 루터를 택했던 이유가 바로 이 시간 우리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확신한다. 만약 우리들이 주님께서 루터를 선택하셨던 이유를 깨닫고 그대로 실천한다면, 지금도 귀하지만 앞으로 더 귀하게 쓰임 받는 선한일꾼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루터라는 사람을 선택하셨고, 또 그가 선택 받을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은 그가 내세웠던 종교개혁의 3대 모토 속에 숨겨져 있다. 루터가 앞세웠던 종교개혁의 3대 모토는 “오직 은총,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이다(십자가 신학). 그런데 이 셋 중에서 가장 기본 베이스가 되는 것은 성경말씀이다. 오직 은총과 오직 믿음만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성경말씀이 강조하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마르틴 루터는 다만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중에 이 진리를 다시 한 번 새롭게 깨닫고 강조했을 뿐이다.
루터의 생애를 보면, 그는 이미 사제가 되기 이전부터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그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몸부림쳤던 사람이었다. 루터의 아버지는 광산업을 하는 분이었다. 루터는 이미 7살 때 라틴어학교에 들어갔다. 라틴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루터는 18살쯤이 되었을 때 이미 라틴어에 능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알고 법률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루터를 ‘에르푸르트대학 법학과’에 보냈다.
그런데 에르푸르트 대학시절에 청년 루터의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되는 충격적인 두 가지의 계기가 있었다. 그 한 가지는 대학 도서관에서 라틴어 성경을 깊이 읽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전 유럽인구의 10%정도만 라틴어를 알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루터는 라틴어에 능통했기 때문에 성경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가장 먼저 읽었던 것은 사무엘서의 한 부분이라고 전해진다. 성경을 깊이 읽고 묵상하면서 그의 내면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그가 처음 성경을 펼쳐드는 순간 하나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고 계셨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에게 충격을 주었던 또 하나의 계기는 비바람이 치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들판을 걸어가다, 함께 가던 친구가 벼락에 맞아 죽은 사건이다. 그는 이 일로 인해서 엄청난 충격을 받으면서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제가 된 후에도 계속해서 신학공부를 했던 루터는 후에 비텐베르그대학의 신학교수가 된다. 그는 사제가 된 후에도 끊임없이 수많은 금욕과 고행 그리고 성인숭배, 마리아숭배 등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들을 해결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해답을 얻지 못하고 갈등만 깊어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성경을 더 깊이 연구하고 묵상하는 일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은 그가 로마서 1장 16-17절 말씀을 묵상할 때, 그의 눈을 열어서 구원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셨다. 그것은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16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 17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롬 1:16-17)
이 말씀에서 사도 바울이 강조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십자가의 대속을 믿는 모든 자에게 구원을 주신다(율법, 고행, 금욕, 선행, 면죄부 같은 것이 아닌). 그렇기에 믿음으로 구원받은 의인(성도들)은 또한 오직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 루터는 비텐베르그대학에서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를 강의하면서 “오직 성경, 오직 은총, 오직 믿음”의 십자가 복음을 강조했다. 바로 이러한 때에 면죄부 판매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루터는 즉시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였던 것이고, 후에는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한다.
이러한 루터의 생애를 살펴보면, 면죄부 판매 이전부터 그는 이미 성경을 가까이 하면서,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터의 종교개혁은 곧 말씀으로의 개혁이었고, 성경을 가까이 하는 모습이 그가 하나님께 선택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원인이다.
마르틴 루터를 비롯해서 역사 속에서 수많은 믿음의 성도들이 증명하고 있듯이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는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이끌어 가신다. 성경을 가까이 하면, 그 사람의 심령뿐만 아니라, 가정이 회복되고, 마귀는 떠나고, 지역과 사회는 깨끗해진다.
18세기 영국 사회를 변화시켰던 요한 웨슬레는 “한 권의 책의 사람”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성경을 가까이 했다. 미국에서 흑인해방을 주도했던 링컨 대통령도 어린 시절부터 성경을 가까이 했던 것은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불과 100년이 좀 넘는 짧은 기간 동안 기독교가 크게 부흥할 수 있었던 원인도 결국 성경을 가까이 했기 때문이다. 1885년 4월 5일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제물포항에 입국할 때, 그들은 이미 이수정(李樹廷, 1842-1886)이 일본에서 번역한 마가복음을 손에 들고 있었다. 선교사가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갖고 입국하는 것은 세계 선교 역사상 한국이 유일하다.
마르틴 루터를 비롯해서 기독교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동일하게 오늘 이 시간, 이 시대, 이 지역, 우리교회 안에서도 결국 하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가까이 하는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 가신다. 성경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소설이 아니다. 성경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렇기에 과거나 지금이나 누구든지 진실 된 마음으로 성경을 가까이 하면, 그 말씀은 우리(나)의 마음을 개혁시키고, 마음의 깊은 상처들을 치유하고, 우리의 영혼을 소생시킨다.
목회를 하면서 성도님들의 가정을 심방하다보면, 가끔 책상 위에 성경이나 묵상책이 펼쳐 있는 가정들을 만나게 된다. 그 모습은 평소에 그분이 성경을 가까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런 모습들은 목회자의 마음에 큰 기쁨을 준다. 하나님도 그렇다고 확신한다. 이것은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이나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루터처럼 오직 십자가 복음으로 돌아갈 때, 교회와 성도들은 다시 한 번 이 땅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성도 여러분,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에 마르틴 루터라는 한 사람을 하나님이 종교개혁의 도구로 사용하신 이유는 “오직 성경”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도 우리들이 한 권의 책의 사람이 된다면,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하지 않으실 이유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오직 성경의 사람이 되자. 지금 당장 성경을 펼치자. 그리고 펼친 성경책을 닫지 말고, 평생 읽고, 묵상하고 그 말씀대로 순종하면서 말씀과 여주동행(與主同行)하자. 그렇게 하면 하나님은 우리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우리를 통해서 이 지역과 사회를 반드시 변화시킬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