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읽을거리＜6＞연해주 고려인강제이주

[여행의 낭만]

재미있는 읽을거리

10. 연해주(沿海州) 고려인 강제이주

<1>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

고려인 강제이주 경로 / 연해주(沿海州) / 이주 초기 고려인들 움막집

우리 한민족(韓民族)이 겪은 수난은 수도 없이 많지만 고려아리랑의 탄생 유래를 살펴보면서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세월이 흘러 잊히는 것 같은 아쉬움에 잠시 연해주 고려인 강제이주를 되짚어 보기로 한다.

연해주(沿海州)는 러시아 극동지역의 변경(邊境)으로 두만강과 접경지역인데 지금은 러시아 땅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예전에 해동성국(海東盛國), 우리 민족이 건국하였던 발해(渤海)의 땅이었다.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인 일제강점기(1910~1945)가 되자 사람들은 일제(日帝)의 강압을 벗어나고자 이곳 러시아의 연해주(沿海州)로 이주하게 되는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 조상들이 세웠던 발해 땅이니 우리 땅이라는 인식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러시아 땅이지만 압록강 건너 간도(間島)도 그런 곳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성계가 고려조(高麗朝)를 무너뜨리고 조선(朝鮮)을 개국(1392)하는데 고려에 충절을 바치던 사람들이 연해주로 이주했는데 이성계의 정권찬탈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앙금이 남았는지 자신들을 조선인이라 하지 않고 고려인(高麗人)이라 칭했다고 한다. 이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强制移住) 당한 사람들은 지금도 조선인(朝鮮人)이라 하지 않고 고려인(高麗人)이라 한다.

<2> 연해주의 독립운동

1837년, 스스로들을 ‘고려사람(高麗人)’이라 부르며 연해주 한복판에 ‘신한촌(新韓村)’을 건설한 사람들은 일편단심 고려에 충성을 바치다가 결국 선죽교(善竹橋)에서 죽음을 맞은 정몽주(鄭夢周)처럼 당시 조선의 정권에 불만이 있었거나, 가난을 벗어나고자 새로운 신천지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 국력을 키운 일본이 대륙진출을 꿈꾸며 가까운 우리나라부터 압력을 넣기 시작하자 일제에 항거하는 사람들은 수난을 피해서 또다시 이곳 연해주로 이주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연해주에는 러시아인들보다 한인(高麗人)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고 한다. 한일합방(韓日合邦) 전(前)해인 1909년, 일제의 횡포에 항거하여 안중근(安重根) 의사(義士)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다.

이곳 연해주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1909년 10월 26일에는 하얼빈 역에서 일본총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하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1910년 8월 22일에 한일합방조약이 통과되고 8월 29일부터 발효되며 우리 민족의 36년간에 걸친 일제(日帝)로부터의 수모(受侮)와 수난(受難)이 시작된다.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가 되자 이주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었는데 대부분 일제에 항거하던 독립투사들과 그 가족들이 주류였다고 한다. 그러다 1920년, 러시아 혁명혼란기를 틈타 일본군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新韓村)을 습격하여 300여 명을 살해하는데 이것을 ‘4월의 참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합병(合倂)한 일본은 나아가 중국과 소련 등 대륙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게 되는데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이며 독재자였던 공산주의자 스탈린(Joseph Stalin)은 일본의 침략에 대비하면서 연해주 일대에 살던 고려인들을 강한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조선인은 일본의 앞잡이다.’, ‘조선인은 일본 간첩이다.’, ‘독립운동으로 일본을 자극하여 소련(연해주)으로 쳐들어올 빌미를 준다.’ 등의 구실을 내세워 강제이주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 결정으로 또다시 우리 민족은 비극을 맞게 되었고, 훗날 스탈린은 김일성을 부추겨 남침하도록 하여 우리나라를 전쟁의 소용돌이(6.25) 속으로 몰아넣는 장본인이 되는.... 우리 민족의 원수다.

<3>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强制移住)

시베리아 횡단열차 / 카자흐스탄 이주민들의 설 명절 축제 /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연해주 고려인들은 만리타향 중앙아시아로 내몰리게 되는데 지금은 독립국가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인데 당시는 소련의 영토였다가 1991년에 독립한 나라들이다.

연해주에 살던 우리 동포 17만여 명은 느닷없이 머나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하는데 첫 이주자들은 두만강(豆滿江) 접경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라즈돌노예(Razdolnoye) 역에서 출발(1937년 9월)하여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Kazakhstan)의 우슈토베(Ushtobe) 역에 내린 것이 10월이었다니 꼬박 한 달간의 강행군으로, 거리는 약 6.500km(1만 6천 여리)이고 이후 열차에 따라 30~40일이 걸렸다고 한다. 이 광활(廣闊)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는 모두 화물칸과 가축운반 칸만 있는 화물열차로 문을 널빤지로 막아 ‘검은 상자’라 했다고 하는데 제대로 짐을 꾸릴 시간도 없이 갑자기 강제 소집하여 출발하는 바람에 고려인 마을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공산주의 독재자 스탈린은 우리 한민족을 국가도 없는 민족이라고 무시하여 강제이주 직전 우리 독립투사들을 체포하여 ‘일본 간첩’, ‘반 혁명자들’이라는 죄목으로 2,500여 명을 총살하거나 투옥했다고 한다.

