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하의 <클릭 시조> 3강
클릭 시조
현대시조 이렇게 써라
제3강. 유식한 낱말 쓰면 글은 죽는다. 그런 말은 드문드문 성글게 넣어라.
시조는 '아리랑' '윤슬'로 가락을 만들어 타고가라.
시조는 詩鳥다. 새는 울고 노래한다. 울거나 노래할 땐 曲調가 생긴다.
서글프거나 경쾌하거나 그 곡조가 가락이다.
시조는 情恨의 가락이다.
"아리" 아실아실 통통하게 무엇이 베어있는 것이 '아리'의 어원이고
'랑'은 물결이다. 아리랑은 동사며 형태소다.
아기. 송아지. 강아지. 병아리.... '아'는 '어린' '풋'이다.
장아리. 종아리. 배알(앓)이. 아리수. 아지랑이...
'리'는 밖으로 나온 것이다.
'지'도 리와 같은 뜻이다.
'랑'은 물결이다. 아리랑은 마음에 정한이 맺혀서 아실아실 비치는 것이다.
아리는 알=아+리다. 다리에 알이 벴다 이와 같은.
많은 국문학자가 우리나라의 정서 "아리랑"을 이러쿵저러쿵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바른 정의가 하나도 없다.
현대시조는 情恨의 '아리'가 잔물결이 되어야 한다.
잔물결이 햇빛에 반짝반짝 일어나는 윤슬이 되어야 한다.
그게 '아리'고 '곡조'고 '가락'이다.
가락을 타고 남실남실 배를 띄워가야 시조의 참맛이 난다.
'정선아라리' 가사를 보면 고달픈 인생살이 신세恨歎에서 소리가 시작된다.
한참 푸념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곡조가 가락이 붙는다.
곡조가 붙어 신세한탄의 깊은 한숨은 그 한을 푸는 노래가 된다.
그게 곡조의 힘이고 한을 연민과 정의 숨결로 바꾸는 변곡점이 된다.
이 곡조가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 가락의 정체성이다.
속情이 샘물로 고이고, 恨이 옷고름처럼 바람에 날리게 해야 시조다.
두루마기, 저고리, 적삼에 난초잎 같은 옷고름을 길게 느려 바람에 날리게 한 민족.
단추 대신 난초잎 같은 옷고름, 이런 민족이 또 있을까?
이 감성 감정이 세계 1등 엔터테이먼트가 된 것이다.
바람에 날리는 옷고름이 시조에서 말하는 나의 가락론이다.
시조는 가락이 잡혀야 시조다.
가락은 시어가 부드럽고 쉬워야 생긴다. 부드럽고 쉬운 말은 살아있는 말이다.
시어가 유식해지면 문어체가 되고 경직되어 죽은 글이된다.
'아리랑'의 '아'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 가만히 있을수가 없다. 부산스럽다. '앳'된 것은 부드럽고
기운생동한다. 그게 살아잇는 생물이다.
시어가 쉬우면 시가 생물이 된다.
반대로 유식하면 굳은 글 죽은 글이 된다.
2강 <사기막골에 온 윤사월>은 어려운 말이 몇 단어 안된다.
쉬우니까 시가 생동하는 것이다.
말은 냇물의 물고기고 글은 회를 떠놓은 것이다.
구어체 즉 입말은 물고기고 문어체 글말은 회다.
시어가 쉬워야 벌레처럼 꼼틀댄다.
시어가 쉬워야 풀잎처럼 바람결을 이뤄 카트섹션으로 변주된다.
글짓기를 하지 말고 입술에 침이 돌게 말짓기를 해야한다.
그러면 가락이 잡히게 된다.
접속어는 말(馬)을 모는 것과 같다.
고삐를 잘못치면 말은 당황하여 날뛰고 말을 부리는 사람을 떨어뜨린다.
말(言)도 말(馬)이다. 접속어는 고삐다. 접속어는 행마의 결이다.
시조는 트롯을 너머 감미로운 발라드가 되어야 한다.
지금 시조단을 보면 알맹이니 메세지니 하면서
제식훈련 행진곡을 훈련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그게 현대시조라 하며 자기들끼리 추켜세운다.
그러면서 일본 하이쿠는 세계무대로 나가는데
우리 시조는 안 알아준다고 투덜댄다.
외숙모 떡도 맛이 있어야 사먹는다.
맛 없는 떡을 빚어놓고 사먹으라고 소리지르지만
한 번 사먹어 본 사람은 "그 떡 내가 사먹어 봤는데 먹다가 버렸어"
그러니 돌아가며 자기들만의 잔치로 도취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이쿠가 월드메이커가 된 데에는 그 만한 상품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쿠는 꼭 여운을 만든다. 시의 중요한 요체가 하이쿠 중심에 있다.
하이쿠가 '여운'이라면 시조는 '가락'이다.
시조는 情 恨 興이 버무려진 곡조 음색을 내야 한다.
"音色" 音卽時色이다. 음은 바로 무늬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수학처럼 검산을 해보자. 미끄럼방지 줄을 보면
줄의 형태에 따라 차가 지나갈 때 마찰음이 다르다.
검산을 해보니 무늬가 바로 소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음과 색"은 바로 한몸이었던 것이다.
각종 공모전 심사위원들이 시조의 모체인 가락에 대한 개념이 없다.
시조는 외형율 음정 박자보다 내재율 음색이 중요하다.
현대시조의 외형율은 가람의 이론을 따르면 무리가 없다.
그 정도면 시를 자유롭게 운용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3장은 각각 독립적이며 화음을 이룰 것
6구의 각 구는 독립적이고 한 장의 2구는 조응하면 좋다.
1구(2절의 합)는 5자 이상 9자까지 허용하고, 한 절은 2자 이상일 것
종장 초구(3-5)는 10자 이내로 하고 첫 소절 3자는 불변이며.
두 번째 소절은 5자 이상 7자 이하로 할 것.
현대시조는 가람의 이 律을 따르고 있다. (2022. 10. 14)
첫댓글 공부 잘 했습니다.
요즘은 한없이 늘어지다가도 종장 첫구절 3자만 지키면 된다는 의견이 있던데, 실제 그런 시조가 상도받고 하던데, 시 인지 시조 인지 구별이 잘 안되는 이런 시조로 변화해도 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외형율보다 내재율이 중요하다는 말씀 새겨두겠습니다.