약 두 달 동안, 고려인을 실어 나른 열차는 총 124편, 열차마다 50량(輛)이었고 이동 중 사망자만 554명이며 이동 전후를 합치면 이 강제이주 정책으로 숨진 고려인은 모두 2만여 명이었다고 한다.

일행 중에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일제와 싸워 대승을 거둔 홍범도(洪範圖) 장군도 있었다고 하는데 카자흐스탄에서 1943년에 생을 마감하여 그곳에 모셔져 있던 것을 2021년 8월 15일(광복절)에 우리나라로 유해(遺骸)를 모셔와 대전(大田) 현충원(顯忠院)에 모셨다고 한다.

<4> 고려인들의 강한 생명력

이주 초기, 소련공산당에서는 카자흐스탄 우슈토베가 신흥 공업도시로 노동자가 필요해서 이주시켰다고 하지만 기거할 주택을 마련해 주지 않아 불모지 허허벌판에 땅굴을 파거나 움막을 짓고 기거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우즈베키스탄에 7만 명, 카자흐스탄에 9만 명 및 기타지역에 분산 배치했는데 이 후로도 계속 중앙아시아 이곳저곳으로 다시 이주를 시키며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 오늘날 이슬람 근본주의자 집단 탈레반(Taleban)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고난이 생각난다.

우리 고려인들은 불모지 개간, 벼농사, 목화재배 등, 악착같은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는데 1983년 통계에 의하면 소련 전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생산량이 300만 톤 정도인데 그 중 고려인들 거주지인 카자흐스탄에서 90만 톤, 우즈베키스탄에서 50만 톤을 생산했다고 하니 거의 절반을 고려인들이 생산한 셈이다. 또 이 지역에 사는 민족 중 유태인은 젊은이들 대학 진학률이 90%를 넘는다고 자랑했는데 현재 우리 고려인들의 대학 진학률은 99%라고 한다.

그렇게 국가가 없는 떠돌이 민족이라고 홀대를 받던 고려인들이었지만 지금은 우수한 민족으로 인정받고 정계와 재계는 물론 예술계 및 다양한 장르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우리 한민족의 우수성은 물론 저력(底力)은 절대 과소평가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고려아리랑은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권익을 위해 물심양면 힘써오던 우리나라에서 파견한 손치근 알마티 총영사의 제안으로 탄생하게 되는데 작사(作詞)는 25년 동안 카자흐스탄에서 한글교육과 문예활동을 하였던 전남 신안(新安) 출신의 시인 황병학이 썼고 곡을 정리한 사람은 현지 고려인인 한야꼬브라고 한다.

고려 아리랑<작사: 황병학, 작곡: 고려인 한야꼬브>

원동땅 불술기에 실려서 / 카작스탄 중아시아 러시아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도 / 우리는 한 가족 고려사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

진펄도 갈밭도 소금밭도 / 땀 흘려 일구니 푸른 옥토

모진 고난 이기고 일어서니 / 우리는 한민족 고려사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

아버님 남기신 선조의 얼 / 어머님 물려준 조상의 말

가꾸고 다듬고 지키리라 / 우리는 한겨레 고려사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아리랑 고려 아리랑

*원동(遠東)땅: 연해주(沿海州)를 일컬음 *불술기: 기차(함경도 방언) *진펄: 물을 머금어 질퍽한 땅

<5> 우크라이나의 고난(苦難)

우크라이나 지도 / 러시아 연방 / 곡창지대 우크라이나(밀밭)

현재 러시아(Russia)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고통을 받고있는 우크라이나(Ukraine)를 잠시 들여다본다.

러시아 제국(帝國)은 18세기, 표트르(Pyotr) 대제(大帝)가 세운 이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혁명(1917년 3월)에 의해서 타도될 때까지 표트르는 근대 러시아의 아버지로 칭송받던 인물이었다.

이후 20세기 초, 레닌(Vladimir Lenin)의 뒤를 이어 스탈린(Joseph Stalin)이 집권하면서 공산화 정책으로 농촌을 집단농장체제로 바꾸었는데 농민들이 집단반발하자 무자비한 폭력으로 수백만 명의 농민들을 살해하고 농촌이 피폐해진다.

1941년, 독일(獨逸) 히틀러(Hitler)의 러시아 공격으로 무력감에 빠졌던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Moscow)까지 위협받았는데 1942년 겨울, 스탈린그라드(Stalingrad) 전투와 이듬해 여름 쿠르스크(Kursk) 전투에서 스탈린은 승리를 거두면서 대세가 역전되자 독일군은 후퇴를 거듭하다 1945년, 독일은 마침내 러시아에 항복하게 되고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후 동유럽의 여러 작은 나라들은 러시아연방(聯邦)에 속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위치를 보면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북쪽으로는 벨라루스(Belarus), 북쪽, 북동쪽 및 동쪽으로는 러시아(Russia) 연방, 남쪽에는 흑해(Black Sea)와 바로 인접한 아조프 해(Azov Sea), 남서쪽으로는 몰도바(Moldova)와 루마니아(Romania), 서쪽으로는 헝가리(Hungary)와 슬로바키아(Slovakia), 폴란드(Poland)가 접해 있는 나라들로 우리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우크라이나는 1924년부터 러시아공화국의 국가였는데 1991년 8월 소련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후 바로 독립을 선언했으며, 그해 12월 1일 국민투표를 거쳐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공화국으로 독립하였다.

구소련의 공산정권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처럼 독립을 쟁취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①아르메니아(Armenia) ②아제르바이잔(Azerbaijan) ③벨라루스(Belarus) ④에스토니아(Estonia) ⑤조지아(Georgia) ⑥카자흐스탄(Kazakhstan) ⑦키르기스스탄(Kyrgyzstan) ⑧라트비아(Latvia) ⑨리투아니아(Lithuania) ⑩몰도바(Moldova) ⑪타지키스탄(Tajikistan) ⑫투르크메니스탄(Turkmenistan) ⑬우즈베키스탄(Uzbekistan)을 비롯하여 우크라이나를 포함하면 모두 14개국이다.

동유럽(E. Europe)에 있는 우크라이나는 수도가 키이우(Kyiv)이고 대통령은 1978년생(45세)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이다. 여러가지 말못할 사연도 있겠지만 우선 꼽는 것이 예전 러시아 연방에 속했던 우크라이나가 희극배우 출신의 젤렌스키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갑자기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으로 기울어지는 행위를 하자 참지 못한 푸틴(Vladimir Putin)이 무자비한 무력침공을 시도하는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국가 이름에 스탄(Stan)이라는 어미가 붙은 나라들이 5개국이나 되는데 스탄(Stan)은 페르시아어로 ‘땅’, ‘민족’이라는 의미라고 하니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하면 ‘우즈벡 사람들의 땅’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우크라이나는 면적이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면적의 거의 3배나 되고 인구도 4천 4백만 정도나 되는 제법 큰 국가이다. 우크라이나는 예전부터 비옥한 토지가 대부분인 곡창지대로 서양인들의 주식인 빵의 원료인 밀(Wheat)의 곡창지대로 알려진 곳이다. 밀 외에도 보리나 옥수수 등이 많이 생산되는데 밀은 빵의 원료인 밀가루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물의 사료로도 사용되는 매우 귀중한 곡물이다. 우크라이나 밀 연간생산량 2500만 톤(세계 7~8위)이라고 한다.

이 귀중한 영토, 비록 유럽과 접경이기는 하지만 러시아에서 보면 자국의 연방소속 지역이었는데 갑자기 젊은 대통령이 지금까지 적으로 대립하였던 서방세계인 유럽연합(EU)으로 기울어지자 참지 못하고 공격을 시작했다. 예상컨대 1~2개월 이내에 항복을 받을 줄 알았겠지만 젤렌스키의 굽힐 줄 모르는 저항과 자유진영의 도움으로 1년 이상이나 전쟁을 끌어오고 있다.

<6> 대한민국(大韓民國)과 우크라이나

요즘, 날로 우리나라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 같다.

일제치하(日帝治下)에 갖은 고난과 수치를 겪었고 나의 어린 시절, 찢어지는 가난 속에 허덕이던 때가 겨우 80년 전에 불과한데 이제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경제대국의 반열(班列)에 들어섰다.

국가 기밀이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눈부신 전자산업과 더불어 최첨단 무기생산으로도 인정받은 모양이다.

거기에 방탄소년단을 위시한 걸그룹(Girl Group)들의 인기가 세계를 뒤덮고 있으니 그 영향도 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나라들은 우리나라의 한 지방으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나라들도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러시아 극동지방인 연해주(沿海州) 주민들이 한국에 합병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러시아 땅인 연해주는 우리 민족의 비극이 서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대부분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로 강제 이주(移住)를 당했지만, 아직도 고려인들의 후손이 살고 있을 것이다. 벌써 80여 년 전 이야기이니 후손들이 있어도 한국어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조국을 보고, 아니면 푸틴의 독재정권에 염증을 느껴 벌어진 일일지도 모르겠다.

또, 고려인이 강제로 이주당했던 카자흐스탄에서 젤렌스키가 대통령인 우크라이나까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니 우리 고려인들은 강제이주 당시 그곳까지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아시아 일대는 광활한 평원지대로 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지역이었지만 당시는 그다지 농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라 황무지가 많았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농업을 활성화하여 밀, 보리 옥수수 등의 재배기술을 심은 이들이 우리 민족, 바로 고려인이라 할 것이다. 이 작물들은 인간들의 식량은 물론, 양, 소, 말 등 동물들의 사료로도 사용되어 농업은 물론, 목축업 등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오늘날 이 지역을 세계적인 곡창지대로 만들었는데 그 주역(主役)은 고려인들인 것이 확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